[우리동네 관광명소 1] 구리 고구려대장간마을, ‘태왕사신기’부터 ‘안시성’까지… 고구려 사극의 산실
[우리동네 관광명소 1] 구리 고구려대장간마을, ‘태왕사신기’부터 ‘안시성’까지… 고구려 사극의 산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3.06 13:36
  • 호수 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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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구리 고구려대장간마을은 출토유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국내 유일 고구려 전시관으로 수많은 관련 사극이 제작된 명소이기도 하다. 사진은 고구려대장간마을에서 상상으로 꾸민 고구려의 대장간.
경기 구리 고구려대장간마을은 출토유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국내 유일 고구려 전시관으로 수많은 관련 사극이 제작된 명소이기도 하다. 사진은 고구려대장간마을에서 상상으로 꾸민 고구려의 대장간.

아차산 고구려 제4보루터에 조성… 유적전시관·야외전시장으로 구성

고구려 온돌문화 품은 ‘담덕채’, 상상으로 재현한 2층 규모 대장간 눈길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2007년 방영된 MBC ‘태왕사신기’는 ‘담덕’이란 인물이 광개토대왕이 돼 남북으로 영토를 크게 넓혀 고구려의 전성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을 담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기록이 거의 남지 않은 고구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호평이 가능했던 건 드라마 제작 시기와 동시에 문을 연 경기 구리시 ‘고구려대장간마을’ 덕분이었다.  

2006년 12월 20억원을 들여 아천동 일대 4900㎡에 조성된 고구려대장간마을은 드라마 방영 이후 연간 1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2월 24일 기자가 방문한 마을은 이전만큼 찾는이가 많지 않았지만 고구려의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로 흥미를 끌었다. 

고구려는 5세기 강력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남쪽으로 한반도의 젖줄인 아리수(한강)와 아단성(아차산)까지 이르렀다. 경기 구리시에서 중국 동북공정이 한창이던 1994년 지표조사를 시작으로 아차산 일대에 대한 학술조사를 추진해 1997년부터 고구려 유적을 발굴하기 시작한다. 아차산 제4 보루(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이나 콘크리트 따위로 튼튼하게 쌓은 구축물)를 필두로 봉우리마다 구축된 20여개의 보루에서 약 3000여점의 토기와 철제 유물들이 출토됐다. 

재현한 광개토대왕비와 배용준의 얼굴을 모델로 한 광개토대왕상
재현한 광개토대왕비와 배용준의 얼굴을 모델로 한 광개토대왕상

한때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쥐기도 했던 고구려는 551년 신라와 백제의 동맹군에 의해 퇴각할 때까지 76년 동안 이 아차산 보루를 진지 삼아 한강 일대를 지배한다. 보루의 병사들은 전투가 주임무였다. 쇠스랑 등 농기구들이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주둔지에 필요한 식량은 아차산 아랫마을 어디쯤에서 농사를 직접 지어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고구려 병사들의 병영생활은 전투하면서 평시에는 둔전(屯田)을 일궈 농사도 짓는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아차산 일대 보루군(群)은 2004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455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 마을을 방문할 경우 지하철 중앙선 구리역, 2호선 강변역, 5호선 광나루역에서 하차해 ‘우미내검문소, 고구려대장간마을’ 행 버스를 타면 된다. 한강이 바로 보이는 이곳에서 아차산 쪽으로 100m 정도 완만한 언덕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고구려대장간마을이 나타난다.  

고구려대장간마을은 크게 아차산 고구려 유적 전시관(실내)과 야외전시장으로 구분된다. 먼저 실내 전시관에는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중반까지 고구려 군사유적인 아차산 보루군에서 출토된 유물과 아차산 4보루 모형이 상설 전시 중이다. 

아차산 4보루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토기와 명문 토기를 비롯해 무기류, 마구류, 농기구류 등의 철기가 출토됐다. 오절판, 명문접시, 몸통 긴 항아리와 철제 투구, 철제 등자와 재갈 도끼 등 녹이 많이 슨 이 유적들은 녹만 제거하면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질이 뛰어나다고 한다. 특히 포항제철소에서 제철한 쇠 중 가장 질이 우수한 제철과 비교해 보면 강도·질이 비슷하다고 한다. 이중 쇠솥과 쇠솥을 덮고 있는 항아리가 인상적인데 고구려 무사들이 쌀을 쪄서 밥을 해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야외전시장은 아차산에서 출토된 유물을 기반으로 상상의 건축물을 구축했다. 먼저 ‘거믈촌’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四神) 중 북방의 현무를 숭상하는 마을을 뜻한다. 이 공간은 고구려대장간마을의 회의장소로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벽면에는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나타나 있는 현무를 사방에 그려 넣었다. 현무는 거북과 뱀이 합쳐진 형상으로 냉철함과 지혜를 뜻한다. 둥글게 이어진 방들 가운데 있는 마당에서 역시나 둥글게 뚫린 지붕으로 하늘을 볼 수 있다. 한쪽 옆에 둥글게 생긴 건물이 하나 더 붙어 있는데 지붕이 덮인 넓은 공간으로, 영화 ‘안시성’에서 양만춘과 수장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다. 

독특하게 생긴 고구려 가옥들을 지나다보면 ‘담덕채’가 나온다. ‘담덕’ 광개토대왕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평범한 고구려 가옥의 온돌을 볼 수 있다. 고구려 온돌은 오늘날처럼 방 전체를 데우는 것이 아니라 방안에서 불을 지펴 일부분만을 데우는 쪽구들 형태로, 아궁이에서 불을 지펴 취사를 하는 동시에 구들을 덥혀 난방의 기능도 했다고 한다. 

마을의 중앙에는 대장간마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2층짜리 대장간이 위치한다. 대장간에는 화덕에서 풀무로 공기를 불어넣어 쇠를 녹이고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칼 등의 모양새를 주조하는 시설들이 구비됐다. 달구어진 쇠는 망치로 두들기고 담금질을 반복한 후에야 제품으로 탄생한다. 또 지름이 7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물레방아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장간 아래 쪽으로는 ‘연호개채’가 있다. 고구려인은 언제든지 말을 타고 나갈 수 있는 입식 생활을 선호했다고 하며 오늘날처럼 칸막이로 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장막으로 공간을 구분했다고 한다. 연호개채에 들어가면 쪽구들을 놓은 곳, 큰 탁자와 의자들을 놓아 접대할 수 있는 곳, 평상이 놓인 공간 등을 볼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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