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 일본의 상응조치 없다면 문제소지 여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 일본의 상응조치 없다면 문제소지 여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3.13 09:40
  • 호수 86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정부가 한일관계의 최대 난제인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한국 주도로 풀겠다는 해법을 발표했지만 일본 기업의 참여가 없다 보니 일부 피해자 측이 반발해 완전 해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고령화와 한일, 한미일 간 전략적 공조 강화의 필요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대승적 결단’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미완의 해결안은 정부가 추진하는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에도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는 지난 3월 6일 행정안전부 산하에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을 설립하고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 3건의 원고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로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두 피고 기업이 배상 의무를 지게 됐지만, 일본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끝났다고 완강하게 버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의 경우에도 원고 승소가 확정되면 동일한 방식으로 판결금 등을 지급할 예정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한다. 여기엔 포스코와 한국도로공사, KT&G 등 16개 가량의 국내 청구권 자금 수혜자 기업들이 기여금을 낼 기업들로 꼽히고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5명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지연이자까지 약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번 해법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력에 걸맞은 우리의 주도적인 그리고 대승적인 결단”이라며 “정부가 이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고 책임감을 가지고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애초 시작점이 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지원단체와 법률대리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 판결로 배상금을 내야 할 일본 기업은 쏙 빠지고 우리나라 기업이 대신 돈을 마련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사과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과와 관련해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등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언에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

1998년 선언 발표 이후 자민당 주류의 역사 인식 후퇴 등 일본 사회가 상당히 우경화돼온 흐름을 고려할 때, 현 기시다 내각이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 측 일각에서 ‘강제동원에 대한 사실 인정’ 등이 담긴 사과를 요구해 온 점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교부는 해법 발표 이후 원고들에게 직접 제3자 변제에 따른 판결금 수령 의사를 묻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 수령에 동의하지 않는 원고들과는 또 다른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해법 제시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한·일 과거사 갈등을 뒤로하고 관계 정상화를 위한 길고 어려운 과정에 이제 막 들어섰을 뿐이다. 거센 논란과 반발 속에서 출발한 만큼 더욱 끈질기고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은 이제 일본으로 넘어갔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제시한 해법을 넘겨받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향적 조치로 호응해야 한다. 진심을 담아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일본 기업들의 배상 및 기금 마련 참여도 그 규모와 범위를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