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호 대한노인회 충남 청양군지회장 “어르신들 체면 접고 집에서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야”
전석호 대한노인회 충남 청양군지회장 “어르신들 체면 접고 집에서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3.13 10:18
  • 호수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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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경로당 환경 개선 등 공약 대부분 실현

노인회와 지자체가 유대 관계 깊어져 예산 등 지원 잘 받기 기대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정성을 다하면 돌 위에도 꽃이 핀다’는 속담이 딱 어울릴 듯싶다. 대한노인회 충남 청양군지회는 군청을 상대로 한 끈질긴 설득 끝에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이란 숙원사업을 해결한 것이다. 

전석호(73) 청양군지회장은 “회장님들 무보수로 수고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우를)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작년에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군수께 ‘이거 드려야 한다, 드려야 한다’고 계속 말씀 드려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활동비 인상과 관련해 군청과 꾸준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 지회장은 이를 비롯해 선거 당시 공약을 대부분 실현해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제자립도가 하위에 속하는 군 재정에도 불구하고 노인복지 증진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대단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청양군민은 3만130여명, 노인인구는 1만1200여명이다. 청양군지회에는 10개 읍·면 분회, 308개 경로당, 회원 9800여명이 있다. 전석호 청양군지회장은 운곡면장, 농림식품과장 등 30여년 군청 공무원을 지냈다. 청양군지회 대치면 분회장, 사무국장(2014~2018년), 충남연합회 감사 등을 지냈다. 2022년 4월에 17대 청양군지회장에 취임했다. 다수의 장관 및 도지사 표창을 수상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경로당 회장님들을 지역봉사지도원으로 위촉해 5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지역봉사지도원은 경로당 시건장치, 화재예방 등의 항목을 담은 활동일지를 일주일마다 작성하는데 그게 번거로운 면이 있어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군수께 이 자리를 빌어 저를 포함해 경로당 회장님들의 고마워하는 마음을 전한다.”   

-첫 번째 공약이 노인일자리 확충이다.

“군 전체 노인일자리는 2000여개로 노인회와 복지관, 시니어클럽, 재가노인지원센터 등 네 곳에서 나눠서 한다.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많은 920여개 일자리를 하고 있다.”

-주로 어떤 일자리인가.

“경로당 이용률이 12월부터 3,4월 사이에 가장 높다. 같이 식사도 하고 프로그램 참여도 하며 재밌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 기간에 불편이 없어야 한다. 경로당 급식과 경로당 안팎의 청소 등 관리에 450여명이 투입된다.”

-일부에선 노인일자리 배분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자리가 어떤 데는 몰리고, 또 좀 살 만한 노인에게 돌아가는 반면 진짜 필요한 사람은 참여하지 못하는 걸 보고 적재적소에 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일자리 취지에 입각해 문제를 해소했다.”

-경로당 입식이 대세이다.

“그것도 공약 중 하나로 경로당 환경개선의 일환이다. 허리가 아픈 어르신들이 앉고 서는 데 따른 고통을 덜기 위해 의자와 탁자를 들여 입식 생활로 바꾸는 것이다. 경로당이 크면 문제가 없겠지만 작은 경우 탁자와 소파가 방 하나를 다 차지해버려 여러 사람이 함께 요가나 노래교실을 할 수가 없다. 예산 문제도 있고 해서 경로당 여건에 맞게 개별적으로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전석호 청양군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전 지회장 왼편이 최한규 사무국장.
전석호 청양군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전 지회장 왼편이 최한규 사무국장.

-공약 중 경로당 보조금 집행 간소화도 눈에 띤다.

“경로당 회계 문제로 총무 하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보조금 정산이 그만큼 번거롭고 복잡해서다. 도비와 국비 합쳐서 나오는 냉·난방비는 일정액 미만은 양곡비로 돌릴 수 있지만 운영비는 군비 100%라 남는 경우 반납해야 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어물어물하다 다 쓰지 못하고 50만원 가량 남는 수가 있다. 군청에다 이 돈을 반납하지 않고 이월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지만 회계법상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가 3월 중순과 말경, 두 번으로 나눠 전체 경로당 총무를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경로당 관리를 비롯해 보조금 사용 방법, 정산 등 운영 전반에 걸쳐 상세하게 안내하는 교재도 준비했다. 회계 분야 경력자들로 하여금 자기 차로 경로당을 순회하며 교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노인대학을 하나 더 늘렸다고.

“지회에서 해오다 장소가 좁아 정산면 행복센터에 노인대학을 추가 설치했다. 청양·정산노인대학 두 곳의 총 인원이 200여명이다.”

-청양은 인구소멸지구라는데.

“인구가 줄지도 늘지도 않는 상태이다. 군수께서 골프장 건립, 산업단지 유치등을 통해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노력을 많이 하신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공공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건강검진센터를 개소해 65세 이상 노인층 대상의 무료혈액검진으로 질병 조기 발견과 치료시스템을 구축했고, 6대 암 무료검진으로 암 검진율 또한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양하면 구봉광산 붕괴 사고 당시 16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양창선씨가 떠오른다.

“그분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한때 구봉광업소가 전국의 금 생산 중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들었다. 지금도 많은 금맥이 매장돼 있지만 현지인들이 반대하고, 무너진 탄광을 복구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다.”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면장 할 때 면사무소 창고에 양곡을 비축해놓았다가 수급자에게 나눠주곤 했다. 무거운 쌀을 집까지 들고 갈 수 없는 여성 어르신을 대신해 승용차로 집까지 배달해주기도 했다. 경로당 회장 중에 당시 이장 하셨던 분들이 지난번 선거에 도움을 많이 주셨다(웃음).”

-지회장 선거에 나오게 된 계기는.

“공직을 마치고 우연히 기회가 닿아 취업센터장으로 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사무국장 시절 타 지회 행사에 초청 받아 갔을 때 그곳 지자체에서 선물도 주는 등 노인회에 신경 많이 쓰는 걸 보고 한편으론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단체장들로부터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예우 차원에서도 그렇고, 보조사업도 그랬다. 지자체와 노인회가 활발히 교류해 유대가 깊어져 예산 지원 등이 잘 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그 역할을 내가 사무국장 시절 해 본 것들이고, 또 내가 하면 좀 잘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제언한다면.

“정관이 수시로 바뀌어 혼란스럽다. 정관 개정 시 숙고해주기를 바란다.”

전석호 청양군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기 관리를 잘 하는 노인이 돼야 한다”며 “과거 습관에 젖어 체면 차리기보다는 밖으로 나와 프로그램 참여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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