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31] ‘백색 옷 입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평민에 해당
[한국의전통色이야기 31] ‘백색 옷 입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평민에 해당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3.13 11:24
  • 호수 8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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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착백의설(好着白衣說)

조선 사람은 백색 옷 입기를 좋아한다는 말(東人好着白衣說)은 문자 그대로 말 일 뿐이다. 한국사에는 상류층은 유색 옷 입기를 좋아하여 사치풍조가 만연했다는 기록이 많다. 

상류층은 색깔 있는 옷 좋아해

◎동방은 오행 목(木)의 방향에 있으므로 색(色)은 마땅히 청(靑)색을 숭상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옷을 바꾸어 백(白)색 모시옷을 겉에 많이 입으니 백색(白色)을 금하도록 건의했고, 문관과 무관이 조정에 나아가 임금을 뵈올 때와 회동할 때에는 회(灰)색과 백색(白色)의 사용을 금했다.<고려사> 

◎옛사람이 이르기를 ‘별의 색깔이 밝기를 잃는 것과 백의(白衣)는 오랑캐의 조짐’이라 하였다. 지금부터 조회 때 너희들이 먼저 색깔 옷을 입는 것이 마땅하다.<태종 11년> 

◎『소학(少學)』에 사람의 자식이라면 관(冠)과 옷은 순전히 소(素)색이 아니라고 했다. 동인호착백의설(東人好着白衣說)이 있지만 부모가 있는 사람이 백의를 착용하고, 또 백모와 백관을 착용한다면 상(喪) 중에 있는 사람과 같으니 이 또한 세상이 변한 것이다. 백모와 백관을 무역해 오는 사람은 모두 엄금할 것이며,<인조 26년> 

◎조정 신하와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는 흑색 옷을 입고, 백색 옷은 입지 못하게 하였다. 동방사람은 예로부터 백(白)색을 숭상해서 국법에는 비록 백색을 금지하는 법이 있었지만 그대로 관습이 되어 변경하지 못했는데, 상께서 이것을 고치고자 하시니 마침내 이에 제도를 정한 것이다.<현종 12년> 

◎동쪽에 있는 우리나라는 나라를 세워 인(仁)을 베풀었는데 만약 한(漢)나라가 적(赤)색을 숭상한 것에 비한다면 어찌 인(仁)을 따르지 않겠는가? 우참찬(이덕수)은 단지 옛 역사책만 보았을 뿐 근래의 폐단은 살펴보지 못한 것이다. (......) 오늘날 세상의 도의가 각박하고 살아가는 백성들은 쓸쓸한데 조정의 위에서는 어질고 후덕한 풍습을 듣지 못하니 이때에 인(仁)을 숭상해야 하는가, 백색을 숭상해야 하는가? 근래 인심이 들뜨고 경박해져 남(藍)색을 백(白)색으로 바꾸는 것은 반드시 장차 뒤섞여 어지러울 것이니 서울과 지방에 일러 깨닫도록 하라.<영조 14년> 

“백색 옷 즐기는 것은 폐단” 

◎사람들은 간혹 말하기를 기성(箕聖: 기자 조선을 건국한 箕子를 높여 부르는 칭호)이 조선에 올 때 그 또한 백색을 입었으니 이것이 우리 동방의 풍속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 후세 사람들은 기성(箕聖)의 가르침은 본받지 않고 단지 그 옷만 좋아하니 어찌 잘못이 아니겠는가? 『예기禮記』에 그 색은 각각 사철에 따라 다르다. 더군다나 조선은 동방이다. 이것으로써 추정하면 청(靑)색을 숭상했겠는가? 백(白)색을 숭상했겠는가? (......) 이다음에 유자(儒者)가 천담복(淺淡服)을 입고 과장에 들어오면 일정 기간 동안 과거를 보지 못하게 하라.<영조 43년> 

◎임금이 근시(近侍) 신하는 반드시 청포(靑袍)를 입는 것이 마땅하다 하시니 신하가 우리나라 사람은 백색 입기 좋아하므로 고치기 어려운 뿌리 깊은 폐단이라 하였다.<정조 5년>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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