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공공미술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7.02 10:26
  • 호수 1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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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결성 후 지역아동센터 벽화 봉사
▲ 공공미술에 참여한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수업시간 작업한 ‘그래피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6월 30일 서울 강동구민회관의 한 강의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20여명이 종이에 그린 문양을 가위로 오리고 칼로 잘라 낸다. 오려낸 그림을 다시 마분지 위에 덧대고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렸다. 알록달록 꽃과 하트, 사람 얼굴, 글자 등 각양각색의 작품이 탄생됐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공공미술에 도전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다. 공공미술은 도시의 공원에 있는 조각이나 벽화 등 공공장소에 대중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방식으로, 작가의 창조적인 발상과 표현기법이 두드러진다.

이날 수업은 공공미술 수업의 일환인 '그래피티'(graffiti) 체험이 있는 날. 그래피티는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린 그림이다. 이날은 그래피티 경험이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문자나 기호, 인물 등을 이용해 창의적인 문양을 그려 넣어 오려 낸 뒤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보는 시간을 마련한 것.

태극기 모양을 색다르게 변형한 심규영(65‧서울 강동구 성내동)씨는 “사실적인 표현은 재미 없다”며 “나만의 독특한 발상을 태극기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된 공공미술 수업은 서울시가 어르신들의 특성을 살려 마련된 어르신 특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꿈꾸는 청춘예술대학’ 일환으로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이 수업은 10월 말까지 매주 2차례씩 진행된다.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들에게 공공미술은 낯선 영역이었다. 이들 가운데 아마추어 미술가도 있지만 대다수가 교사, 공무원, 자영업, 회사원, 한의사 등 공공미술에 경험이 없다.

전직 한의사인 이운선(66‧서울 성북구 정릉동)씨는 “처음엔 생소한 작업이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앞으로의 수업도 기대가 크다” 말했다.

어르신들에게 공공미술에 대한 정의를 이해시키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공공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고도아트 김윤주 대표는 “공공미술 분야라는 낯선 활동을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컸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작업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호응도 좋고, 차후 활동에 대한 욕구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공공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가 ‘관찰하기’다. 자신은 물론 주변인물, 사물 등을 관찰하는 기법을 배우며 자연스레 표현방법을 익혔다. 정형화된 미술교육의 틀을 깨기 위한 시도가 계속됐다.

또한 벽화체험 등 공동작업 등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는 공부도 병행했다. 특히 벽화체험은 어르신들에게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평소 벽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이문현(65‧경기 여주)씨는 “첫 벽화작업이 있던 날 날씨가 더워 고생은 했지만 벽화 하나로 동네가 아름답게 변화된 모습에 마음이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자치센터, 유치원, 아동센터 등에서 벽화 제작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 어르신들은 이달 중 동아리를 구성, 다양한 형태의 벽화작업을 익혀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낡은 외벽에 벽화를 그려 넣는 것을 비롯해 조각, 리폼, 게시판 작업 등의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업이 종료된 10월 이후에는 동아리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구청과 연계해 나갈 방침이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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