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경영’ 민낯 보여준 한진 조현민, 초고속 승진 이어 등기임원까지
‘족벌경영’ 민낯 보여준 한진 조현민, 초고속 승진 이어 등기임원까지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3.03.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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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특혜 의혹, 경영 성과는? “정통 물류 관련 성과 태부족”우려도
조현민 사장(사진=연합뉴스)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총괄 사장(사진=연합뉴스)

2018년 4월 ‘물컵 갑질’사건 논란 장본인 
기업가치 훼손한 재벌 총수일가 경영 복귀
고속 승진 관행 반복…비판의 목소리 여전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한진그룹 오너가 3세인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대표이사 사장이 한진 사내이사에 오른다. 지난 9일 한진은 전날 공시를 통해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고 밝혔다. 한진은 현 노삼석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조 사장을 사내이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확정했다.

조 사장이 한진그룹 내 상장사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3년생인 그는 한진그룹 오너가 3세로, 현재 한진그룹을 이끄는 조원태 회장의 동생이다. 

조 사장은 지난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로 활동했던 그는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대행사 직원에게 물이 든 컵을 던졌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조 사장은 대한항공 전무 등 그룹 계열사에서 맡고 있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으나 이듬해 6월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한진에 합류한 조 사장은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2021년 1월에는 부사장, 지난해 1월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20년 12월 한진의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부사장으로 이름을 올렸고, 약 1년 만인 2022년 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 내에선 기업 가치를 훼손한 재벌 총수 일가가 아무렇지 않게 경영에 복귀해 고속 승진하는 식의 관행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사장은 책임의 무게가 더 큰 법인데, 그룹 일가란 이유로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않고 승진시키는 관행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재벌가라고 해도 경영진에 대해선 검증하는 체계를 구성해달라고 지금껏 요구해왔는데, 한진그룹은 조금도 대안을 내지 않았다”면서 “경영 복귀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고 해도, 이번 승진은 ‘족벌 경영’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 사장의 이사회 진입 시그널은 이미 감지된 바 있다. 올해 여러 차례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조 사장은 지난 2월초 4차례에 걸쳐 한진 보통주 약 4500주를 장내매수했다. 0.03%였던 조 사장의 한진 지분은 0.06%로 늘어났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 지분은 0.03%다. 당시 한진은 조 사장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책임경영 강화 및 주주가치 제고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한진은 대한항공과 더불어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한진그룹 내 국내법인 11곳, 해외법인 10곳에 출자해 해당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5041억원, 영업이익은 994억원을 기록했다. 

조 사장은 물류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를 통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친환경 포장재 ‘그린와플’ 개발을 주도하는 등 참신한 시도들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통 물류 관련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조 사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12월 열린 영화 백일몽 시사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책임영역에 관한 문제도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한진은 “조 사장은 노 사장과 함께 국내외 물류 인프라와 자동화 투자, 국외 거점 확대 추진과 수익원 확대 등에 집중해 지난해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면서 “2025년까지 아시아 대표 물류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비전 2025 실현을 위해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해 책임경영을 구현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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