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나라

그렇고 그런 수많은 날들 중에
한순간 이렇게 반짝 불 들어오면
그 온기로 평생을 살아
내내 환하고 따뜻하고 찌릿찌릿해서
나는 그걸 추억이라고 불러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맞이한 어느 아침. 어느 것 하나 환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을 것 같은 무채색의 날들 속에 반짝하고 태양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전혀 예기치 않게 온 몸이 떨리며 세상이 환해지는 그런 순간을 살면서 몇 번은 경험해 보는 것인데 우리는 그걸 추억이라고 한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기억은 절대 잊히지 않고 잊을 수도 없는 그런 것. 삶을 환하게 행복하게 하려면 이런 추억을 많이 가져야 한다. 며칠 전 봄비가 오고 오늘 아침 동강할미꽃이 일제히 꽃을 피웠다. 쪼그려 앉아 보고 있노라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왜일까? 어쩌면 다시 봄이 오고 꽃들이 다투어 피는 걸 볼 때마다 오늘 아침 보았던 동강할미꽃의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 내내 꺼내보게 될 것 같다. 사소한 어느 하루가 특별한 날이 되었다. 소소한 행복이 올해의 봄을 열고 있다. 태양의 나라에서.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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