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죽음학회 월례포럼… 한국 장묘문화의 현황과 발전방안
■ 한국죽음학회 월례포럼… 한국 장묘문화의 현황과 발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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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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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없는 금수강산 화장문화의 몫

급변하는 장묘관행… 제도는 거북이 걸음
선진국의 국민의식·시설 등 벤치마킹 필수

박복순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불안 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바람일 것이다. ‘한국죽음학회’는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어 온 ‘죽음’의 문제를 부각시켜 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철학을 기반으로 사회적 담론을 끌어내고자 월례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노년시대는 학회의 발표 내용을 지면에 공개해 ‘죽음’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지난달 30일 연세대 신학관에서 열린 제4회 월례포럼에서 박복순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이 발표한 ‘한국 장묘문화 현황과 발전방안’에 대해 정리한다.

 

‘묘지강산을 금수강산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전통적인 매장위주의 장묘문화를 화장위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다.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이하 장개협)에서 8년째 활동하고 있는 박복순 사무총장(서울보건대 장례지도학과 교수)은 “우리나라 장묘문화의 변화는 불과 몇년만에 가히 혁명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변화됐다”며 “90년대 이후 묘지로 인한 여러 사회적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정책의 변화 및 시민단체의 장묘문화 개선관련 활동 등의 영향도 컸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회적 변화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즉 도시화, 핵가족화 국제화 등으로 인한 사회변화가 장묘문화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출산율을 세계 평균과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유엔인구기금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발간한 ‘2005 세계인구현황’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22명으로 전세계 평균인 2.6명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즉 조상의 묘를 돌볼 후손이 거의 없게 되는 현실에서 과거의 장묘관행을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지키도록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박 사무총장은 “따라서 요즘 기성세대들에게 과거와 같은 전통을 기대하지 못할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부담을 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사회적,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 장묘관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그 요인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국민들의 빠른 의식변화와 달리 법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박 사무총장의 지적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화장위주로 급격히 바뀌게 되면서 화장, 납골 시설의 공급부족과 석물위주로 조성되고 있는 납골묘의 문제점, 사설납골당의 난립으로 인한 문제, 장묘문화의 지나친 상업주의 등 매우 부정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묘지의 면적 축소 및 시한부 매장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장묘문화의 빠른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미비하고 법의 실효성도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장시설 수요 폭발, 예약 못할 경우 장례기간 연장되기도=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3년도 말 기준으로 전국 화장률은 46.38%로 5년전인 98년도 화장률 27.5%와 비교하면 대단히 빠른 변화다.

 

또 지난해는 전국 화장률이 50%를 상회할 정도로 급격히 증가해, 이제 화장은 종교를 뛰어넘어 모든 계층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사무총장은 “그러나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은 화장을 미리 예약하지 못할 경우 3일장을 못 치르고 장례기간을 연장하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고, 또 최근에는 성묘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납골묘 조성이나 산골을 하기 위한 개장유골의 화장이 성행하고 있어 화장시설 부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2004년도처럼 윤달이 든 경우는 개장유골 화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비한 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화장장 신설을 추진 중에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고,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서는 예산확보의 어려움까지 겹쳐 화장장 확충이 용이하지 않은 실정이다.

 

불법 설치되는 납골시설, 환경 파괴 요인=최근 가족·문중 납골묘가 성행하면서 무분별하게 불법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형 석물위주로 조성되고 있는 납골묘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될 경우 매장묘지보다 더 심각한 환경 파괴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또 종교시설을 빙자한 일부 사설납골당들은 운영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용자의 피해 및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골칫거리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박 사무총장은 “이에 따라 최근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들 중 기존의 공동·공설묘지 재개발을 통해 묘지확보 및 납골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며, “경남 남해군과 부산시의 경우 공설묘지 내에 평장식 납골묘를 조성하고 있는 등 다양한 납골시설의 개발 및 시설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땅이라도 매장시 관할관청 신고해야=“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바뀌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지역에 따라서는 매장관행이 주를 이루고 있어 묘지의 확보도 필수적”이라고 박 사무총장은 말한다.

 

매장을 원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설묘지나 재단법인 또는 종교법인 등이 운영하는 사설묘지를 이용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가족, 종중산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공설묘지 내 매장묘지 공급은 중단됐고, 그밖의 집단묘지들도 묘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또 농촌지역에서는 벌초의 편리를 위해 도로변의 경작지를 묘지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크게 늘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불법묘지가 양산되고 있다.

 

특히 현행 법규상 자신의 경작지에 매장을 할 경우 한달 이내에 관할관청에 신고해야 하나 전국적으로 신고 건수는 2~3%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사무총장은 “자신의 땅이라도 매장할 경우 관할관청에 신고하도록 현행 법률이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묘지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의 실효성 확보와 화장문화의 빠른 정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묘복지 실현, 선진국민의식 중요=한편 최근에는 화장 이후 보다 빠른 자연회귀를 추구하는 장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바다나 산 등에 화장유골을 흩어버리는 산골(散骨)이나 큰 나무 주변에 묻는 수목장(樹木葬) 등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런 화장유골의 자연친화적 처리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제도의 보완 및 시설과 운영에 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박 사무총장은 “세계의 장묘문화는 각 나라마다 자연환경, 역사, 종교, 문화 등 사회적 배경에 따라 장묘관행과 시설 제도 등이 다양하므로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제도, 시설, 국민의식 등에서 많이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하며 “다각적인 면에서 이에 대한 벤치마킹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장묘문화는 그 나라의 복지수준 및 삶과 죽음에 대한 국민의식 수준과 상관관계가 크다”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은 장묘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묘시설의 안정적 공급과 장묘관련 법률의 실효성 확보 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추진 의지와 국민들의 선진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췌·정리=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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