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부족… 인권위도 확대 권고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부족… 인권위도 확대 권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3.27 09:21
  • 호수 86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학대피해노인이 증가하고 있지만 가해자들과 분리돼 생활해야 하는 공간인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한 쉼터의 모습

최대 4개월간 지내며 보호·상담 등 지원… 퇴소 후 양로원 연계

학대피해노인 증가에 비해 쉼터 부족 전국에 19곳… 확대 시급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사별 후 아들과 함께 살게 된 최영숙(가명‧75) 어르신. 처음 얼마간은 괜찮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아들이 실직한 후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전부터 술을 마시면 폭력성을 드러냈던 아들은 음주량이 대폭 늘어난 데다가 급기야 이를 말리는 최 어르신에게 폭언을 일삼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발생했다. 최 어르신은 학대 가해자인 아들과 따로 지내야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최 어르신처럼 학대 행위자와 격리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한 기관이 있다.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다.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이하 쉼터)는 학대피해노인을 학대 행위자와 분리해 일정 기간 보호하면서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피해노인이 입소를 희망하거나,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학대피해노인의 동의하에 입소를 요청할 경우 가능하다. 입소가 결정되면 건강검진을 받은 후 최대 4개월까지 지낼  수 있다. 재입소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연간 총 6개월을 이용할 수 있다. 쉼터 퇴소 후에도 원래 가정으로 복귀가 어려운 피해노인은 지정된 전국 양로시설로 연계해 입소를 지원한다. 

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피해노인을 보호하면서 숙식 제공 등의 생활을 지원한다. 또 피해노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전문심리상담 등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대 행위자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률적 사항의 자문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 지방변호사회 또는 법률구조법인 등에  협조‧지원을 요청한다. 이와 함께 학대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치료를 위한 기본적인 의료비를 지원하고, 학대 재발 방지와 원가정 회복을 위해 학대 행위자에게도 전문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매년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증가함에도 이러한 시설을 비롯한 학대 피해 노인을 위한 기관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접수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7년 6105건에서 2022년 1만1918건으로 최근 5년 동안 약 95%가 증가했다. 이 중 가해자의 노인학대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된 사건도 같은 기간 2017년 1089건에서 2823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송치한 노인학대 사건을 학대행위 유형별로 보면 신체적 학대가 82.2%(2320건)로 가장 많고, 정서적 학대가 두 번째로 많은 9.4%(266건)를 차지했다.

이에 대응해 노인학대 신고 접수와 현장 조사, 응급조치 등을 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37개소가 있다. 단, 2020년 기준으로 노인보호전문기관 직원(상담원) 1인당 접수하는 신고 건수는 62.4건이고, 상담 횟수는 672.2건에 달하는 등 업무 과부하 상태에 있다. 즉, 제대로 된 지원은커녕 응대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직원들은 학대로 판정된 사례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학대사례를 접수하고, 기존 사례의 사후관리 업무까지 하는 것을 고려하면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쉼터 역시 부족하다.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쉼터 설치·운영은 모두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사업이다. 노인학대 사건이 전국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많은 서울 지역에도 쉼터는 1곳뿐이다. 

전체로 보더라도 2016년 16개소에서 지난해 19개소로 5년 동안 3개가 늘었고, 쉼터 대다수가 입소 가능 인원이 최대 5인에 불과하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국회에서 계류 중인 ‘학대피해노인의 권리보호와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복지부에 “학대피해노인 누구나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각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설치를 확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쉼터 1곳당 관할하는 노인 수는 평균 47만명으로 인구대비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쉼터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