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갑석 대한노인회 서울 광진구지회장 “깨끗한 환경에 볼거리, 먹거리 많은 경로당 만들련다”
황갑석 대한노인회 서울 광진구지회장 “깨끗한 환경에 볼거리, 먹거리 많은 경로당 만들련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3.27 11:27
  • 호수 8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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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남 배려에 앞서 가족에 폐 안 끼치는 건강한 인격체 돼야       

일자리 알선해준 노인에게 ‘정말 고맙다’ 말 듣는 순간 보람 느껴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다들 무슨 골프다 하면서 그런 거만 얘기하는데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경제적인 도움이다.”

지난 3월 17일, 황갑석(80) 대한노인회 서울 광진구지회장이 지금의 노인에게 절실한 건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자립’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즉 운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행복감을 갖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경제적 뒷받침이 가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지회장 하면서 우리 주변에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많고, 그들에겐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광장로의 광진구지회에서 만난 황 지회장은 “환경이 깨끗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이 많고, 먹거리도 부족하지 않는 경로당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광진구 인구는 33만7000여명, 노인인구는 5만여명이다. 대한노인회 서울 광진구지회에는 100여개 경로당, 회원 3800여명이 있다. 황갑석 지회장은 30여년 공직에 몸담았다. 경로당 회장, 대한노인회 광진구지회 감사,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21년 7월에 9대 광진구지회장에 취임했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많다고 했는데.

“충분히 노후 대책을 못한 노인들이 60~70%는 된다. 노후에도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지만 일자리가 그걸 따라가지 못한다. 공공일자리는 기초연금 수급자에 한하고 액수도 용돈벌이에 불과해 제대로 된 일자리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의 경력을 활용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의 전기 배선 일을 할 경우 보수도 많은 것으로 안다. 지회가 일자리를 확보해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인일자리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

“올해 250명이 참여한다. 주요 일자리는 경로당급식도우미를 비롯해 수업이 끝난 교실 등을 청소하는 학교청소도우미 등이다.”

-경로당 보조금 수준은.

“한 곳 당 연 500여만원 수준이다. 구청에서 경로당에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정수기를 교체해주고, 계단·화장실 안전손잡이와 현관 보조의자를 설치해주고, 연차적으로 테이블, 의자도 보급하고 있다. 지회도 장판을 새로 깔아주는 등 환경개선에 지원해주고 있다.”

-아파트경로당이 어느 정도인가.

“아파트경로당과 구립경로당이 반반씩이다. 아파트경로당 중에도 지은 지 오래된 경우는 시설이 열악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공약에 경로당 회장, 총무 활동비 지급을 약속했는데.

“지난 코로나 사태 때 한시적으로 경로당 회장에게 보조금 정산수당이란 명목으로 10만원씩 드렸다가 지금은 중단됐다. 서울의 4~5개 구 지회가 (경로당 회장)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경로당 회장에 10만원, 총무에게 5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황갑석 광진구지회장(앉은 이)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뒷줄 맨 왼쪽이 박정원 사무국장.
황갑석 광진구지회장(앉은 이)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뒷줄 맨 왼쪽이 박정원 사무국장.

황 지회장은 “관내에 큰 공원(어린이대공원)과 건국·세종 등 두 개 종합대학교가 있는 관계로 세수가 적어 당장은 실현이 어렵지만 임기 내에 꼭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경로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로부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또 학교 청소 일자리를 소개해준 60대 후반의 노인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을 때이다.”

-제주 서귀포시지회와 유대 관계를 갖는다고.

“우리 회원들이 제주의 농산물을 구입하고, 서로의 교환 방문을 통해 친교도 쌓기를 희망한다. 서귀포시지회장이 바뀌고 코로나까지 겹쳐 시행하지 못했는데 올해부터 왕래를 할 계획이다.”

-경로당 프로그램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로당은 깨끗한 환경에 볼거리, 먹거리,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울시의 경로당복지파트너, 건강보험공단의 건강백세운동교실 강사 등 50여명이 키오스크·스마트폰 활용법, 노래교실·치매예방체조 등을 경로당에 제공하고 있다.”

-공직생활을 오래 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처음에 전매청에서 회계를 전문으로 했다. 체육부가 창설되자 그리로 자리를 옮겨 1986서울아시안게임 유치 당시 예산편성 작업을 했다. 대회가 급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한 교육부 예산을 끌어다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등 국제 규모의 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경로당 회장으로 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어떻게 봉사했나.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로당에 회원이 10명도 안 되고, 별 재미도 없다는 등 운영이 잘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제가 환경도 좀 깨끗이 하고 먹을거리도 갖다놓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그럼 ‘한 번 (회장)해보라’고 했다.”

황 지회장이 경로당 회장을 맡은 이후로 회원이 30명으로 늘었고 분위기도 달라졌다. 그는 “자기가 사는 지역의 경로당에 가지 않고 우리 경로당에 나오는 노인이 있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노인인구 1000만 시대, 노인의 역할이라면.

“신체·경제적 자립이 제일 중요하다. 남 배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남에게 폐 안 끼치는 건강한 인격체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에 항상 유의하고, 일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서울연합회에 제언을 한다면.

“경로당 보조금의 대부분을 부식비가 차지한다. 요즘 물가 인상으로 반찬이 시원찮아 일부 회원들이 집에서 반찬 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 현상을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연합회가 나서서 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조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황 지회장은 서울시가 25개 구 지회장들에게 지급하는 어르신지역봉사수당을  100만원으로 인상하는데 기여한 고광선 서울연합회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대해선.

“김호일 중앙회장께서 열심히 하시는 건 잘 알지만 성과가 안 보여 실망이 크다.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대한노인회 특수법인 건도 보면 이해관계가 얽힌 노인 단체들의 집단적인 저항이 심하다. 어떤 일을 할 때 사전에 유사단체의 실무자와 협조하고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았을 때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데 말부터 앞서니까 항상 공수표가 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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