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32] 조선 백자는 술항아리·술그릇 등에 쓰여
[한국의전통色이야기 32] 조선 백자는 술항아리·술그릇 등에 쓰여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3.27 13:12
  • 호수 8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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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白磁)①

조선시대에 제작된 백자항아리 중에는 국보 또는 지방문화재로 등록된 것들도 있는데 그 이름은 ‘백자대호’(白磁大壺) ‘백자 달 항아리’, 그 색명은 ‘유백색’(乳白色), ‘담청백색’(淡靑白色) 등으로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색명은 한국사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용어들이다. 백자는 백자항아리와 같은 자기(磁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일본서 온 것도 많아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기록되어 있는 여러 가지 백자들은 일본에서 바친 것, 중국에서 보낸 것, 조선에서 만든 것,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일본 것은 백자완(白磁椀, 주발), 백자다완(白磁茶椀, 차주발)이고 둘째, 중국 것은 백소자기(白素磁器), 백자청화대반(白磁靑花大盤), 백자반(白磁盤), 백자화종(白磁畫鍾, 술그릇), 백자영양다종(白磁羚羊茶鍾), 백자파다병(白磁吧茶甁)이며 셋째, 조선에서 만든 것은 백자장본(白磁獐本, 장군), 백자종(白磁鍾), 문소전(文昭殿)과 휘덕전(徽德殿)에 쓰는 백자기(白磁器) 등이다. 

『세종실록』, 『오례의(五禮儀)』의 ‘흉례서례’(凶禮序例) 중에 자기(甆器)로 만든 주병(酒甁), 주준(酒尊), 잔(盞), 밥그릇(飯鉢), 덮개 있는 자기(甆器) 등과 특히 ‘가례서례’(嘉禮序例)에 구름과 용무늬가 가득하고 뚜껑이 있는 백자(白磁) 청화주해(靑花酒海) 준작(尊爵, 술항아리)은 선으로 그려진 그림으로만 보아도 명품 같다. 

◎백자준(白瓷尊, 술그릇) 2개를 성균관에 하사하셨다.<성종 2년> 

◎백자기(白磁器)는 진상(進上)과 이전에 구워서 만든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부터 공적이든 사적이든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세조 12년> 

◎백자배(白磁杯, 술잔)를 승정원에 하사하시고, (......) 이 술잔은 맑고 티가 없어서 술을 따르면 티끌이나 찌꺼기가 다 보인다. 

박제가 “거칠게 많이 만든다” 비판

조선에서 만든 백자(白磁)들은 오늘날 우리들이 한국미의 전형으로 예찬하는 백자와 다른 특성을 가진 백자들로 추정된다. 

1945년 이후 조선의 백자를 예찬한 대표적인 글은 ▷“불 속에 구워 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하도다.”<백자부(白磁賦)1947> ▷“온화한 백색과 유려한 곡선, 넉넉하고 꾸밈없는 형태가 고루 갖추어진 항아리로 국보 백자호와 비교되는 대표적인 백자항아리”<2021, 구글> 등이다.

그러나 정조 때 박제가의 북학의(北學議) 내용을 보면, 농업보다 백공기예(百工技藝) 등 상공업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특히 조제남조(粗製濫造)의 국민습속을 비판하고 거칠게 만든 물건의 입시(入市)를 반대했다는 점은 이러한 예찬과 비교하여 주목할 만하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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