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는 日 역사 교과서… 한·일 관계 정상화 ‘퇴색’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는 日 역사 교과서… 한·일 관계 정상화 ‘퇴색’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4.03 09:26
  • 호수 8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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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한일 정상이 회담을 열고 양국관계 정상화와 미래 발전을 모색하기로 약속한 지 약 2주 만에 일본이 교과서로 역사 왜곡을 강행해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오는 2024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149종의 교과서가 심사를 통과했다고 3월 28일 밝혔다. 외교가에 따르면, 초등학교 3~6학년이 사용할 주요 사회 교과서의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기술에서 ‘징병’ 표현이 ‘지원’, ‘동원’ 등으로 수정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강제동원 관련 기술에서는 강제성을 드러내는 표현들이 약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서적은 기존의 ‘강제적으로 끌려와’라는 표현을 ‘강제적으로 동원돼’라고 바꿨다. 다른 교과서에서는 ‘조선과 중국에서 많은 사람을 끌고 와 힘든 노동을 시켰다’는 등의 표현으로 ‘강제’, ‘동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조선인 병사가 오와 열을 맞춰 앉아 있는 사진에는 ‘지원해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이라고 기술했다.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하고 일제가 징병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독도에 대해서는 지도를 활용해 ‘다케시마(독도)가 일본 고유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어 일본이 항의하고 있다’는 요지의 내용을 강화했다. 특히 그간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표기한 일부 교과서도 모두 ‘일본 고유영토’라고 표현을 강화·통일한 것이 눈에 띈다. 

고유영토란 역사상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가 된 일이 없는 영토를 뜻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7년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등의 지침을 내려 ‘다케시마가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점을 다룰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독도를 일본 영토에 포함시킨 시각 자료도 적극 활용했다. 일본의 영토, 영해, 영공과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표시한 지도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며 일본의 EEZ와 영해에 포함하는 식이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무리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하며 주한 일본대사관 대사 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일제 강제동원 기술에 대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동원 해법 결단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10여일 만에 일어난 일이어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한·일 관계가 최악이던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 시절의 각의(국무회의) 지침에 따라 집필된 것이기는 하더라도 과거사 왜곡이 지나치다. 

한·일 정상회담에선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구축’에 공감해놓고 미래 세대에게는 군국주의 치부를 숨기고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란 명분이 참으로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제3자 변제’에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 화이트리스트 복원 등 일본에 양보만을 거듭했다. 그러나 일본 총리는 강제동원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외무상은 사실 자체를 아예 부인했다. 역사는 부인한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사 왜곡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역사 왜곡을 반박할 수 있는 충실한 자료와 일관된 원칙을 통해 일본의 교묘한 조작에 대응해야 하며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일 때까지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일본이 진정으로 양국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덧칠하는 행태를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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