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지회장 “화목한 경로당은 중요사항을 회원들과 민주적으로 결정해”
정영주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지회장 “화목한 경로당은 중요사항을 회원들과 민주적으로 결정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4.03 09:31
  • 호수 8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로당에 나와 어울려야 건강도 유지…“시에서 경로당 홍보 해주길” 

경로당 회장 활동비·운영비 인상에 노력…실현되면 회원도 늘어나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경로당 회장 활동비, 경로당 운영비(보조금)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하면 경로당 회장 할 사람도 많아질 것이고 회원도 늘 것이다.”

3월 28일, 정영주(85) 대한노인회 경기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지회장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정 지회장은 “최근 고양시의회 측에서 ‘경로당 문제점이 무어냐’고 묻길래 이 같은 내용으로 답했다”며 “만약 그런 요구가 해결이 안 된다면 시에서 경로당 홍보라도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즉, 지회 차원에서의 경로당 홍보는 제한적이라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경로당에 많이 나오라고 시에서 안내문이나 아파트관리사무소 방송 등을 통해 홍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고양특례시 일산동구 인구는 29만5000여명, 노인인구는 3만6000여명이다. 일산동구지회에는 148개 경로당, 회원 5500여명이 있다. 정영주 지회장은 예비역육군소장으로, 육군사관학교 및 국방대학원을 나왔다. 한미연합군사령부 전략차장, 육군36사단 부단장,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육사·고려대· 국방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 포상, 보훈훈장 등을 수상했다. 대한노인회 중산5단지 경로당 회장과 중산분회장을 거쳐 지난 1월에 취임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가 노인회 현안이 됐다.

“대한노인회 고양시의 3개 지회(일산동구·일산서구·덕양구 등)는 ‘실버보안관’이라는 명목으로 경로당 회장들에게 월 5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경로당 문단속, 소독 등을 비롯해 회원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환경조성의 일을 한다. 이 액수를 1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지난 선거에서 공약했다.”

-공약 실현은 잘 되고 있는지.

“며칠 전 고양시의회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활동비 인상 얘기를 꺼냈고 시의장으로부터 ‘당연히 해드리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와 함께 경로당 운영비(보조금)도 현재 경로당 한 곳 당 60만6000원을 7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로 5만원은 부족한 것 같다.

“모자라는 건 당연하고, 사기마저 저하된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일부 회원 중에는 (회장이 활동비를)받는 것만 생각하고 ‘밥을 사라’ 등 잡다한 요구를 한다. 회장 입장에선 차라리 그 돈 안 받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정 지회장은 “실제로 나가보면 경로당 회장 할 사람이 없다”며 “활동비를 20만원으로 인상하면 젊은 사람도 회장 하겠다고 나설 것이고, 경로당 분위기도 젊어져 일거양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로당 운영비가 인상되면 회원도 늘 것 같다.

“그렇다. 운영비는 그대로인 채 사람만 자꾸 들이겠다면 기존의 회원들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식비는 그대로인데 사람 수가 늘면 부실해지지 않겠나. 회원만 늘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게 운영비도 올라야 한다. 그렇게 되면 회원배가운동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노인복지 연구하는 이들에 따르면 2040년에 노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되며, 그들 대부분이 경로당에 나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운영비가 100만원까지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더라.”

정영주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정 지회장 뒤편이 박용만 사무국장.
정영주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정 지회장 뒤편이 박용만 사무국장.

-노인종합복지관 한쪽을 지회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 복지관이 코로나 전에는 하루 2000명 가까이 이용할 만큼 규모가 크다. 대한노인회가 처음부터 이런 복지관을 위탁 받아 운영했으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노일일자리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경로당에 2명씩 지원되는 중식도우미 등 올해 520명을 하고 있다. 우리만의 일자리를 창출해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연구를 많이 한다. 외국의 경우 ‘시니어 에이드’라고 해서 우리의 노노케어와 전문 요양보호사의 중간쯤 되는 일자리가 있는데 그런 것도 참고할 만하다. 청소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목욕도 시켜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무실 벽에 걸린 슬로건은 무언가.

“노인들 세계엔 다툼이 많다. 왜 그렇게 싸움이 많은지 그걸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직원들과 같이 만들어본 슬로건이다. 경로당 회장 하면서 가장 잘 한 것이 회원 확충 그런 것보다는 다툼을 없애 평온한 분위기의 경로당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웃음).”

‘화목한 경로당을 위한 우리의 다짐’이란 제목 아래 ▷경로당 이용 시 경로당 회장의 지시와 통제에 따른다 ▷민주적으로 결정한다 ▷회원들과 공유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역지사지 등의 5개 실천항목이 적혀 있다. ‘역지사지’의 세부 내용으로 ‘회원 간 상처 주는 말 사용하지 않고 예쁜 말 사용하기’가 들어있다. 또 ‘주요사항은 회원들과 같이 의논하여 민주적으로 결정한다’는 항목도 눈에 들어왔다.

-왜 군인의 길을 선택했는지.

“6·25를 치르고 난 청년들 의식의 바탕에는 공산당과 싸워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각오 같은 것이 깔려 있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어차피 군대는 가야 하니까 그럴 바엔 육사에 들어가 전쟁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본 기억은.

“1961년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던 박 대통령이 최전방을 지키는 소위들을 육군본부로 불러 군 생활의 힘든 점을 물었다. 제 명찰을 보고 ‘정영주 소위’라고 읽는 모습에서  이웃의 형님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제가 ‘산에서 땔감 구해오고, 비오면 ‘토막사’(흙으로 지은 군인 막사) 보수하느라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고 시간이 좀 지나자 ‘막사를 벽돌과 시멘트로 지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경로당에서 노인의 날에 식사하러 나오라고 해 처음 가봤다. 젊고 군 출신인 점에서 투명하게 운영할 것을 기대해선지 회원 된지 1년 후 회장으로 추대 받았다.” 

-노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말에는 말씨, 말투, 말씀 등 세 형태가 있다. 좋은 언어 습관은 ‘말씨’를 잘 뿌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성경 말씀’처럼 감동을 전하는 사람의 말은 말씀이라고 한다. 말을 할 때 역지사지에서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영주 일산동구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노인종합복지관 대강당을 같이 쓰다 보니 노인대학 수업을 금요일에만 할 수밖에 없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며 “임기 중에 지회 단독건물을 마련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