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4주년 맞은 대한노인회… 어디로 가나
창립 54주년 맞은 대한노인회… 어디로 가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10 09:04
  • 호수 8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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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법에 매몰된 2년6개월… 존경받는 대표 노인단체 ?
중앙회, 백세시대 취재 봉쇄  대한노인회 중앙회는 3월 31일 제2차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백세시대 관계자의 출입을 막는 언론탄압을 자행했다. 중앙회는 사전에 이런 조치와 그 이유를 본지에 알린 적도 없이 공식 행사 취재를 원천봉쇄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중앙회 정문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가운데 직원이 출입을 막고 있다.
중앙회, 백세시대 취재 봉쇄. 대한노인회 중앙회는 3월 31일 제2차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백세시대 관계자의 출입을 막는 언론탄압을 자행했다. 중앙회는 사전에 이런 조치와 그 이유를 본지에 알린 적도 없이 공식 행사 취재를 원천봉쇄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중앙회 정문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가운데 직원이 출입을 막고 있다.

김 회장 ‘법안 3월 통과 호언장담’ 무색… 여타 노인단체 비난만 불러

언론에 재갈 물리고 취재 방해… 전체 노인권익보다 수익사업 골몰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2년 6개월간 ‘대한노인회법’에 매몰돼 중앙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데다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노인지도자들과 노인회 임직원들이 우려하고 있는 말이다. 창립 54주년을 맞은 대한노인회는 지난 1969년 4월 15일 노인의 권익신장, 복지증진, 봉사활동 등을 통한 사회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0월 19일 김호일 회장이 당선된 이후 중앙회는 대한노인회법에만 몰두한 나머지 설립 정신에서 벗어나고 존경받는 노인대표단체의 이미지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연합회‧지회가 대한노인회 이미지 제고에 헌신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최근에는 동반자 관계였던 백세시대에 재갈을 물리려 취재조차 막고 방해하는 마이웨이식 ‘불통’ 행보를 이어가며 비판받고 있다.

◇블랙홀 된 대한노인회법

현재 중앙회가 대내외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 배경에는 2011년 제정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대노지원법)이 가지는 상징성과 효과를 무시하고 김 회장 임기 내 ‘대한노인회법 통과’라는 공약 실현에만 매몰돼 다른 안건을 등한시한 데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까지 대한노인회법의 3월 통과를 호언장담했지만 불발됐다. 대한노인회법은 김태호 의원 등 19인(김태호법)에 의해 2021년 5월 발의됐다. 김태호법은 4월 현재까지 소관위에 계류돼 사실상 폐기수순이다. 지난 3월 8일에는 김원이 의원 등 61인(김원이법)이 같은 이름의 법안을 발의하며 꺼져가던 불씨는 살렸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통상 법안이 발의되면 통과까지 1년 6개월~2년 가량이 걸린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 전체 법안의 평균 처리기간은 577.2일이다. 정부안의 평균 처리기간은 412.9일, 의원안의 평균 처리기간은 624.1일로, 의원안은 1년 8개월 이상 걸렸다. 

여야가 힘을 합쳐 빠른 처리에 동의한다고 해도 한국노인복지관협회 등 타 노인단체의 거센 반발이라는 거대한 난관이 남아있다. 실제로 김태호법의 경우 여타 노인단체가 총력적으로 맞서면서 통과가 사실상 불발됐다. 

김원이법은 김태호법에서 큰 반발을 산 65세 이상 당연가입과 대한노인회법 제정 시 대노지원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아 중복 지원 문제를 보완했지만 이번에도 즉각 반발을 사고 있다. ‘대한노인회법안 반대 연대모임’(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외 47개 단체)은 3월 21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의실에서 김원이법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한노인회법안 반대 활동에 나선 것이다. 또 4월 3일 현재 국회입법예고에는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이 5000건이 넘게 달려있는데 대부분 반대일 정도로 거센 저항에 부딪혀 있다.

◇전체 노인권익보다 수익사업 골몰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대한노인회를 선배단체로 모시고 따랐지만 김호일 회장 출범 이후 지대추구(별 노력없이 기득권 추구)를 하는 단체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대한노인회가 54주년을 맞아 돈이 아닌 사회 봉사를 위해 힘썼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반대를 모두 뚫고서 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최초 내용에서 대부분 크게 후퇴해 대노지원법보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최초 김태호법은 김 회장의 공약 중 핵심인 △65세 이상 모든 노인 당연가입 △연합회장‧지회장 업무수당 월 100만원 지원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의무 설치 등 대부분을 포함한다. 김태호법 비용추계서에서도 중앙회장을 비롯한 연합회장‧지회장에게 월 100만원의 업무수당을 매달 지급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김원이법은 여기서 상당 부분 후퇴했는데 대표적으로 연합회장‧지회장 활동비 지급이 큰 폭으로 축소됐다. 해당 법조항 문구는 유사하지만 비용추계서에는 활동비가 100만원이 아닌 중앙회장 65만원, 연합회장 40만원, 지회장 15만원으로 총 지급액이 6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지회장이 100만원을 이미 지원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되레 퇴보한 것이다.

또 중앙회‧연합회‧지회 직원 보수에 대한 근거 조항도 그대로 남아있지만 단일호봉제는 요원해보인다. 현재 중앙회와 연합회, 지회 간 직원들의 임금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직책마다 급여를 지급하는 재원이 제각각이어서다. 단일호봉제가 힘을 얻으려면 지급 재원을 적어도 국가로 분명하게 해야 하지만 국비 또는 지자체비로 두루뭉술하게 표시했다. 이럴 경우 결국 지자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대노지원법에 비해 나아진 점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한 노인회 관계자는 “현재 노인회 직원 간 임금 차가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을 지자체비로 지원해서인데, 대한노인회법에서 국비로 명시되지 않는 한 가난한 지자체는 결국 처우가 개선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태호법에서 김원이법으로 넘어가면서 강화된 게 있는데 바로 수익활동이다. 김태호법 제21조에서는 △노인복지시설 운영사업 △교육‧홍보‧출판사업 △장의업‧상조업‧관광업‧추모공원조성운영사업 △그밖에 설립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정관으로 정하는 사업 등이었다. 그런데 김원이법으로 넘어가면서 △신문‧방송사업 △노인 대상 체육시설 운영사업 등이 추가됐다. 

대한노인회의 주목적인 노인의 권익신장과 복지증진과도 맞지 않는 과도한 수익사업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연합회‧지회의 성취와 대조적

중앙회는 2010년대 초만 해도 친목단체 수준에 머물렀던 대한노인회를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아주는 어르신 단체로서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노지원법 제정으로 조직을 강화하고 ‘부양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라는 혁신적인 슬로건을 내세워 국가적인 큰 행사에서 앞장서 여론을 이끌어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제주 세계 8대 경관 선정, 북핵폐기 1000만인 서명운동, 통일나눔펀드 조성,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서 판매 가능하게 약사법 개정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반면에 2020년 김호일호 출범 이후 중앙회 주력사업이 사라지거나 후퇴한 점을 들며 중앙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중앙회가 자체 예산을 들여 시작한 노노케어 시범사업이 정부 지원 재능나눔 사업으로 발전했었는데, 2022년부터 노인자원봉사와 통폐합돼 사라졌고, 자원봉사사업 역시 공모사업으로 크게 후퇴했다. 

반면에 이 기간 전국 연합회‧지회는 노인 권익신장에 앞장서며 이미지 제고에도 성공하면서 크게 대조적이다. 중앙회와 별개로 각 연합회와 지회는 각종 봉사활동과 성금 모금 활동 등을 통해 존경받는 노인상을 만들어오고 있다. 경로당행복도우미 도입, 경로당여가박람회 개최 등을 비롯해 최근 진행된 튀르키예 성금 모금, 경기 안성시지회의 출산장려금 전달 등은 ‘역시 노인회’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백세시대에 재갈 물리고 취재 방해 ... 중앙회 출입 금지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중앙회가 점차 폐쇄적인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회는 중앙회 홍보지를 만든 이후 노골적으로 취재 방해 행보를 펼치고 있다. 중앙회 홍보지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본지에는 공정하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본지에서 보도자료를 받지 못해 여러 취재원을 통해 취재하고, 교차검증까지 거쳐 작성한 기사를 “악의적 편파보도”라며 논리에도 맞지 않게 부정하기도 했다. 특히 대한노인회 발전을 위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3월 31일 열린 2차 이사회에서 본지 관계자들의 중앙회 출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을 자행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게 말이 되냐”, “공정위 등에 신고해 꼭 바로 잡아라”라는 중앙회 이사진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보통 기업이나 협회에서 사보나 홍보지를 만들어도 보도자료는 공정‧공평하게 배포한다”면서 “최근 청와대가 MBC가 취재 제한 조치를 강행했다 많은 비판을 받고 결국 원상복귀된 가운데 대한노인회 중앙회가  그 이상의 행동을 자행하는 것은 언론을 겁박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회가 대한노인회 정신 되살려야” 환골탈태 목소리

이에 전국의 노인지도자들은 중앙회가 이제라도 잘못된 방향에서 돌이켜 존경받는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A지회장은 “올해 2차 이사회에서 김 회장이 노인지원재단 기금을 마음대로 쓰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현재 중앙회의 현주소”라면서 “중앙회가 과도하게 수익 확대에 골몰하는 모양새인데 뚜렷한 성과도 없는 만큼 대한노인회 설립 목적에 맞게 방향을 수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B연합회장은 “중앙회가 표류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귀를 틀어막은 불통 행보”라면서 “대한노인회의 앞날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안건은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협의하고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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