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배가 70%쯤 찼을 때 밥숟가락 놔라”
[창간 기획] “배가 70%쯤 찼을 때 밥숟가락 놔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4.10 10:52
  • 호수 8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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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전문의가 가르쳐주는 장수 식사법

일본의 당뇨병 전문의 마키타 젠지는 “혈당치 때문에 우리는 살찌고 늙고 죽는다”고 주장한다. 혈당을 잘 조절해야 살도 안찌고 빨리 늙지도 않고, 암·심장 질환 등으로 사망에 이르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마키타는 38년 동안 20만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장수에 좋은 음식과 식사법을 체계적으로 완성했고 그 결과를 ‘식사가 잘못 됐습니다’  (더난출판)라는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의 중요 부분을 발췌해 소개한다.


칼로리 30% 줄인 기아 상태에 가까울 때 장수유전자가 활성화

만병의 근원인 비만, 과도한 탄수화물 때문…혈당 조절이 중요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며 비만의 원인은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때문이다. 비만은 높은 혈당치가 만든다. 살이 찐 것은 기름진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혈당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혈당치를 올리는 것은 전적으로 탄수화물이며 지방이나 단백질은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 버터를 잔뜩 바른 스테이크를 마음껏 먹는 것보다도 한 병의 음료수가 혈당치를 급격히 올려 비만을 초래한다. 거꾸로 혈당치를 낮출 수 있다면 고기를 먹든 튀김을 먹든 살이 찌지 않는다. 살찐 사람에게 의사가 살을 빼라는 말을 하는 건 비만이 뇌·심장 질환, 암, 치매 등 무서운 질병과 모두 관련이 있어서다. 

▷AGE(최종당화산물)가 노화의 주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포도당과 산소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우리는 죽는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노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포도당과 산소가 결합함으로써 물과 이산화탄소와 에너지가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포도당이 원인인 당화, 산소가 원인인 산화라는 나쁜 작용이 일어난다.

당화와 산소는 둘 다 우리 몸을 여기저기 손상시키고 노화시킨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당화와 산화의 원인이 되므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늙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산화는 몸이 녹스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껍질을 벗긴 사과를 그대로 두면 표면이 갈색으로 바뀌는 것은 산소와 닿아 산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이 우리 몸에서도 일어난다. 

팬케이크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식욕을 돋우는 맛있는 냄새가 나지만 실제로는 이 현상이 좋은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당화이며 우리 몸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당화는 단백질이나 지질이 포도당과 결합함으로써 품질과 성능이 떨어지는 반응을 말한다. 단백질이나 지질이 포도당과 결합하면 AGE(최종당화산물)이라는 나쁜 물질이 생긴다. 이거야 말로 온갖 나쁜 질병과 노화 현상의 주범이다. 

AGE는 단백질이나 지질을 변성시킨다. 이를테면 피부의 콜라겐이 변성을 일으켜 주름이나 기미를 만들고, 혈관의 단백질이 변성되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쉽게 터진다. 즉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AGE가 쌓인 상태인 검버섯이나 기미는 피부의 그을음인 셈이다. 

▷식초·레몬은 AGE를 줄여줘

AGE는 체내에서도 만들어지지만 한편으로 식품에도 포함돼 있다. 특히 노릇노릇 타서 그을린 음식에 많이 들어있다. 참고로 당뇨병 검사에서 당화혈색소는 AGE의 초기 반응 물질이다. 

포도당이 단백질이나 지질과 결합한 찌꺼기를 측정함으로써 과거 1~3개월에 혈당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결국 늙고 싶지 않다면 AGE를 줄여야 한다.

AGE는 조리법에 따라 줄일 수 있다. 가령 같은 양의 연어를 먹더라도 날로 먹을 때보다 튀겨 먹을 때 이것이 급증한다. 가장 좋은 것은 날로 먹는 것이고 다음이 삶거나 데치는 것이 좋다. 굽거나 튀길수록 점점 AGE가 늘어난다.

감자튀김도 집에서 직접 튀긴 것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것이 AGE의 함유량이 높다. 패스트푸드점에선 더 높은 온도에서 튀기기 때문이다. 

소시지도 제조업체에 따라 만드는 과정이 달라 AGE의 함유량이 달라진다. 식초가 혈당치의 상승을 억제할 뿐 아니라 식품 속의 AGE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생선을 먹을 때 기름으로 튀긴 상태라면 AGE의 수치가 상당히 높지만 생선을 식초를 섞은 소스에 절여 먹으면 AGE가 감소한다. 

날고기를 그대로 그릴에 구우면 AGE의 양이 약 5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굽기 전에 식초에 재우면 이것의 양을 절반 이하로 떨어트린다. 식초 대신에 레몬즙을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회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은 AGE가 늘지 않도록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육류는 대부분 익혀야 한다. 조리할 때 식초나 레몬을 사용하면 AGE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식초는 혈당치와 AGE를 억제해주는 매우 우수한 식재료이므로 평소에 식탁에 상비해놓고 조미료 대신 두루 사용하자.

▷초콜릿은 노화를 방지

노화를 방지하는 물질로 잘 알려진 폴리페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레드와인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의 항산화 작용은 프랑스인에게 심장 질환이 적다는 사실의 근거로 여겨진다. 안토시아닌은 블루베리에도 많이 들어 있다. 콩에 많은 이소플라본은 두부나 낫토, 두유로도 섭취할 수 있다. 커피나 홍차에 들어 있는 타닌, 녹차의 카테킨 역시 항산화 작용이 강력한 폴리페놀의 일종이다. 양파, 감귤류, 메밀에는 루틴이, 초콜릿에는 카카오폴리페놀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레드와인보다 10배나 많다. 나도 매일 거르지 않고 초콜릿을 먹고 있다. 초콜릿은 그 성분 비율이 매우 중요하다. 카카오 함유량이 70%가 넘는 쌉싸름한 맛의 제품을 고르자.

후추, 산초, 강황, 파프리카, 카옌후추, 커민, 칠리파우더, 월계수… 이런 향신료에는 대부분 AGE를 억제하는 작용과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다. 카레는 탄수화물이 많아 혈당치를 올리므로 카레는 밥 위에 얹어먹기보다는 요리 소스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부나 관절에 효과가 있다는 콜라겐을 보충한다고 젤라틴이 많은 음식을 권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콜라겐은 입으로 먹으면 효과가 없다. 입안으로 들어간 콜라겐은 소화가 돼 모두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흡수되므로 몸속에 남아 있지 않는다. 지방을 먹었다고 배에 지방이 늘어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콜라겐을 먹었다고 몸속의 콜라겐이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 몸속에 있는 콜라겐은 모두 몸속에서 합성된 것이므로 합성 단계에 필요한 성분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양소를 고려하는 지적인 식생활을 꾸려가야 한다. 

▷신석기인도 먹던 견과류 먹자

미국에서는 히말라야원숭이를 이용해 장수에 관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윤리 문제 때문에 인간에게는 하지 못한다. 그 결과 배가 부를 때보다 칼로리를 30% 줄인 기아 상태에 가까울 때 장수유전자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탄수화물은 에너지원으로 서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성분이다. 그래서 되도록 아껴 쓰는 것이 생명체의 기본 구조이며 그것이 조금밖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 처하자 본래 지닌 생명력이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장수유전자가 활성화되려면 반드시 배가 70% 쯤 찼을 때 식사를 끝내고 혈당치가 기준치 안에서 안정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음식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80세 이상 노인 중 치아가 20개 이상 남아 있는 사람이 반수가 넘는다는 뉴스가 있다. 씹는 행위는 단순히 음식물을 잘게 부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뇌에서 다양한 지령이 내려져 위와 췌장 등 소화 흡수에 관련된 모든 장기가 몸으로 들어오는 음식물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일련의 작업을 멋들어지게 해치우는 것이다. 씹고 있기 때문에 뇌의 만복중추에서 이제 충분히 먹었다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데 이 신호가 늦어지면 과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딱딱한 것을 먹자. 신석기인도 먹었던 견과류,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붉은 살코기, 작은 물고기 등 씹는 힘이 필요한 먹거리를 먹으면 우리 몸이 갖고 있는 힘이 되살아날 것이다. 에너지 음료를 즐겨 마시는 건 생명체로서 쇠퇴하고 있는 증거이므로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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