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기후변화로 빈발하는 산불… 국민적 경각심 일깨우고 진화장비도 개선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기후변화로 빈발하는 산불… 국민적 경각심 일깨우고 진화장비도 개선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4.17 09:18
  • 호수 8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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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최근 봄철 산불 발생이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벌써 올해 들어 441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이는 지난 10년간 같은 시기 평균적으로 발생한 산불 건수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산림청에 따르면, 아직 4월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산불 발생은 지난해(756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산불 평균 발생건수(536.8건)와 비교해봐도 81% 수준에 달한다. 

100㏊ 이상의 대형 산불 또한 지난 2013~2021년 매해 1~3건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만 해도 경남 하동·합천, 전남 순천·함평, 경북 영주와 충남 홍성, 강원 강릉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났다. 산림청이 1986년 산불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단기간 내 가장 많은 대형 산불이 발생한 셈이다.

올해 유독 잦은 산불의 원인은 건조한 봄 날씨가 한몫했다. 지난달 전국 평균 강수량은 28.7㎜로 평년 강수량(56.5㎜)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비가 내린 날(강수일)은 3.6일로 평년보다 4.3일 적었다. 역대 3월 강수일 중 가장 적은 것이다.

더불어 봄 더위까지 겹쳤다. 올해 3월 전국 평균기온은 9.4도로, 기상 관측망을 전국으로 확대한 1973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 평균기온보다 3.3도 높은 수치다.

비가 적게 내리면서 산림을 포함한 대지가 바짝 마른 상태에서 고온이 이어지다보니 전국 각지 산에 있는 낙엽과 잡목 등이 작은 불씨에도 바로 불이 붙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강릉 산불은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고온 건조해지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피해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양간지풍(양양군과 고성군 간성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부는 바람)이 불어닥친 것이 피해를 더 키웠다.

여기에 수년간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봄철 축제 등이 일제히 재개되면서 산지 등에 상춘객이 몰려 산불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다.

산불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실화 등 인재인 경우도 많다.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산림자원과 인명·재산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키는 등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다. 매년 봄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산불을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마침 이번 강릉 산불과 하동 산불은 비가 내려 불길이 잡혔다. 21세기에 비가 와야 꺼지는 불이라면 인재에 가깝다. 

산불 진화헬기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산림청 소속 헬기 48대 중 32대는 제조된 지 20년이 넘었고, 30년 이상 된 헬기도 11대에 달한다. 산림헬기 48대의 평균 연식은 약 23년이다. 또한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담수량 5000ℓ 이상의 초대형 헬기가 필수적이지만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초대형 헬기는 7대에 불과하다. 

이는 비싼 가격과도 연관 있다. 초대형 헬기는 550억원, 대형 헬기는 250억원 가량이다. 아무래도 고가이기 때문에 일시에 대량으로 도입하기엔 적잖은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산불로 인한 천문학적 재산피해를 눈 뜨고 당하는 현실에선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산불을 조기 발견해 신속히 진화하기 위해서는 감시 인원이나 초소를 늘릴 필요가 있지만 드론이나 열화상 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우리 산림의 40% 가까이 되는 침엽수림을 불에 강한 활엽수림으로 바꿔 조성하자는 전문가 제언도 장기 과제로 미룰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 32%가 입산자 실화 탓이었다. 이외에도 밭·논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담뱃불 부주의처럼 조심만 했다면 피할 수 있는 산불이 많았다. 

산림당국이 예방활동을 벌인다고 해도 국민들의 관심과 경각심 없이는 산불을 막을 수 없다. 우리의 소중한 산림이 속절없이 잿더미가 되는 재앙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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