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대창기업, 법정관리 신청 '후폭풍'…신탁사 발등에 불
중견 건설사 대창기업, 법정관리 신청 '후폭풍'…신탁사 발등에 불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3.04.20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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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창기업 줌(ZOOM) 파크 아파트(사진=대창기업 홈페이지)
대창기업 줌(ZOOM) 파크 아파트(사진=대창기업 홈페이지)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최근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중견 건설사 대창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견 건설사가 법인회생 신청을 하면서 지방 중소 건설사 등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창기업은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회사가 제출한 보전처분 신청서와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 등을 검토한 뒤 회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창기업은 1953년 설립된 중견 종합 건설사로 아파트 브랜드 ‘줌(ZOOM)’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10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창기업은 지난해부터 공사 미수금과 유동부채가 크게 늘면서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창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3508억원으로 전년(2610억원) 대비 34.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74억원에서 60억원으로 급감했다. 2021년 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5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이 기간 차입금은 570억원으로 전년(110억원) 보다 460억원 가량 급증했고, 미청구공사 금액도 지난해 200억원 대에 달한다. 미청구 공사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공사미수금이 증가하면서 회사가 쌓은 대손충당금은 2019년 18억원에서 지난해 93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대창기업은 진행 중인 다수의 부동산 발주 공사도 문제다. 대창기업이 시공을 맡은 주요 사업장으로는 ▲다산 월드메르디앙 엔라체 신축공사 ▲전남 장흥 줌파크 ▲신경주역 더메트로 줌파크 ▲안양 생숙 신축공사 ▲공주 유구 줌파크 ▲김포양곡 행복주택 아파트 등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교보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등 부동산신탁사들이 발주한 사업장으로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통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시공 능력을 상실해 신탁사는 대체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기한 내 준공을 못하게 되면 ‘책임준공 약정’을 맺은 신탁사에까지 배상의무가 생기는 등 여파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창기업을 조합원으로 둔 건설공제조합은 법정관리가 결정될 경우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는 현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 건설사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건설업의 줄도산 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월 시공능력평가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시공능력평가 133위이자 범현대가 정대선씨가 최대주주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백세경제]에서는 대창기업 측에 법정관리 신청의 정확한 이유와 법정관리가 결정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공사 현장과 관련해 대책이 마련 돼 있는지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질의하려 했으나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위기는 다른 중소 건설사도 마찬가지”라며 “지난해부터 우려했던 지방 및 중소업체의 줄도산이 현실화되기 전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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