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심정지 가장 많은데 “위급상황 대비 경로당 AED설치는 필수”
어르신 심정지 가장 많은데 “위급상황 대비 경로당 AED설치는 필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24 09:18
  • 호수 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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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은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
소방관이 수원 세류2동 데시앙아파트경로당에서 심폐소생술교육 등을 진행 중인 모습.
소방관이 수원 세류2동 데시앙아파트경로당에서 심폐소생술교육 등을 진행 중인 모습.

광주광역시·인천 등 4% 미만… 경남 등은 100곳 중 1곳도 안돼

농어촌은 경로당이 마을의 중심… “골든타임 지키기 위해 확대해야”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오는 5월 11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는 ‘충남 어르신 심폐소생술 경연대회’가 개최된다. 노인 심정지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어르신에게 심폐소생술을 보급해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해 11월과 12월 공주와 홍성의 경로당서 80대 노인이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15개 시·군에서 지역별 예선을 거쳐 선발된 어르신들이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그런데 이와 달리 심폐소생술만큼이나 중요한 자동심장충격기(AED)의 경로당 보급이 현저히 떨어진데다가 의무설치 장소도 아니어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AED는 심정지로 쓰러진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박동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게 하는 기기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차, 여객 항공기, 20톤 이상 선박, 공동주택, 다중이용시설 등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1년 급성심장정지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심정지 발생 사례 절반 이상(53.3%)이 70세 이상에서 나타났다. 또한 ‘2016~2018년 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에서는 급성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7.4%였지만 AED 사용 시 생존율은 44.1%까지 급상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로당의 경우 AED 설치 의무 장소에 해당하지 않아 사실상 지자체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설치율이 낮은 실정이다. 지난 2018년 경로당을 의무설치기관으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게다가 AED 1대당 설치비용이 200만원을 훌쩍넘어 높은 편인데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배터리와 패드를 교체해야 해 별도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아 복지 차원에서 선뜻 설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낮은 설치율로 연결된다. 대표적으로 광주광역시의 경우 전체 1360곳 중 AED가 있는 곳은 28곳(2.05%)에 불과하다. 인천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천 경로당 1538곳 중 AED가 설치된 곳은 54곳(설치율 3.5%)에 불과했다. 경로당이 마을 중심지에 위치한 농어촌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3월 현재 강원도는 경로당 3279곳 중 AED가 설치된 곳이 84곳(2.6%)에 그쳤고 경남도는 7533개소 중 39곳에 불과해 1%도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전북도가 6879곳 중 490개소에 설치됐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로당을 이용하는 고령층의 경우 기저질환으로 인한 심정지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AED 설치와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성주 마산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심정지는 초기 대응이 필수적이고, AED를 사용하면 생존율을 4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며 “농어촌 지역 같은 경우 AED가 설치된 관공서가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으니 마을 중심지에 있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설치돼 있으면 긴급 환자를 살리는 데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AED는 설치에 그치지 않고 정확한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면 먼저 119에 신고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AED를 가져올 것을 요청한다. 그 사이 가슴압박을 진행해야 한다. 가슴압박은 먼저 가슴의 중앙인 흉골의 아래쪽 절반 부위에 한 손을 대고, 다른 한 손을 그 위에 포개어 깍지를 낀다. 이후 팔꿈치를 곧게 펴고, 압박 시 체중이 실리도록 팔이 수직이 되게 한 후 가슴을 강하게 반복적으로 누른다. 

영아(0∼1세)는 4cm, 소아(2∼7세)는 4∼5cm, 성인(8세 이상)은 약 5cm(최대 6cm) 깊이로 강한 힘을 실어야 한다. 단, 영아는 검지와 중지를 모아 첫마디 부위로 압박한다. 횟수는 분당 100∼120회, 중단하는 시간은 10초가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

이후 AED가 준비되면 음성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 AED는 패드를 부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두 개의 패드가 구비돼 있는데, 이를 포장지에 그려져 있는 대로 환자의 가슴에 단단히 부착한다. 일반적으로 우측 쇄골 아래쪽과 좌측 유두 바깥쪽 아래 겨드랑이 중앙선에 패드를 부착한다. 

이때 환자의 옷은 벗겨야 하며, 패드 부착 부위에 땀이나 기타 이물질이 있으면 제거한 뒤에 패드를 부착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전기가 흐르며 심장에 충격을 가하는 제세동기가 환자의 심전도를 분석하는 동안 심폐소생술을 잠시 중단하고 환자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몇 초면 분석이 끝나는데, 심장 충격이 필요한 경우라면 ‘제세동이 필요합니다’라는 음성 또는 화면 지시가 이어진다. 이후 ‘제세동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음성 또는 화면 지시가 나오면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환자와 떨어지게 한 후 버튼을 누른다. 제세동을 시행한 뒤에는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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