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청년들 생명 앗아간 ‘전세사기’ 피해 … 실효성 있는 대책 내놓아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청년들 생명 앗아간 ‘전세사기’ 피해 … 실효성 있는 대책 내놓아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4.24 09:29
  • 호수 8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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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전세사기를 당해 목숨과 같은 보증금을 날리게 된 청년들의 비극적 선택이 잇따르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건축왕’이라 불리는 60대 건축업자 A(61)씨 일당에 전세보증금을 떼인 20~30대 청년들이었다. 꿈 많은 청춘들이 악덕업자의 탐욕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오전 2시 12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지인에게 발견됐다가 병원 이송 중 숨졌다. 앞서 지난 2월 28일과 4월 14일에도 인천에서 20∼30대 전세 사기 피해자 2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 모두 건축업자 A씨가 미추홀구 일대에 직접 지은 빌라나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세입자였다. 각자 전세보증금 7000~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다시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방식으로 A씨가 늘린 아파트·빌라·오피스텔은 2700채에 달한다. 

하지만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은행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A씨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아파트와 빌라가 경매에 넘어가기 시작했고,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내몰릴 상황이 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9개 군·구에서 인천 건축왕과 빌라왕·청년빌라왕 등이 소유한 주택은 3008가구이며, 미추홀구가 2523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계양구(177가구), 남동구(153가구), 부평구(112가구), 서구(32가구) 순이다. 특히 이 중 전세사기 피해가구는 미추홀구가 2479가구이며, 1523가구는 이미 경매가 진행돼 87가구는 매각된 상태다.

최근에는 동탄신도시와 인근 병점·수원 등에서 오피스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는 신고가 이어지면서 이 지역에 대해서도 수사를 착수하고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최근 전세 사기가 활개를 치자 정부는 지난 2월과 3월 전세 사기 피해 지원 대책을 연이어 내놓은 바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당장 오갈 데 없어진 피해자를 위해 시세의 30% 수준으로 6개월간 거주할 수 있는 긴급 주거를 제공하고, 대출 만기 연장과 저리의 전세대출 등 금융지원도 담았다. 

그러나 전 재산을 날릴 처지에 몰린 피해자들에게 아무리 저금리라지만 또 대출을 받으라거나, 월세를 내야 하는 주거 지원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4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대책으로 전 금융권의 경매·공매를 유예하도록 조치하고, 금융기관이 제3자에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주택 경매 때 우선매수권을 주고 저리 대출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세사기를 절대로 개인의 부주의나 과실 탓으로 돌릴 순 없다. 허술한 제도와 느슨한 감독 탓에 사기꾼과 건설업자, 부동산중개업자, 감정평가사 등이 한통속이 돼 사기를 저지를 토양을 조성해 줬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탁상 정책을 그만두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다음 피해를 복구해 줄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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