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 김동배
[백세시대 금요칼럼]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 김동배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23.05.02 10:49
  • 호수 8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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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 강한 사회

 80세에 뭘 시도하는 것에 부정적

 늙음, 질병, 죽음에 위축되지 않고

‘나’됨 확인할 수 있는 일 지속하면

 노인도 건강한 삶 유지할 수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 만났을 때 우선 나이를 알아야 기본적인 관계 설정이 된다고 생각한다. 장유유서의 유교적 전통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만큼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다. 

늙음에 대한 고정관념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80세면 많이 살았고 죽음이 임박했으니 뭘 배우거나 새롭게 시도하는 것은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노인 자신도 창의적 삶을 포기하고 주류사회의 아웃사이더 정체성을 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 많은 것이 꼭 ‘쇠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두 권의 저술을 읽으면서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건강한 삶, 나이를 따지지 않는 젊은 사회를 그려 보았다. 

#1. 신체 건강은 의식의 산물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들의 기력이 감퇴하는 것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 결과이다.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늙는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늙어가는 것에 절망을 느끼기 때문에 한층 더 빨리 늙어간다. 몸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먼저 의식을 변화시키라. 

만약 우리가 늙지 않으려는 의지를 효과적으로 발동시킬 수 있다면 인체는 자동적으로 그것을 실행할 것이다. 젊음을 유지하고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마음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상이나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의식적 신체기능 조절 기법)은 우리 몸에 유익한 생화학 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진통을 포함한 질병 치료에 플라시보(placebo, 가짜 약)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자기암시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는 활동력을 증진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사고과정에 주입함으로써 노인들의 체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 

거기다가 규칙적인 일상생활, 즐거운 취미 생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가치있는 존재라는 느낌, 베푸는 자세, 태평함, 미래에 대한 낙관적 태도 등은 노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년층이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의 노인들은 원기왕성하다. (Deepak Chopra, ‘Ageless Body Timeless Mind’, 「사람은 늙지 않는다」)

#2. ‘마음을 변화시키면 몸도 건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실험을 했다. 70〜80대  남성 노인 8명을 20년 전의 모습으로 꾸며진 옛 수도원에서 일주일간 생활하도록 하고 그 변화를 관찰했다. 뉴스, 영화, 잡지를 포함한 모든 세팅은 20년 전 시절의 것으로 했다. 

즉, 50대 중반인 것처럼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도록 꾸며졌다. 무거운 가방을 옮기고, 음식 준비와 설거지도 스스로 하게 했다. 이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 참가자들은 처음엔 어려워 했지만 실험이 끝난 후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청력, 시력, 기억력, 인지력, 악력, 관절 유연성, 자세, 걸음걸이가 현저히 향상되었다. 모두 젊어진 것이다. 

노화 의식에 관한 이 획기적인 실험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체가 아니라 신체적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임을 증명하였다. 건강한 삶을 누리는 방법은, 나이 들면 신체가 쇠락할 것이고 또 그 나이에 어울리는 행동이나 태도가 있다는 암묵적인 믿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무엇을 하기에 너무 늙은 나이라고 믿는 것은 학습된 무기력감 때문이다. 

어느 신체적 증상에 이름을 붙이면 이제 선택권은 사라지고 그 이름표가 지닌 온갖 부정적인 효과에 노출된다. 질병으로 인한 손상과 한계를 성장의 기회로 보는 사람들은 삶의 질을 높게 평가하게 된다. 어떤 암 환자는 “암은 나에게 생긴 최고의 사건이다”라고 선언하였다. (Ellen Langer, ‘Counterclockwise’, 「늙는다는 착각」)  

이 책 외에도 학계에 보고된 많은 실험 결과는 몸과 마음이 일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몸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먼저 마음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요즈음 많이 나타나는 우울증은 온갖 신체적 증상을 유발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노년기에 몸과 마음에 발생하는 질병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이 많음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을 유지하면서, 나의 약점보다 강점을 찾는 긍정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요즈음 유전자 연구에서 얻은 항노화(Anti-aging) 약이 많이 보급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늙음, 질병, 죽음에 위축되지 않고 ‘나’ 됨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정신의학계에 퍼지고 있는 명상실천이나, 종교계의 오랜 전통인 영성훈련을 배워 자족(自足)하는 삶을 사는 것도 필요하다. 오랜 친구를 만나면 어린아이처럼 놀고, 5〜10년 연하의 후배들과 교분을 나누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젊음은 강하고 아름다운 것, 늙음은 약하고 추한 것이라는 연령차별적 의식구조도 해체되어야 한다. 인구고령화가 우리 사회에 감당하기 어려운 파도를 일으키기 전에 노인들에게 교육, 노동, 여가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최근 카르멘 델로레피스라는 92세의 미국 여성 모델 겸 배우가 현역으로 활동하는 것이 매스콤에 소개되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불리어지는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라는 노랫가락에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는 비결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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