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노인사교문화 이끌어 온 '원우문화센터'
24년간 노인사교문화 이끌어 온 '원우문화센터'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7.23 13:11
  • 호수 17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주 토요일 모여 담소·노래자랑·커플게임 등 친목 다져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건강한 노년층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욕구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마땅히 할 일이나 사교의 장 또는 문화공간을 찾지 못한 어르신들은 거리를 배회하거나 우두커니 집안에서 소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홀로 된 어르신들의 경우 더더욱 외로움에 노출돼 있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젊은이들처럼 동호회 활동이나 인터넷을 통해 취미를 공유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서울에서 24년간 어르신들의 친교모임을 이끌어 온 ‘원우문화센터’가 돋보이는 이유다.

▲ 서울 신설동에서 모임을 가지는 '원우문화센터' 어르신들이 문화공연으로 마련된 장구춤을 관람하고 있다.
 1985년 서울 을지로에서 시작된 ‘원우문화센터’(이하 센터)는 매주 토요일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누고 노래자랑, 커플게임, 회원 생일잔치 등 친교의 시간을 가지며 회원들의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청량리로 센터를 옮긴 후 현재는 신설동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초기에는 친교에 머무르는 사교모임이었으나 1996년 만 50세 이상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기관으로 등록해 영어교실, 컴퓨터, 민요, 사회봉사과정 등 다양한 강좌를 개설했다. 또, 같은 해 센터 부설원우장학회를 설립, 30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고령이지만 건강을 유지하면서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연인원 3500여명이 등록돼 있으며, 현재는 약 300여명이 매주 활동하고 있다.

원우문화센터에서 활동하다 자연스럽게 홀로 된 어르신들이 짝을 맺은 경우도 많다. 최근 본지를 통해 보도된 ‘정희채 어르신의 황혼재혼기’의 주인공 정희채(78)·박혜숙(70) 어르신도 센터에서 만나 성공적인 재혼생활을 꾸리게 된 사례. 현재까지 약 200여쌍이 센터를 통해 재혼해 여러 차례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센터는 회원간 짝을 맺는 것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아 회원들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다. 7년째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관호(68) 회장은 “회원 상호간에 신뢰를 쌓으면서 활동하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지면서 서로 만남을 갖는다”고 밝혔다.

센터를 운영하는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존중. 회원들은 나이차가 있더라도 서로 하대를 하지 않으며 항상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원칙에 위배되면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친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활동을 공유하는 것도 큰 장점. 역시 지난해 본지에 소개됐던 ‘100세 발명왕’ 이명규 어르신도 창설 당시부터 활동을 해온 센터 출신이다.

마땅히 여가를 즐길만한 시설도, 문화도 부재한 상태에서 원우문화센터는 어르신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임이 있는 날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김제, 원주 등 지방에서 상경하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고 이관호 회장은 전했다.

3년째 매주 센터를 찾는다는 김계순(69·서울 종암동)씨는 “센터에 나와 친구도 만나면서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려면 끊임없이 자기계발과 자기관리를 해야 하니 자연스레 삶에 의욕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관호 회장은 “어르신들이 집에서 할 일 없이 아이나 봐주고 식재료나 다듬는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누구나 즐거운 대화상대가 필요한 만큼, 어르신들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맞는 상대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현재 매주 토요일에 모임을 갖고 있으며, 회비 1만원을 내면 음식과 장소를 제공받는다. 문의 : 원우문화센터 02-921-1500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