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특정 물질을 검사해 암을 발견하는 방법…‘종양표지자검사’ 제대로 알기
혈액 속 특정 물질을 검사해 암을 발견하는 방법…‘종양표지자검사’ 제대로 알기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5.15 15:00
  • 호수 86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암엔 ‘AFP’, 전립선암엔 ‘PSA’ 수치가 유용… 재발 유무 확인에도 활용

CEA 수치 높으면 대장암·폐암 등 가능성… 종양 크기, 악성 여부의 지표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되면 혈액검사에 포함된 ‘종양표지자검사’ 또는 ‘암표지자검사’라는 건강검진 결과지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이 항목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고, 해당 수치가 어느 정도 높으면 실제 암인지 궁금한 경우가 많다. 이에 혈액검사를 통한 암 검사의 가장 기초가 되는 ‘종양표지자검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종양표지자검사란?

암이 발생하면 특정한 물질이 혈액 내에서 증가하게 되는데 이런 물질을 ‘종양표지자’라고 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악성 종양으로 생기는 물질들이 증가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암의 검사에 보조적인 역할 또는 암 환자 치료에 대한 반응이나 경과를 보기 위해 혹은 치료가 끝난 후 추적검사로 이용되는 검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혈액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암을 발견할 수 있는 단서를 확인하거나 암의 진단과 함께 암의 예후 판정 및 재발 유무 등을 우선적으로 판정할 수 있다.

현재 종양표지자검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대표적으로 △AFP(알파태아단백) △PSA(전립선특이항원) △CEA(암태아성 단백항원) △CA19-9(암항원 19-9) 등이 있다.

이미경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이처럼 종양표지자검사는 암을 선별 진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검사이지만 암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증가할 수 있는 비특이적인 검사이므로,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마냥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추가 검사 후 정기적인 추적 관찰 및 필요에 따른 영상촬영검사와 조직검사까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암 선별에 활용되는 ‘AFP’

AFP(알파태아단백)는 간암의 종양표지자검사 지표로 많이 활용된다. 이는 태아 발생 초기에 생성돼 출생 후 8~10개월이 지나면 관찰되는 수치가 점점 감소하게 되는데, 만약 성인에서 높게 관찰됐다면 ‘간암’, ‘간경변’, ‘간염’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AFP는 원발성 간암 환자에서 상승하므로 간암의 표지자로 이용되고 있는데, 암의 진행과 함께 검사치가 상승하고 치료하면 낮아졌다가 재발이나 전이에 의해 다시 상승하기 때문에 경과를 관찰하는데도 이용되고 있다.

조영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FP는 간암의 고위험군에서 복부초음파검사와 함께 간암의 선별에 활용될 수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B형간염의 유병률이 높아서 외국에 비해 유용할 수 있다”며 “간암의 고위험군인 B형간염 환자, C형간염 환자, 간경화 환자들은 만 40세 이후부터 1년에 2회 정도 AFP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립선 질환 판별하는 ‘PSA’

PSA(전립선특이항원)는 전립선암을 판별하는 혈액검사로 전립선 상피세포에서만 합성되는 효소이기 때문에 전립선암의 선별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는 검사 지표이다.

PSA는 0~3ng/mL(밀리리터 당 나노그램)이 정상수치이고 3ng/mL 이상이면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장수지검사, 전립선 초음파, 조직검사 등을 해보는 것이 추천된다.  

이처럼 PSA 검사는 전립선특이항원이 전립선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전립선 조직에 문제가 있으면 항원 수치가 높게 나와 비교적 빠르고 편리하게 전립선암을 진단할 수 있다. 

◇대장암 등에서 수치 상승하는‘CEA’

CEA는 ‘암태아성단백항원‘으로 대장암, 폐암, 위암, 췌장암, 담도암 등 대부분의 암에서 상승하지만 간경변,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신부전 등에서도 증가할 수 있어 선별검사로서의 의미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CEA는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간으로 전이된 경우나 황달이 생기는 진행암에서 높은 수치를 나타내므로 다른 장기로의 전이나 재발의 발견 등에 효과적인 검사 지표이다.

흡연자의 경우 특히 수치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판단에 주의해야 하는데, 비흡연자는 5ng/mL이하인 경우 정상으로 볼 수 있지만 흡연자의 경우에는 비흡연자에 비해 1~2ng/mL 정도 상승할 수 있다. 

신승용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암을 비롯한 소화기암과 폐암, 간암, 부인암 등 전이된 암종에서 수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10ng/mL 이하이면 양성질환일 가능성이 높고, 20ng/mL 이상이면 악성종양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대장암의 경우 종양의 크기 및 임상 병기 결정, 예후 판정, 재발의 발견, 치료반응의 모니터링, 간으로의 전이 검색 등에 매우 유용한 지표로 이용된다”며 “전이 유무 판단에 유용하기 때문에 CEA 수치가 매우 높으면 전이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췌장암·담도암 선별하는 ‘CA19-9’

췌장암, 담도암, 담낭담관암, 위암, 간암, 대장암, 만성췌장염, 담석증, 만성간염, 간경변증 등에 의해 수치가 상승되는 ‘CA19-9’(암항원 19-9)는 소화기계 암의 진단, 예후 판정 및 재발 판정을 돕는 종양표지자검사이다.

‘CA19-9’ 정상 참고치는 검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0~37U/mL이며 췌장염, 위궤양, 궤양성 대장염 등의 다양한 양성질환에서 증가할 수 있다.

도재혁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이나 담도암에서 CA19-9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치료 후 CA19-9 수치가 다시 증가하는 것은 재발을 의심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며 “CA19-9는 암이 아니라도 여러 가지 다른 요인으로 상승할 수 있어 위, 대장내시경과 복부CT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