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 기 대한노인회 경북 포항시지회장 “국고 측면에서도 노인 나이 70세로 점진·상향해야”
황보 기 대한노인회 경북 포항시지회장 “국고 측면에서도 노인 나이 70세로 점진·상향해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5.22 10:57
  • 호수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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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회관 우여곡절 끝에 3층으로 신축…사무실 집기도 어렵게 장만 

경북도 경로당행복선생님사업 초기에 노인회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3층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5월 16일, 황보 기(87)대한노인회 경북 포항시지회장이 노인회관 신축  당시 일화를 들려주며 이런 말을 했다. 

기존의 포항시지회 노인회관은 비가 새고 안전에 위협이 될 정도로 낡아 신축이 불가피했다. 지회는 오랜 시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지자체의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관계로 결실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황보 기 지회장은 “포항시장과 시의장 등을 꾸준히 접촉했고, 이야기가 잘 돼 새 회관을 지어주기로 했지만 정작 기존 건물 층수(2층) 보다 높게 지을 순 없다고 했다”며 “내 돈을 들여서라도 하겠다고 3층으로 설계해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포항시지회의 노인회관은 외관이나 내부 인테리어 등에 있어서 도내 시·군 지회 중 가장 세련되고 쾌적하며 공간 활용도가 높은 회관 중 하나이다. 연건평 150여평, 3층 콘크리트 건물로 1층 취업지원센터, 2층 지회장실과 지회 사무실, 3층 경로당행복선생님 사무실과 노인대학 강당으로 각각 사용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인구는 50여만 명, 노인 인구는 9만8000여명이다. 포항시지회에는 629개 경로당, 회원 2만여명이 있다. 황보 기 지회장은 영남대 경제학과를 나와 공직생활을 잠시 했다. 수산물유통업에 진출해 크게 성공했다. 구룡포 지역발전협의회장, 사회정화위원회 위원, 포항시 남구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영천 황보씨 대종회 전국회장으로 있다. 대한노인회 포항시지회 부회장을 거쳐 2016년 4월에 7대 포항시지회장에 취임했고, 2020년 4월에 8대 지회장에 재임해 현재에 이르렀다. 경북연합회 수석부회장이다.

-재임 기간 중 성과를 말한다면. 

“아무래도 노인회관 신축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경북에서 우리처럼 단독건물을 가진 노인회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지회장 사무실 소파는 한 독지가가 선뜻 나서서 도와줬고, 직원들 책상과 의자도 여기저기 구걸(?)하다시피해서 마련했다. 타 건물에 있던 취업지원센터가 이 건물 1층에 들어와 사업성과도 높아졌다.”

황보 기 지회장은 처음 노인회에 들어왔을 당시를 떠올리며 “노인회 존재가 미약해 어디 행사장에서도 인정을 못 받던 시기였다”며 “노인회가 쇄신해야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했다”고 기억했다. 특히 과거부터 포항제철과 포항상공회의소에서 지원해주던 지원금이 불미스런 일로 인해 중단돼 경영에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황보 기 지회장은 이 부분과 관련해 “지회에 내는 경로당 회비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황보 기 포항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신축 노인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황보 기 지회장 오른편이 정경락 지회 사무국장.
황보 기 포항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신축 노인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황보 기 지회장 오른편이 정경락 지회 사무국장.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낡은 경로당부터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고, 신축 아파트경로당은 소파, 의자 등 입식으로 하고 있다. 취임 당시보다 경로당 수도 50여곳 늘었다.”

-경로당행복선생님(도우미)사업은 타 시·도에서 부러워할 정도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많은 경로당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것도 행복선생님들의 희생과 수고 덕분이다. 매일 오전 9시에 사무국장, 경로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행복선생님들로부터 전날 업무를 보고 받고, 당일 일정 등을 논의한다.” 

이 사업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성공적인 공약사업 중 하나이지만 사업 구상 당시 수혜 대상이 지금과는 달랐다고 한다. 시는 도내 전체 사회단체를 대상으로 한 인력지원사업으로 큰 방향을 잡고, 노인회에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이때 황보 기 지회장이 나서서 ‘노인회가 맡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던 것이다. 

황보 기 지회장은 “‘행복선생님은 경로당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제가 앞서서 주장했던 것”이라며 “실제로 문경시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좋은 성과를 낸 결과 지금과 같이 노인회가 맡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일부에선 운영 상의 어려움을 내세워 사업 유치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노인일자리는 어떤가.

“과거에는 길거리 휴지 줍기 등 다양한 종류의 공공일자리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경로당깔끄미사업 하나로 통일해 하고 있다. 경로당 한 곳 당 한 명씩 청소하는 이를 배치했다. 그렇게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경로당 애로사항 중 하나가 청소 문제다. 청소해줄 사람이 없어 먼지가 쌓이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노인들의 건강이 문제 됐다. 황 지회장은 도청 사회소통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경로당 사정을 전하면서 청소인력 지원을 부탁했다. 

황보 기 지회장은 “보고를 받은 도지사께서도 충분히 공감했다”며 “예산 문제는 공공일자리로 대체해 작년부터 경로당깔끄미사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시장도 노인회에 협조적인 것 같다.

“노인회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 개인적으로 시장 부친과 고향에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경로당에 급식도우미도 필요한데.

“청소와 급식 두 가지를 요구했는데 그 중 하나만 해결이 된 셈이다.”  

-과거 수산업유통을 크게 했다고.  

“전국 이마트매장에 우리 건어물이 다 들어간다.”

-지난 삶에서 보람을 느끼는 일은.

“구룡포 발전협의회장 시절 시가 읍사무소 입구에서 내려가는 길을 직선으로 내겠다는 도시 계획안을 내놓고 보상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계획대로라면  그 지역 가옥이 모두 철거될 판이었다. 제가 주민 편에 서서 힘겹게 투쟁한 끝에 제 뜻이 관철됐다. 아마 지금도 주민들은 그게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황보 기 지회장은 지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직접 발로 뛰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포항 지진 발생 때 이중근 전 대한노인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피해 경로당 복구에 사용하기도 했다. 

황보 기 지회장은 “지원금 사용 내역을 낱낱이 밝히고 일일이 영수증을 붙여 제출하자, 중앙회에서 ‘전례 없는 투명한 정산 보고’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100세시대를 앞둔 시점에 시급한 노인문제라면.

“국고 형편을 봐서도 노인 나이를 70세로 점진·상향했으면 좋겠다.”  

황보 기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현안 중 하나가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인데 이 부분도 시 조례를 개정해 빠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에는 실행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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