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울을 쌈 싸 먹어요

대낮인데도 눈에 불을 켜야 한다는 건
어처구니없다
발밑이 어지러워서
현기증 나는 날들 너무 많아서
대낮인데도 왜 이렇게 환하게 불을 켜두었을까. 꽃들도 앞다투어 피고 하늘도 근심 한 점 없는데 속으로 끓는 어떤 울분을 재우지 못해 불면으로 밤을 샌 다음날인가. 아무래도 잠 못 든 어떤 우울을 달래보려고 저리 환하게 불을 켜둔 것만 같다. 태양보다 밝게 꽃보다 환하게 전하고 싶은 단어들은 지우면서 발밑의 어지러운 상황을 내려다보면서 속내를 다 들키는 저 충혈된 눈동자.
마침내 저 뜨거운 불덩어리를 꺼버리는 날이 온다면 세상은 잠잠해질까. 현기증이 사라질까. 사방팔방의 소식들이 발밑에 수북이 쌓여 어지러운데 신나는 일,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식은 도처에서 사라지고 있다. 뉴스는 저 잠들지 못하는 눈을 향해 늘 비수를 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 뉴스를 보지 않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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