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서 만난 인연 수기, 3등 이상민 경북 경산시지회 경로당행복도우미
경로당서 만난 인연 수기, 3등 이상민 경북 경산시지회 경로당행복도우미
  • 이상민 경북 경산시지회 경로당행복도우미
  • 승인 2023.05.30 11:46
  • 호수 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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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경북 경산시지회 경로당행복도우미
이상민 경북 경산시지회 경로당행복도우미

“독거 어르신 댁 방문했다가 사경 헤매던 분 구해”

  몇달 후 실버카만 남기고 또 실종… 다행히 무사히 발견

경북 경산시지회 경로당행복도우미의 역할은 경산시 내 경로당을 중심으로 현장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경로당별 이용자 욕구에 맞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있다. 또한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 어르신 발굴과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업무도 하고 있다.

시골길은 언제나 정겹다. 특히 오지 쪽은 아직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어 고향에 가는듯한, 시골 ‘내음새’가 정겹다. 이런 시골에서 지난해 3월 있었던 일이다. 오전 11시경 업무수행차 경산시 용성면 용전리 한 마을에 홀로 계시는 어르신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대문도 없는 시골집 바람막이 유리문을 열며 “어르신 저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 신발은 있는데 인기척이 없다, 다시 큰소리로 “어르신, 행복 선생 왔어요!”라고 외쳤다. 

그제서야 어르신은 힘겹게 문을 열고 “선상님, 날 좀 살려주이소”라며 도움을 청했다. 직감으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집안으로 들어서며 “어르신 저예요, 어디가 어떻게 아프세요?”라며 집안을 둘러보니 어수선했다. 간밤에 어르신이 무언가 힘들어했다는 고통이 느껴졌다. 

“선상님, 나 병원에 좀 데려다줘요”, “어르신 지금 아픈 곳이 어디예요”. 어르신이 말씀을 못 하셨다. “어르신, 저한테는 괜찮으니 편하게 다 말씀하셔도 돼요”라고 하자 어젯밤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았는데 오줌 속에 벌레가 나오면서 간밤에 온몸이 괴롭고 죽을 고생을 했다고 한다. 순간 어르신 몸속에 기생충이 자라고 있다고 추측했다. 

1960~1970년대 초등학생 시절, 영양부족에 청결하지 못하면 몸속 기생충이 많았던 기억이 생각났다. 밖이 아직 추운 날씨라 따뜻하게 외투를 입혀드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어르신을 부축해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또 어르신의 휴대폰을 건네받아 아드님 전화번호를 찾아 눌러, 상황을 설명했다. 경산 시내 큰 병원까지 가면 제시간 안에 도착이 어려울 것 같아 인근 병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보호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점심시간 전에 도착해 어르신을 인계하고 같이 병원에 들어가 기다렸다. 한참 진료 후 나오는 모습을 보고 인사를 드리니 어르신과 아들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병원 문을 나서며 하늘을 봤다. 햇살이 참 눈부셨다. 그제야 뱃속에서 꼬르륵 신호를 보낸다. 

일주일 후 어르신 집을 다시 방문해 “어르신 계세요? 저 행복 선생 왔습니다” 하니 방문 밖으로 반갑게 뛰어나오시며 어르신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선상님 때문에 내 명이 이어졌네요. 고마워요. 그날 밤에 죽을 고생을 했는데, 선상님 덕분에 살아났어요. 지금 죽을 목숨 아닌가봐. 선상님과 인연인가 보네”, “어르신, 아무 걱정 마시고 약 꼬박꼬박 잘 챙겨 드시고 빨리 완쾌하세요”. 어르신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운전 조심하라며 밝은 미소로 마중까지 해주셨다. 가냘프고 앙상한 손마디가 자꾸만 눈에 들어와 가슴이 먹먹해졌다.

4개월 후, 다시 방문해 어르신을 찾으니 집안에 없었다. ‘어디 마실 가셨나’. 경로당으로 가보니 다른 분들만 보였다. “어르신 못 보셨나요? 집에 안 계시네요”. 그러자 한 어르신이 “집에 없으면 그랑(냇물) 옆 밭에 갔을 거야. 다른 데는 갈 데가 없어. 밭에 가 봐요”.

경로당서 일러준 대로 집에서 200m 정도 떨어진 하천 둑을 지나 밭으로 갔다. “어르신” 하고 큰 소리로 부르며 밭에 도착하니… 뭔가 이상했다. 어르신은 온데 간데 없고 끌고 다니는 보행기(실버카)가 하천 옆에 나뒹굴어져 있었다. 더 큰소리로 “어르신, 어디 계세요! 행복 선생 왔어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소리쳐도 바람만 휑하니 답이 없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직감으로 하천으로 눈길이 갔다. 그곳엔 여름이라 풀이 무성하게 자라 키가 2m나 돼 보였다. ‘혹시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지셨나’.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하천은 제방공사로 깊이가 4m 정도 되고 여름이라 하천 바닥 전체에 잡풀이 무성하다. 그야말로 밀림이다.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 어르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고 빠져나오기도 힘들 뿐더러 다칠 경우에도 위험하다. 더구나 외진 곳이라 지나는 사람도 없다. 하천 숲을 다 뒤졌지만 못찾았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부랴부랴 마을부녀회장을 찾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찾을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이미 사무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났다. 바로 출발해도 족히 50분은 걸려 부녀회장에게 부탁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아무 일이 없어야 될 텐데, 아무 일 없을 거야’. 만약 찾지 못하면 퇴근 후 다시 가볼 작정이었다. 경찰서에도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 근처 도착쯤에 부녀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그때 수화기 너머로 “선생님, 할매 찾았어요”라는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요! 몸은 괜찮으신가요?”, “네! 산속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 옆에서 발견했어요. 그곳에서 풀을 뜯고 계셔서 소리쳐도 안 들렸다 하시네요. 아무 일 없이 찾았으니 선생님, 걱정마세요”. 긴장이 풀어지면서 긴 한숨이 나왔다. “부녀회장님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 주에 만나 봬요”. 사무실로 복귀하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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