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제작, 어르신들 사이서 ‘인기 상한가’
미디어 제작, 어르신들 사이서 ‘인기 상한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7.29 17:51
  • 호수 1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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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인복지센터 어르신들, 단편영화·다큐 도전
▲ 영상미디어 교육을 받는 어르신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최금철(67·서울 중구)씨는 외출할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캠코더를 갖고 다닌다. 지난해부터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운영하는 영상미디어반에서 활동하면서 영상 찍는 방법을 터득한 뒤 취미삼아 시작한 일이 이제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최씨는 최근 깨끗하게 변모한 청계천의 모습과 공해로 신음하는 도심 속 상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도심의 두 얼굴’이라는 15분짜리 다큐를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 차례 다큐 제작을 한 경험이 있는 최씨지만 아직도 다큐 제작은 녹녹치 않은 작업이다.

다큐의 무대가 되는 청계천 일대와 도심속 공해 근원지인 중고재생공장 모습을 영상에 담기 위해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하다보면 하루를 공치는 일도 부지기수. 이렇게 온갖 어려움을 겪고 탄생된 작품은 소중하기만 하다.

최씨는 “여러 날 고생을 해서 만든 영상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될 때의 짜릿함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다”며 “현재 완성된 작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올 10월 서울노인영화제 출품해 좋은 성과를 얻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금철씨와 함께 영상미디어반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선영(74) 어르신은 동영상 촬영 재미에 푹 빠졌다. 처음엔 캠코더의 복잡한 사용법과 어려운 용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찍어놓은 영상을 볼 때마다 자신이 대견하다.

문 어르신은 “처음엔 익숙치 않은 기계를 만진다는 자체가 겁이 나 주저했지만 막상하고 보니 재미있더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동영상 배우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는 지난 3월부터 65세 이상 어르신 30여명을 대상으로 영상미디어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영상미디어반은 노인 미디어 문화 활성화를 위한 역량강화 및 사회인식개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어르신들에게 기획을 비롯해 촬영, 편집, 제작, 배급에 대한 교육을 매주 2차례씩 실시하고 있다.

지난 7월 22~23일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발표하는 중간상영회를 마련했다. 이날 중간상영회에는 23명의 어르신들이 기획·제작한 15분 분량의 다큐를 선보였다.

이날 작품은 장희성 어르신이 변해버린 서울의 옛 모습을 그린 ‘서울 종로 고궁’, 민정순 어르신이 일산 일대 거리를 소개하는 ‘일산에서 제일 유명한 로데오 거리’, 조경자 어르신이 외손녀와 책방나들이의 추억을 그린 ‘토플러와 그레이트 마징가’, 김성란 어르신이 6·25 전쟁의 피난사를 담은 ‘아부지 아부지 내 아부지’ 등 어르신들의 생애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로 꾸며졌다. 올 하반기에는 어르신들이 팀을 구성해 단평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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