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북 로켓 도발에 허점 노출한 경보 체계… 위기 대응 시스템 정비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북 로켓 도발에 허점 노출한 경보 체계… 위기 대응 시스템 정비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6.05 09:15
  • 호수 8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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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10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의 아침이 혼란에 휩싸였다. 북한 로켓 발사에 서울시는 ‘대피 준비’를 알리는 긴급문자를 발송했지만, 행정안전부는 ‘오발령’이라고 번복하는 등 대응체계의 혼란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5월 31일 오전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 북한은 주변국에 미리 통보한 예고기간이 시작된 지 수 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우주 발사를 실행했다. 하지만 발사체가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고, 북한은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로켓 ‘천리마-1’형이 1단 분리 후 2단 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서해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급적 빠른 기간 내 2차 발사’를 예고했다.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심각한 도발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2호를 북한이 발사한 직후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한 바 있다. 

재진입 기술이 필요하지만 위성 운반용 장거리 다단계 로켓은 위성 대신 탄두를 실으면 곧바로 장거리 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어서다. 지난 5월 25일 한국의 누리호와 달리 북한의 위성 발사 자체가 불법인 이유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도 찬성한 내용이다.

이처럼 북한의 정찰위성은 한·미 전략자산의 움직임을 실시간 관찰해 미사일 공격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미국, 일본 등 동맹 및 우방국들과 함께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도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한국의 대응능력을 시험대에 올려 뒤흔든 격이 됐다. 사전 예고됐음에도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에 정부 기관끼리 허둥지둥하며 혼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5월 31일 오전 6시 41분에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엔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해 시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대혼돈에 빠졌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백령도·대청도에만 경계 경보를 발령하며 다른 17개 시도 상황실에도 이 사실을 알렸는데, 서울시가 이를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행안부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대응을 안 하는 것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고 보고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면서도 상황의 긴박성에 ‘실무자의 과잉대응이 낫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경각심이 무뎌지는 부작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국가시스템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시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생명을 보호할 소중한 기회를 그만큼 잃어버렸을 것이다. 재난문자 내용도 문제였다. 경계경보가 발령된 이유나 대피 장소 안내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른 새벽부터 울린 경계경보에 무슨 일인지 몰라 시민들의 검색이 몰린 네이버 모바일 사이트는 접속 장애로 먹통이 되기도 했다. 규정에 따른 문안이라지만, 혼란만 더욱 키운 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유사시 중앙·지방 정부 간 경보 협조체제와 정보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재난 대응 시스템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안보의 기본이라는 점을 정부는 무겁게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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