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마른기침 계속되면 ‘간질성 폐질환’ 의심
호흡곤란·마른기침 계속되면 ‘간질성 폐질환’ 의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6.05 15:12
  • 호수 8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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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성 폐질환의 증상과 치료

폐의 간질 부분 이상으로 섬유화 진행… 원인 모르는 특발성이 대부분

정확한 조기 진단, 예후에 큰 영향… 항섬유화제, 면역억제제 등 사용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의료기술의 발전 등으로 암 진단은 곧 죽음이라는 인식은 깨졌지만, 아직도 암 환자 10명 중 3명은 5년을 넘기기 어렵다. 특히 간암(38.7%), 폐암(36.8%), 담낭 및 기타담도암(29.0%), 췌장암(16.2%) 등 일부 암은 여전히 낮은 생존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암은 아니지만 암 만큼이나 위험한 질병이 있다. 바로 ‘간질성 폐질환’이다. 간질성 폐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약 40%, 10년 생존율은 15% 정도로 예후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에는 간질이라는 공간이 있는데 폐포와 혈관 사이의 공간을 말한다. ‘간질성 폐질환’은 간질에 있는 여러 가지 세포들이 염증반응을 일으켜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간질성 폐질환은 약 200가지 이상의 질환을 통칭한다. 하지만 간질성 폐질환이라고 해서 꼭 간질만 침범하는 것은 아니고 기도, 폐포, 혈관 등도 다양하게 침범할 수도 있다.

김경훈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간질성 폐질환은 폐가 섬유화 등으로 악화하면서 점차 호흡이 짧아지고 결국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라며 “신체운동에 의해 유발되는 노작성 호흡곤란(운동호흡곤란)이나 마른기침 증상이 지속되면 간질성 폐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세포들이 염증반응을 일으켜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간질성 폐질환’은 폐가 딱딱해지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이 대표적이다. 사진은 폐에 염증이 생겨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여러 가지 세포들이 염증반응을 일으켜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간질성 폐질환’은 폐가 딱딱해지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이 대표적이다. 사진은 폐에 염증이 생겨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간질성 폐질환의 원인

국내 간질성 폐질환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질성 폐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4만654명으로 2011년(1만8068명) 대비 10년간 약 2.3배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후반에서 70대 전후에 많이 나타난다. 유병률은 10만명 당 남성은 81명, 여성은 67명으로 남성이 약 1.2배 많다.

간질성 폐질환의 상당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으로 진단된다. 다만, 유전적 원인에 흡연이나 분진, 위식도역류 질환, 감염 등 다양한 인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위험인자에 의해 발생한 폐의 염증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섬유세포가 증식해 폐의 섬유화가 진행된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질환은 특발성 폐섬유화증으로 특발성 간질성 폐질환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간질성 폐질환의 진단과 증상

진단은 쉽지 않은 편이다. 질환군에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질병이 포함돼 있는 데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도 많은 탓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폐기능검사, 고해상도 흉부CT(컴퓨터단층촬영)가 필수적이다. 

또한 기관지경을 통한 기관지폐포세척검사, 폐조직검사 등의 추가적인 진단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김경훈 교수는 “고해상도 흉부CT 영상의 발전으로 많은 부분이 영상 검사로 대체되기는 했지만, 같은 영상학적 소견을 보이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한 영상 소견일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간질성 폐질환은 원인에 따라 예후와 치료 방침이 많이 달라지는 만큼 필요한 경우 환자의 폐기능이 허락된다면 수술적 폐조직검사 시행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적 폐조직검사는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시행하는데 흉강경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덜 위험하고 입원 기간도 많이 단축됐다.

200가지가 넘는 질환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증상도 다양하지만 보통 호흡곤란과 마른기침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흉부 불편감과 기침할 때 가슴의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보통 3주 이상 호흡곤란과 마른기침 증상이 지속될 경우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만성적으로 천천히 진행되지만 드물게 급성으로 진행되는 간질성 폐질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비특이적 흉통을 보이기도 하고 간혹 객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환자마다 다른 양상과 속도로 진행된다.

◇간질성 폐질환의 치료

간질성 폐질환은 치료에 잘 반응하는 질환이 있는 반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각 질환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적용된다.

다만, 최근 약제 개발과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될 경우 ‘항섬유화제’를, 비특이적 간질성 폐질환은 스테로이드와 같은 ‘항염증제제’와 ‘면역억제제’가 처방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폐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

김경훈 교수는 “간질성 폐질환은 얼마나 정확히 진단됐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진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며 “대표적인 간질성 폐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의 경우 예후가 안 좋은 병이지만, 조기 진단과 항섬유화제 사용으로 예후를 좋게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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