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서 만난 인연 수기, 장려상 강병윤 충북 괴산군 연풍면분회 사무장
경로당서 만난 인연 수기, 장려상 강병윤 충북 괴산군 연풍면분회 사무장
  • 강병윤 충북 괴산군 연풍면분회 사무장
  • 승인 2023.06.05 15:21
  • 호수 87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배 교사와 지회장-분회사무장으로 조우

경한호 회장, 괴산군지회장 영전 후에도 각종 서류 배달 자처

급작스러운 부탁도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다행” 미소로 화답

강병윤 충북 괴산군 연풍면분회 사무장
강병윤 충북 괴산군 연풍면분회 사무장

몇 해 전 일이다. 40여년 간 객지 생활을 접고 시댁이 있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으로 귀촌했다. 마을 분들의 도움으로 정착을 해가던 어느 날 마을경로당 회장님이 “경로당 도우미를 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날 이후로 소정의 보수를 받으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만들어드리고 청소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말벗이 되기도 하고 더러는 함께 노래도 부르며 화투놀이도 같이 했더니 모든 어르신들이 참 좋아했다.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을 좋게 봐줬는지 연풍면분회의 사무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남편과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기존에 하던 경로당 도우미는 다른 분에게 부탁하고 지금의 사무장직을 맡게 됐다.  

사무장이 해야 하는 일은 살림뿐만 아니라 각 마을 경로회장님들을 잘 알아야 하며 마을의 명칭과 위치를 파악해야 함은 물론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분들의 계약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줘야 했다. 분회 살림을 맡아서 착오 없이 하려니까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다행히 다년간 사무장을 하셨던 분회장님의 세심한 배려와 격려 덕분에 용기를 얻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뜻밖의 인연과 조우했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 첫 부임지에서 만난 학부모이자 선배였던 경한호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분’께서는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하다 정년퇴임을 하고 노인복지에 몸담고 있었다. 특히 연풍면분회장으로 일하면서 연풍면노인회관을 건축하는데 앞장 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괴산군지회장’으로 영전됐고 새로 분회장으로 추대된 현 분회장님이 나에게 사무장을 제안했던 것이다. 

마침 경한호 지회장님의 집이 연풍면에 있어서 매일 분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때마다 일간신문을 가져다주며 괴산군지회에 배달할 서류는 없는지 물어봤다. 만약 지회장님께서 그러지 않았다면 일일이 지회로 가야 했는데, 지회장님이 직접 모든 서류를 전달해 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의 바쁜 형편을 생각해 그들의 계약서류부터 누락 된 일지 등을 기꺼이 배달해 주신다. 본인이 희생해 수많은 분들의 시간이나 기름값을 아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늘 주변을 챙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경한호 지회장님은 고령의 연세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외모와 체력을 뽐내시고 있다. 사무실을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무거운 소파를 번쩍 들어 올리며 도와줬다. 한 번은 괴산군지회로 출근하는 지회장님의 차를 가로막고 불쑥 서류를 내밀며 전달을 부탁드린 적도 있다. 사전에 전화나 문자로 말씀드리기는 하지만 지회장님의 출근시간이 시계처럼 정확한 덕분에 만나 뵙기는 참 쉽다. 그럴 때마다 죄송스러워하는 저에게 가볍게 웃으며 “서로 돕고 사는 거지. 힘든 심부름도 아닌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말씀하신다. 

경로당 덕분에 다시 뵙게 된 인연은 정말 많다. 고향을 지키며 살던 친구, 큰 시누이의 동창생인 지금의 분회장님을 알게 된 일 등. 그중에서도 날마다 일간지를 챙겨주시고, 중요한 서류를 틀림없이 전달해주시는 지회장님과의 인연은 정말 놀랍고 신기하다.

나의 작은 배려가 상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줬고 또한 그렇게 실천하는 분을 만나게 돼 감사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