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상담 老티즌 특효처방
‘성장통’ 상담 老티즌 특효처방
  • 관리자
  • 승인 2006.08.3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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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구 같은 할머니 찾아요”

#1.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요.”
“시험에 너무 집착하지 말거라. 누구나 공부를 잘하라는 법은 없단다. 모두 공부를 잘하면 꼴찌가 어디있겠니. 힘내거라.”

#2. “곧 할머니 생신인데 뭘 선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뭘 사드리면 할머니께서 기뻐하실까요?”
“무얼 사드리면 좋을까? 어떤 선물이든 받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을 사 드리면 가장 좋지 않겠니? 솔직하게 할머니께 무엇이 필요한지 여쭤보면 어떨까?”

#3. "저는 대회나 시합에 나가면 너무 긴장해 고민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긴장감은 더 잘 해보려는 마음이니까 나쁜 감정은 아니란다. 자신을 칭찬하는 연습,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보면 어떨까. 그럼 우리 OO이도 노련하게 잘 할 수 있을 거야.”


인터넷을 통해 10대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며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 노티즌들이 있어 화제다.
삶의 경륜을 앞세운 노티즌들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처럼 자상하게 청소년들과 상담 및 대화를 나누면서 여느 상담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보화교육으로 무장한 노티즌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진정한 어르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큰 귀감이 되고 있는 것. 노티즌들로부터 진정한 어르신의 참모습을 발견한 청소년들은 경로사상에 대한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고 있다.


화제의 인터넷 사이트는 ‘웰에이징닷컴’(wellageing.com). 부산 노인생활과학연구소(소장 한동희)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의 ‘사이버가족’ 게시판은 10대와 60대 안팎 어르신들이 반세기 세대차를 극복한 채 나누는 노소동감(老少同感)의 대화로 빼곡하다.


사이버가족은 노인생활과학연구소에서 정보화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배운 지식의 활용방법을 찾던 중 청소년들과 삶의 지혜를 공유해보자는 취지에서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사이버가족에는 부산 감만중, 전남 화산중, 경기 성지고, 경기 포곡중 학생들을 비롯해 일본 오사카 건국학교 학생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이버가족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겪는 고민을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인생경험이 풍부한 여러 어르신들로부터 자상한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다.


어르신들은 청소년들과 대화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 한편 컴퓨터에 능숙한 10대들로부터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얻어가며 진정한 세대통합을 경험하고 있다.


사이버가족을 통해 오고간 청소년과 어르신들의 대화는 불과 몇 달 만에 수백여건을 넘겼다.
청소년들이 어르신들께 털어놓는 고민은 가지각색이다. 이에 대해 어르신들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와 같은 자상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 여중생이 “공부에 대해 갈수록 심해지는 엄마의 강요와 잔소리를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하자 한 어르신은 “차분한 마음으로 엄마에게 편지를 써 마음을 알리면 어떨까”하는 조언을 건넸다.


“한 반에서 여자친구와 남자친구가 폭력을 휘두르며 심하게 싸워 걱정”이라는 질문에 대해 한 할머니는 “시간이 지나 두 친구의 흥분이 가라앉으면 진정한 친구로서 장점은 칭찬해 주고 잘못된 점은 깨달을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백할 용기가 없어 걱정”이라는 남학생은 “망설이면 사나이로서의 매력이 다 떨어지므로 용감하게 고백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를 듣고 힘을 얻기도 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해 요금이 10만원이나 나왔다”는 고민에 대해 한 어르신은 “앞으로 어머니만 아는 비밀번호를 걸어 놓으면 어떨까”하는 충고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 여학생은 “할머니들이 꼭 답장을 해주시고, 그 내용을 보면 마음이 너무 따뜻해진다”며 “그럴 때마다 친할머니께 잘 해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고 적기도 했다.


‘친구 같은 할머니를 찾고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경남 남해 고현중학교의 1학년 여학생은 “많은 시간 세상을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 믿음이 간다”며 “앞으로 친할머니 같이 편안하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할머니와 인연을 맺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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