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풍경] 책 소개
 더부는 삶
 2008-09-06 01:25:03  |   조회: 2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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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기를 수천번을 거듭하자 아이는 걷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되었습니다. 건강하고 예쁘게 자란 아이의 모습은 엄마를 쏙 빼닮았습니다. 엄마의, 가정의, 세상의 모든 중심엔 아이가 있습니다. 길가의 예쁜 옷과 신발도, 맛있는 음식도, 건강도, 공부도, 그 또래아이의 모습에서도 엄마에겐 늘 아이가 함께 있었으며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 되어버렸습니다. 자동차도, 눈부신 햇살도, 부드러운 바람의 손길도, 예쁜 꽃과 그 꽃의 달콤한 향기도, 바다의 신비로움도, 드높은 하늘도 오직 아이를 위해 존재하는 듯합니다.

어느날 아이가 몹시 아프게 되었습니다. 입원한 아이옆에 엄마는 밤새 간호하고 기도합니다. 그정성과 마음으로 아이는 더욱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입학하게 되어 학교수업에, 방과 후에는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함께 할 시간이 적어질만도 할텐데 더 많은 대화주제가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아오르는가봅니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엄마에게는 아이가 떨어질 수 없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꼬마아이는 소녀로,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공부, 취업, 친구, 취미, 연애로부터 자신의 개별적인 삶을 알게 된 딸은 현실적인 여러 장애로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결코 엄마와 공유할 인생이야기를 소홀하지는 않았습니다. 엄마는 친구이자, 선배이자, 선생님이었습니다. 딸아이에게 자신의 젊음, 건강, 마음, 비용 등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헌신한 엄마임을 잘 알기에 결혼식장에서 그토록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나봅니다. 딸은 엄마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엄마의 인생을 뒤따라갑니다. 엄마가 된 딸은 엄마의 마음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처럼 쉽지 않은 현실은 자신에게 둘러쌓인 환경에 더 충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를 다 키워 출가시킨 딸도 어느덧 주름이 깊어지는 세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요양원에 계십니다. 오늘은 엄마를 보러 가는 날입니다. 요양원 2층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거실에 앉아계신 낯익은 엄마의 얼굴이 시야에 웃음으로 다가옵니다. 반가움을 가지고 엄마옆에 앉아 인사합니다. 엄마는 딸을 알아보지못합니다. 딸은 고목같은 엄마의 두손을 잡았습니다.
“엄마 안으로 들어가요”
그러자 엄마는 신경에 거슬리는 듯
“와 이래요~!”
라며 뿌리치십니다. 누군데 귀찮게 하냐는 듯 한 표정입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예쁜 손녀를 안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엄마는 손녀를 처음 보 듯 잠깐 눈을 마주치고서는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30년동안 엄마와 함께 살아온 과거의 기억이 오늘을 찾아와서는 괴롭힙니다. 안그러려고 해도 눈시울이 나도 모르게 뜨거워집니다.
“엄마.. 맛있는거 사왔어요.. ”
어린아이 달래 듯 눈을 마주치며 살며시 팔을 잡고 이끌어냅니다.
“아야야~~”
하시면서 천천히 일어납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 대하 듯 존대말과 어색한 눈마주침은 엄마가 좋아하시는 빵종류의 과자가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리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지신 듯 경계를 풀어놓습니다.

엄마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치매는 예전의 엄마를 빼앗아 갔습니다. 이젠 엄마와 공유할 그 무엇도 없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처럼 엄마와 함께 한 공간에 있지만 엄마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끝이 찡해 화장실에 들어왔습니다.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이 엄마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울속에 있는 젊은 엄마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매달려 있으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눈물을 닦고 또 엄마를 보러갑니다. [요양원풍경] 본문중에...


요양시설 실무자입니다. 요양시설에 근무하면서 치매, 중풍의 어르신과 함께 생활하며 건강, 노후, 가족, 경제, 외로움, 요양시설, 관계 등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친 수필집 [요양원풍경]이 발간되었습니다. [요양원풍경]은 시설과 사회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늘 푸르게 공존하는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으며 어르신은 남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을 사는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또한 2008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안내서의 역할을 통해 어르신들을 둘러싼 여러 사례를 통해 사회복지현장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노인복지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차게 전진합시다!!
2008-09-06 01: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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