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간, 대한노인회를 회고하다 19
박재간, 대한노인회를 회고하다 19
  • 관리자
  • 승인 2009.08.28 15:02
  • 호수 18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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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원로 초청 노인정책간담회 효시 마련

미국 ‘노인문제간담회’서 힌트 얻어 모임 추진
경로사상 감퇴현상에 노인대상 자체 교육 강화

1982년도의 신년교례를 끝내고 모두 헤어진 후 필자는 이규동 회장과 단 둘이서 차를 나누며 신년도에 행할 사업계획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미국에서는 1960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부터 10년에 한 번씩 대통령이 주재하는 노인문제간담회(White House Conference on Aging)를 개최해 노인들이 당면한 문제점을 찾아내서 그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제도는 모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규동 회장은 우리도 당장 그러한 모임을 갖자고 하는 것이었다. 미국과 똑 같은 성격의 모임보다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원로들의 모임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한 모임이 있으면 아마도 대통령께서도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이 모임의 명칭을 ‘국가원로 초청 노인문제간담회’로 정하고, 주최단체는 대한노인회, 소집일시는 1982년 1월 29일 오전 11시, 장소는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으로 정했다. 청와대와의 조율도 어려움 없이 마무리됐다. 간담회의 진행순서는 한 시간쯤 대화를 나누다 낮 12시에 식사를 하고 헤어지는 것으로 했다.

장소를 청와대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원로 중에는 정초에 청와대로 가는 것은 마치 국가원로들이 대통령에게 세배인사차 예방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으니 다른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참석범위를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와의 조율이 필요했으나 대체로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 간담회에는 정부 측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천명기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고, 국가원로급 인사로는 이응준·이희승·이용설·백낙준·안호상·정문기·최규남·박순천·김신실·윤치영·윤일선·윤보선·한경직·이관구·박인천·노기남·김현철·이매리·이숙종·유진오·이규동 회장·필자 등 24명이 참석했다.

필자는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초청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모두들 이번 모임에는 사업하는 사람은 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 초청범위에서 제외시켰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규동 회장은 “모두 바쁘실 텐데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노인문제를 생각해보고자 마련한 자리에 동참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 후, “본인은 전국의 노인을 대표하는 자리인 대한노인회장으로서 앞으로 우리 노인들이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정생활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서 국가원로급 인사 여러분들을 모시게 됐으니 부디 좋은 의견을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는 요지의 개회인사를 했다.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가원로 여러분들을 이와 같이 뵙게 돼 반갑다”며 “지금 노인문제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오는 7월 오스트리아에서 UN이 주재하는 노인에 관한 세계회의가 열리게 되는 것도 모두가 이러한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문제가 하나의 사회문제화 되고 있음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지금 경로헌장을 제정하려는 것도 바로 경로사상을 부활시켜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중략). 끝으로 우리는 노인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우리와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서구제도의 무비판적인 모방보다는 우리의 토양에 뿌리내릴 수 있는 새로운 복지모형을 창출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원로 여러분들께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고견을 피력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이희승 박사는 “최근 우리의 전통적 사회규범인 경로사상의 감퇴현상이 예상 외로 심화되고 있음을 감안, 원로급 인사들이 도덕과 윤리운동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오 박사와 이숙종 총장은 “문교당국이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낙준·안호상·최규남 박사 등은 “효와 경로의 사회규범이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효자효부 또는 노인을 공경하는 데 시범이 되고 있는 자가 사회적으로 우대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참석자 모두 이에 동의했다.

경로효친의 사회규범이 이완되고 있는 원인 중에는 노인 스스로 문제가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녀들의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었거나, 노인들 자신이 웃어른으로서 교양 또는 언어 행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젊은이들로부터 올바른 대접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대한노인회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체교육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도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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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명 2009-08-31 15:48:49
학생들의 학자금은 장기저리대출은 가능한데---
왜서 담보대출 자영업자 노인들의 담보대출장기저리특별복지법은 없는지요 --- 복지적으로나--중산층 부활적으로서나-- 경로위계질서적으로나--벌써부터 있어야 하는것인데---학생들애개로부터 밀리다니--- 진정 이나라가 동방의예의지국이란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