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주간보호센터 이용 못하는 어르신들 안타까워”
[현장칼럼]“주간보호센터 이용 못하는 어르신들 안타까워”
  • 관리자
  • 승인 2009.09.04 16:17
  • 호수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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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영덕 서울 구로종합사회복지관 병설 정토노인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
서울의 ‘구로’는 ‘九老’라는 지명에서 보듯이 10명 중 9명이 노인이라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는 지역이다. 필자는 이곳 구로에서 주간보호센터사업 담당으로 치매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오늘도 어르신들의 얼굴을 한 번씩 떠올리며 주간보호센터로 모시기 위해 아침 운전을 나섰다. 공장과 큰 빌딩 사이로 빼곡히 들어서 있는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면 집 앞으로 어르신과 보호자가 나와 반갑게 우리를 반겨준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발걸음을 재촉해 이내 사라져 버리는 보호자들을 볼 때마다 차갑게 느껴질 때가 많다.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실을 왜 모를까. 사실 사회복지사들도 그러한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홀로 남겨진 가정에서 바닥에 누워 TV시청으로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은 얼마나 힘겨울까’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 ‘노인’이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늙었다’ ‘병이 잦다’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대다분 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어르신들은 이제 그런 사회에 적응하고 변해 가고 있다. 현재 정토노인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은 장기요양 2등급 어르신들이다. 입소 전에는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한 배회현상과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한 심한 자기방어를 나타낸다. 하지만 입소 후 하나의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됨으로써 새롭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주 동안 미술, 원예, 요가, 음악, 웃음 등 15개의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체험과 놀이문화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가정 내 방치로 인해 굳게 닫혔던 어르신의 마음도 밝은 분위기 속에 동화돼 유년시절 깔깔대며 떠들던 아이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어르신 20명은 생신잔치를 위해 삼계탕 외식을 나간다. 치매 어르신들에게 외출이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힘든 일이다. 우리 어르신들은 식당으로 가는 내내 ‘수다’를 떨었고, 금세 한 그릇을 다 비워내셨다.
한 어르신은 “너무 너무 좋아 죽겄어!”라며 따뜻하게 자원봉사자의 손을 잡아주셨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어르신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멋진 프로그램을 함께하지 못하는 등급외자 어르신들이 안타깝다.

등급외자 어르신들이란 장기요양 등급판정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등급을 받지 못한 분들을 말한다. 하루 종일 가정 내에서 홀로 방치되고 외로움을 느끼는 일상을 되풀이 하고 있지만, 등급이 미달된다는 이유만으로 주간보호센터 이용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참기 힘든 것이 외로움이고, 이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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