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칼럼]생애과제, 배움
[금요 칼럼]생애과제, 배움
  • 관리자
  • 승인 2009.09.04 16:18
  • 호수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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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 란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
우리는, 배움은 끝이 없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러나 정말 끝없는 배움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평생의 배움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평생교육이나 평생학습은 그야말로 듣기 좋은 말치레에 불과했다. 막상 현실적으로 나이 들어 뭐라도 배우려면 마땅한 교육기관도 없고 딱히 흥미에 맞는 프로그램도 없으며, 간혹 있다 해도 젊은 사람들 틈바구니를 뚫고 들어가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있기가 머쓱할 정도로 평생학습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았다.

고작해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계몽하기 위한 산아제한 교육이나 혼식장려 교육 혹은 복지시설이나 노인대학에서 여흥을 즐기는 정도의 프로그램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평생학습은 말만이 아닌 다양한 실천의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평생학습도시’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동네마다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에서 다양한 평생학습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으며, 조금 더 멀리 나가면 구민회관이나 문화원 혹은 평생학습관 등에서도 다양한 평생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대학마다 정문에서 가장 가깝고 좋은 자리에 평생교육원 건물을 새로 올려 대학생들이 아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평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명실상부한 ‘평생학습사회’가 된 것이다.

평생학습사회 속에서 배움은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평생을 살아내기 위한 생애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사회는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런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평생 배움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평생학습의 필요성은 노인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과거 ‘50평생’이던 우리 삶의 길이는 이제 8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과거 50년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9년의 배움으로 충분했다면, 이젠 100년의 삶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 동안 배움에 전념하는 기본적인 시간 외에도 시시때때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평생의 시간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생의 길이가 늘어났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의 형태 즉, 구조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화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평생학습의 필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정보화기술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휴대폰과 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이 일반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5년 정도, 그리고 인터넷이 일반화된 것도 20년 남짓에 불과하다. 처음 휴대폰이 나왔을 때만 해도 간단한 통화기능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촌각을 다투며 바쁘게 업무를 보아야 하는 일부 직장인들 외에는 휴대폰에 대한 수요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휴대폰 보급률은 95%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 성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 아이들이나 노인들도 대부분 휴대폰을 갖고 있고, 휴대폰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또 불과 20년 만에 인터넷 역시 우리 생활 곳곳에까지 파고들었다. 이메일이 편지나 엽서를 대신하고 중요한 내용의 홍보는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영화예매, 은행업무, 프로그램 신청, 중요한 문서의 열람 등이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제 인터넷을 모르면 생활에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 속에서 이제 노인들도 변화하는 사회를 빠르게 따라잡아 배워야 한다. 자라서 무엇이 되기 위해서 혹은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가기 위해서 그야말로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서 평생 배움에 힘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평생의 과제인 배움은 늘 우리에게 기쁨과 보람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 그 배움이 학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혹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 또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학교에서의 배움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하는 평생의 배움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을 주는 배움이다. 인간에게는 지적인 호기심이라는 본능이 있다.

어린 아이들이 손에 잡히는 물건을 모두 입으로 가져가고 눈에 띠는 것은 모두 손에 집으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호기심의 본능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호기심의 본능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호기심이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거나 심지어 아주 사라져 버린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호기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바빠 잠시 잊고 사는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노년기는 지적 호기심을 다시 일깨워 채움으로써 배움의 즐거움을 상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노년기야말로 우리 일생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잊고 있던 호기심, 직장생활에 바빠 접어두었던 지적 욕구, 생활고에 지쳐 억누르고 있던 배움의 욕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기다.

주위를 둘러보자. 노인대학이, 노인복지관이, 평생학습관이, 그리고 대학 평생교육이 어서 오시라고, 어서 와서 억눌렸던 지적 호기심과 배움의 욕구를 마음껏 채우라고 바로 지금 당신에게 손짓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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