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신종플루와 국민의 면역력
[독자기고] 신종플루와 국민의 면역력
  • 관리자
  • 승인 2009.09.11 13:42
  • 호수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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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복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신종플루 감염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이 숫자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환자 수이므로 당국에서 확인하지 못한 환자까지 포함하면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09년 4월말에 첫 의심환자가 발생해 4개월 동안 3명의 사망자를 냈다. 아시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사태 때는 한국을 비켜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것 같다.

그동안 느슨했던 국민들의 경각심도 사망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독감인지 신종플루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타미플루 등 치료제를 복용하거나 무엇을 먹으면 좋다는 식의 근거가 없는 처방전이 떠돌아다닌다.

그런데 정부의 손 씻기 캠페인과 거점병원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어떤 대책인들 변종의 기습을 완전히 방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번 신종플루사태를 계기로 각종 변종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는 종합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첫 번째 작업은 역시 국민 전체의 면역력을 높여나가는 방안이다. 그러려면 현재의 식습관, 면역력의 수준 등을 정밀하게 분석평가하고 이를 보강하기 위한 건강증진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영양조사가 있지만 목표가 애매하고 통계자료도 충분치 않다. 사스 때 효과를 보았다는 김치, 마늘, 홍삼 등 각종 식음료에 대한 과학적 검증결과도 공식적으로 나온 것이 없지 않은가.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 국민들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각종 맞춤형 식단과 면역력 강화제를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현재 드러난 200여개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 백신 생산능력을 키워야 한다. 앞으로도 변종 바이러스는 계속 출현할 것이고, 그때마다 엄청난 돈을 들여 백신을 수입해 오는 짓을 되풀이할 수 없다.

여러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돈은 돈대로 들면서 뒤늦게 부산을 떠는 후진국 상태가 되풀이될 것이다. 치료제 역시 마찬가지다. 다행히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이 향상되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하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치료제 개발에도 앞장서야 한다.

셋째, 신종플루나 사스 등 근래의 변종 바이러스는 전파의 신속성이나 규모로 볼 때 전지구적인 문제이고, 사소한 부주의가 국민 전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인데도 국가별 지역별 방역체계와 협력구조, 대응 매뉴얼이 엉성하다. 공항과 항만의 검역이나 사후관리 체계도 다듬어야 하고, 출입국자들에 대한 표적관리도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넷째, 바이러스 비상사태 하에서 최소한 이런 공공적 방역기능이 작동하려면 공공의료체계의 확충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동안 10% 수준에 머물러 있는 후진국 중 후진국인 한국의 공공의료체계로는 어떤 대책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이번에 전국에 거점 병원과 약국을 지정했지만, 강제할 수 있는 관련 법적 근거도 모호하다. 지금도 신종플루 의심환자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치료제 처방보고도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이 현실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는 한, 기존방역체계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다섯째, 변종 바이러스가 또 다른 변종바이러스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은 항바이러스제를 포함한 현행 의약품의 사용방식과 규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에 대한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인데, 한국은 아직 각종 의약품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출구조사가 없다. 정기적으로 상하수도에서 약품사용량 출구조사를 실시하고 과잉 사용된 약품에 대한 제한조치를 취하면서 이와 연관된 화공약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관한 이력추적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다고 해도 세계화된 지구촌의 현실에서 한국만의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국제적인 협력과 공동노력을 통해 상호협력과 정보교환 등에 관한 노력을 가시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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