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공무원, 최고의 심부름꾼이 되려면…
[독자기고] 공무원, 최고의 심부름꾼이 되려면…
  • 관리자
  • 승인 2009.10.09 14:16
  • 호수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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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율/부산노인복지진흥회장
“친구여, 잘 먹고 잘 살면서 공복(公僕)의 도리(道理)를 어찌 다 하겠는가? 우리 집 방을 보게. 이만하면 우리 식구가 눕고도 몇 뼘의 여유가 있네. 저 밭에 곡식이 자라고 있어서 겨울 걱정은 면하게 되었네. 땅이 있고 옷이 있고 밥이 있고, 게다가 책과 가야금이 있고, 나를 걱정해 주는 자네 같은 친구까지 있으니. 아! 이만하면 한 세상 만족하여라. 태평하여라. 내가 태평하면 나라도 태평하고 나라가 태평하면 나 또한 태평한 법이라네.”

이 글은 김정국 정승이 남루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비난한 친구에 대한 답이다. 김정국 정승은 조선시대 중종 때 고위 관직인 정승과 관찰사를 지냈다. 그는 모든 관직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 두어 칸짜리 집, 두어 마지기 논밭, 책 한 시렁, 옷가지 몇 벌과 살림도구, 거문고와 끄덕 끄덕 타고 다니던 나귀 한 마리뿐이었다.

최근 정부개각 내정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내정자들의 위장전입을 통한 부동산 늘리기, 편법증여, 이른바 다운계약서, 이중국적, 병역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여당의원들의 감싸기와 바로잡기 질의에 다소 여유 있는 대답과 표정, 야당의원들의 송곳질문에 대한 해명과 변명, 그리고 사과하는 모습이 애처로운 생각까지 들었다.

민주주의적 계몽군주로 잘 알려져 있는 독일 북부지방의 프로이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짐(朕)은 국가제일의 공복(公僕)이다”라고 말했다. 즉 자신이 국가 제일가는 심부름꾼이라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대왕의 이 말은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은 국민들이 그들을 믿고 가정과 사회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청렴결백하게 봉사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특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고위 공직자들이 청렴결백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복무 자세가 하급 공무원들에게 모범이 돼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또 그 가족, 특히 남편이 부끄럽지 않는 공직자가 되도록 부인들이 내조의 여왕이 돼야하며, 지인들의 유혹을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어디 청백리가 조선시대 김정국 정승과 독일의 프리드리히 대왕뿐이겠는가? 지금도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 공무원들이 자기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공직자들이 많다. 내가 아는 많은 공무원들 중에는 자기가 맡은 업무에 충실하며 눈앞 이익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가정과 국가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공복들이 많다. 그리고 공직을 명예롭게 은퇴해 여생을 멋지게 살아가는 지인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것처럼 간사하고 도량이 좁은 소인배(小人輩) 때문에 열정을 다해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들에게까지 누를 끼치지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공인은 자기이익에 앞서지 말고 공익에 앞장서야 하며, 가득 찼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성인들의 말씀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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