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정책 노동행정 중심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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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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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고용 촉진법’ 유명무실한 존재로 남을 것인가

고령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고령자 취업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령자 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제정하고 1992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13년이 흐른 현재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밝혀져 취업을 원하는 고령자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다.

청년실업이 대두되면서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을 했다. ‘이태백’ 즉,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으로 젊은이들의 취업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현재 취업문제는 이십대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른 퇴직으로 인해 50대 중반도 일자리를 잃고, ‘안방지기’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고령자들의 취업문제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정도로 어려워 곧 고태백’이라는 신조어가 고령자들 사이에서 유행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하면 고령자 고용기준율은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의 2%, 운수업 또는 부동산 및 임대업의 경우 6%, 그 외 산업부문에는 3%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 고용기준율에 미달해 이 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조사한 노동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2%로 본격적인 고령화시대를 맞은 2000년에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한 고령자 고용기준율을 미달한 사업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3년에는 1,554개 업체 중 55.4%인 862개 업소가 고령자 고용기준율에 미달됐고, 2004년 총 1,660개 업체 중 55.9%인 928개가 미달됐다. 미달 사업장 중 2003년에 114개 업체 중 13.2%가 2004년에는 156개 업체 중 16.8%의 사업장이 고령자를 단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고령자를 고용한 기업이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단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도 10% 이상으로 나타나 ‘고령자고용촉진법’을 등한시하는 기업도 있었다. <표2>   

 


대기업, 고령자 고용 미달 14%


우리나라 대기업 중 10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KT, 포스코, 한진, GS, 한화의 고령자 고용 현황을 살펴보면 고용기준율에 크게 미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2003년과 2004년 각각 129개 계열회사가 고용기준율에 미달됐으며, 단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계열회사도 2003년 22개, 2004년 21개로 고령자 고용에 인색하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한편 LG, SK, 롯데, 포스코, GS 그룹은 2003년에 비해 2004년 고용기준율 미달 계열회사 수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도 고령자 고용을 기피해왔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표1>

 


이처럼 고령자 고용기준 미달 사업장이 많은 이유는 ‘고령자고용촉진법’이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없다는 데 있다.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위반한다 해도 미달사업장에 대한 벌금이나 제재조항이 없다.

 

즉 강제성이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꼭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어 기업들의 고령자 채용기피 현상이 가증될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부에서 조차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한 고용기준율에 미달된 사업장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기관 마저 외면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기관의 외면이다. 정부 14개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조폐공사, 농수산물 유통공사, 농업기반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한국석유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관광공사, 한국철도공사 등의 평균적인 고령자 고용기준율은 5.5%이지만 이 가운데 78.6%인 11개 기관은 평균 기준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5곳은 1% 대에, 철도공사, 한국전력, 농업기반공사 외에는 평균 2.7%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표3>

이처럼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부투자기관 조차 고령자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결과는 정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고령자 고용에 대한 인식이 매우 미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들이 고령자를 고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면(노동부, 보도자료) ‘고령자에게 적합한 일거리가 없다(42.7%)’는 이유가 가장 컸으며, 그 다음이 ‘정년 등 인사규정상 고령자 채용 곤란(22%)’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어서 신규채용 어려움(18.7%)’ ‘재정형편상 어려움(0.8%)’순으로 나타나 고령자에게 적합한 일거리가 없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우선정부차원에서 노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사업주들에게 우선 채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달업체 ‘제재’, 초과업체 ‘인센티브’ 필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고령자 고용에 대한 기업의 의식변화와 정부의 사회적 책임이다.


일본의 경우 고령자 고용정책을 노동행정의 중심과제로 삼아 고령자 고용을 활발히 진행해 고령자 문제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고자 했다. 또 고령자고용대책법을 개정하여 직원을 채용할 때 연령제한을 두지 않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경우 60세 정년퇴직 이후에도 65세까지 재고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령자 취업에 대해 중요한 문제로 인식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고령자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고령자 고용정책을 노동행정의 중심으로 여기고, 고령자를 채용할 때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의식을 버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자율성에 맡긴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의무화해 적극적인 고령자 고용을 추진해 고령자 고용이 활발한 기업에게는 적절한 보조금을 지원해 자발적인 고령자 고용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가에서 고령자 고용에 대해 인색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고령자고용촉진법상 미달 업체에 대한 제재와 초과 달성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내용을 담은 동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곧 제출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유명무실한 존재였다면 이전의 문제를 개선하고, 정비해 환골탈퇴한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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