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 생각을 바꾸면 노년이 즐겁다
[활기찬 노년생활] 생각을 바꾸면 노년이 즐겁다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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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 여기서 일하노라면 살아있다는 느낌!

노년에도 쌩쌩, 월급날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


이모(67) 할아버지는 강동구 소재 모 아파트 상가에서 지난해 3월부터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근무방식은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형태로 관리소장과 함께 두 명이 상가를 살핀다. 모 기업체에서 정년퇴직하고 7년간 휴식기를 보내다가 재취업해 일을 하게 된 이씨는 “여기서 일하고 있노라면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한다.

 

이씨는 25년 이상 근무해 온 직장에서 은퇴한 후 한참 동안 상실감에 시달렸다. 우두커니 집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 무료해 노점상이라도 차려 장사를 하고 싶었지만, 혼기가 찬 자식들 눈치에 선뜻 시작을 하지 못했다.


재작년 겨울 막내딸까지 출가를 시키고 나자, 사회적인 이목에서 자유로워진 이 할아버지는 더 늦기 전에 ‘뭔가 해야겠다’는 각오로 동네에 있는 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이력서를 내고 한 달을 기다리니 ‘경비원 자리가 났는데 하고 싶은 의사가 있으면 면접을 보러오라’는 연락이 왔다.


기업체에서 장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어 이 할아버지는 쉽게 합격됐다. 긴 휴식 후에 갖는 직업이라 처음 며칠은 고되고 힘들었다. 또 기업체에서 근무할 때는 양복을 입고 출근을 했는데, 제복을 입고 일을 하려니 그것도 처음엔 어색했다. 그러나 차차 적응이 되면서 나중에는 오히려 그것이 편했다. 옷 신경 쓸 일이 없기 때문.


한 달 일하고 받는 보수는 70여만 원. 경로우대를 받아 지하철은 무료 승차를 하기에 차비는 들지 않는다.

 

하루 꼬박 일하고 하루를 쉬기 때문에 이른 아침을 먹고 출근해 점심, 저녁 두 끼 식사를 집 밖에서 하고 다음날 아침은 집에 들어와 먹는다. 이 할아버지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아내가 보온 도시락에 밥을 담아주면 한 끼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나머지 한 끼는 상가를 청소하는 아주머니들과 함께 약간의 돈을 추렴해 관리실의 취사실에서 식사를 지어 먹는다.


밤에 잠을 못자는 게 약간은 고되지만, 체력관리가 잘 되어 견딜만하다는 이 할아버지. 월급 모두를 아내에게 갖다 주면, 아내는 70만원을 알뜰하게 쪼개 쉬는 날이면 함께 나들이를 가고, 맛있는 집을 찾아 미식도 즐기고, 집안 경조사비에 쓰고, 손자들 용돈도 준다.

 

젊었을 때 벌이에 비하면 적은 돈이지만, 아침에 아내가 건네주는 도시락을 받아들고 집을 나설 때면 칠십을 바라보는 노인이 아니라, 신혼시절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 나이에 귀찮은 건 없다!


“노인네가 맨날 집구석에만 박혀 있어봐. 허구 헌 날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 괜히 아들, 며느리 괴롭힐 뿐이야.”


 

아침이 되면 매일같이 동네 뒷산에 올라 배드민턴을 치는 강모(66) 할머니와 전모(64) 할머니. ‘얍!’하는 함성과 함께 서브를 넣고 주거니 받거니 콕을 넘기는데, 도저히 예순을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가 어렵다.


6년 전, 산자락을 낀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등산에 취미를 붙인 강 할머니는 옆 동에 사는 전모 할머니와 함께 산 중턱에 있는 배드민턴 클럽에도 가입을 했다.


마음도 맞고 짝도 맞아, 두 할머니는 함께 초·중급 강습을 받았다. 청장년층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두 할머니는 환상의 배드민턴 시스터즈로 코트에서 단연 인기 짱이다.


두 세 게임을 즐기고 지루해지면 산 정상까지 올라 지참한 도시락을 꺼내 약수물과 함께 밥을 먹고, 나무 그늘에서 오수를 즐기다 해가 뉘엿뉘엿해지면 산을 내려온다. 자식들은 다 키워 짝 채워 보냈으니 책임과 의무는 다했고, 이제는 만사 걱정이 없다고 한다.


“맑은 공기 마시고 마냥 흙 밟으며 땀 흘리고 적절히 휴식을 취하고 입맛에 맞게 준비한 도시락밥을 먹으니 안빈낙도가 그만이야. 딸이 가끔 전화로 ‘엄마 산에 가는 거 귀찮지 않아?’하는데 귀찮다니, 오히려 하루라도 몸을 안 움직이면 좀이 스는 것 같은데….”

젊은이 못지않은 끈기, 지속력으로!


일산에 사는 박모(61) 할아버지는 1년 가까이 독거노인들에게 점심도시락을 배달하는 자원봉사를 하며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박 할아버지는 “이미 자식들도 출가해 부담이 없었기에 돈벌이는 그다지 중요치 않고,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면 힘들게 느껴졌을 텐데 봉사활동을 하니 힘든 것을 모르겠다”고 한다.


학생들이나 주부들은 봉사를 하겠다 마음먹어도 오래 하지 못한다. 할 일도 많고 다른 재미거리도 많기 때문. 마음은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하지만 박 할아버지는 인생의 웬만한 재미는 다 추구해본 나이라, 다른 재미 때문에 봉사활동을 포기하진 않는다.


박 할아버지는 자원봉사를 하며 한층 건강해지고 젊어졌다고 한다. 점심도시락 배달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걷는 일도 많아지고, 같은 세대인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결 긍정적이 되었다고 한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퇴직 이전에 자기가 했던 일을 생각하며 권위의식에 빠져 쉽사리 자원봉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박 할아버지. “집안에서 바둑, 장기나 두면서 웅크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부담 없는 자원봉사를 통해 활기찬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여가활동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며 망설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요. 물론 그 말이 맞긴 맞아요. 그러나 찾아보면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곳도 많아요.”


꼭 돈이 있어야만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양모(65) 할머니. 양 할머니는 집 근처의 노인복지관에서 컴퓨터 기초와 활용 과정을 무료로 배웠다. 인터넷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배우고 보니 별 것 아니었다. 같은 반 친구끼리 채팅도 즐긴다는 양 할머니는 최근 포토샵 과정을 배우고 있는데, 이 역시 무료다.


양 할머니는 다음 달에는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주민자치강좌 중 하나인 사군자교실에 등록해 매란국죽 등을 그리며 동양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볼 계획에 있다. 월 1만5000원만 있으면 수강 할 수 있어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


강서구에 사는 한모(68) 할머니는 얼마 전 노인여가교실을 수강했다. 무료로 노래도 배우고 간단한 스트레칭도 배우고 건강강좌도 들으며 날로날로 유식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혼자서도 잘 논다


양천구에 사는 최모(62) 할아버지는 클래식 감상에 흠뻑 빠졌다. 학창시절 음악에 관심이 많았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전공을 하지 못했다.

 

장년 시절에는 기업체의 간부사원으로 산업일꾼이 되어 새벽별을 보며 출근해 다음날 새벽별을 보며 퇴근하는 생활을 계속하느라, 취미를 즐길 여유를 갖지 못했다.


은퇴 후 비로소 여유가 생긴 최 할아버지는 모 음악단체에서 주관하는 6개월 코스의 클래식 교실에 참여, 클래식의 이해와 감상법을 배웠다. CD 몇 장만 있으면 베토벤, 차이코브스키, 모차르트를 비롯한 거장의 세계에 빠져들어 식사 시간이 되어도 모른다.


은퇴 후 배우자를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 노인을 ‘젖은 낙엽’이라고 한다는데, 최 할아버지는 그런 건 모른다. 동갑내기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의 생활을 갖고 자신은 자신대로 취미생활을 즐겨 할 일이 없어 아내를 졸졸 따라다니는 일은 최 할아버지 사전엔 없다.

 

최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들의 경우 사회생활에서 은퇴하면 하루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정말 힘겨워 하는데, 늙을수록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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