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민만 생각하는 정치인을 기대하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민만 생각하는 정치인을 기대하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4.15 09:48
  • 호수 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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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내일 아침에도 이 버스는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그 버스와 4시 5분 경에 출발하는 그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 지 15분만에 신도림과 구로 시장을 거칠 때쯤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좌석) 사이 그 복도 길까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중략)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 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지난 2012년 당시 노회찬 의원이 진보정의당 대표를 수락하면서 한 연설 중 일부이다. 비록 노회찬 의원은 안타깝게 정치인 생활과 삶을 마감했지만 이 연설은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회자되고 있다. 

혹자는 말(言)로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뻔한 연설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연설은 단순 인기를 얻기 위한 대중 정치인의 사탕발림과는 다르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나 르포 기사처럼 ‘투명인간’ 같이 살아가지만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미화원들의 삶을 좇고 있다. 연설을 읽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부분이 잠든 시간에 고단한 몸을 이끌고 6411번 버스를 타고 일터로 향하는 이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곧 연설에서 묘사한 미화원의 삶에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비록 미화원보다 훨씬 더 나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이 연설은 보통 직장인보다 조금 더 빡빡한 삶을 사는 이를 다룬 듯하지만 실상은 각자 위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민들을 가리킨다. 

고 노회찬 의원의 연설이 빛났던 건 미화원, 더 나아가서 시민들을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이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어서다.

22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오는 5월 30일부터는 300명의 당선자들이 대한민국 국회를 이끈다. 22대 국회에서는 정쟁보다는 시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멋진 정치인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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