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살 만큼 살아” 황혼이혼 증가… 재산분할이 쟁점
“참고 살 만큼 살아” 황혼이혼 증가… 재산분할이 쟁점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5.03 16:47
  • 호수 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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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급증하는 ‘황혼이혼’

혼인기간 공동 형성한 재산이 분할 대상… 전업주부도 ‘절반 기여’ 인정

부부 중 한쪽에 ‘파탄’의 책임 있을 땐 위자료… 청구 시 증거 제출해야

이혼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달라지면서 평생 부당한 대우를 참고 살던 사람들이 노년기를 앞두고 황혼이혼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이영신(73) 어르신은 최근 이혼 상담을 위해 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았다. 40여년 간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항상 남편의 폭언과 무시가 이어졌지만, 경제권이 없어 참고 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주변 친구들이 황혼이혼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자식들까지 이혼을 권장하자 이혼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고 “단 하루라도 마음 편히 살고 싶다”며 협의이혼을 했다.

결혼하는 부부가 해마다 줄어들면서 이혼 건수도 덩달아 줄어들었지만 20년 이상 함께한 부부의 ‘황혼이혼’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인 황혼이혼 건수는 3만8446건으로 전체 이혼 가운데 34.7%를 차지했다.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황혼 이혼인 셈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산다’는 말이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황혼이혼이 늘어난 이유와 황혼이혼 시 주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알아본다.

◇황혼이혼 늘어난 이유

늦은 나이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가 많아지는 데에는 여성의 경제적 능력 향상과 사회 분위기의 변화, 평균수명 증가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혼자 살아갈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고 이혼을 치부처럼 여겼던 사람들이 많아 불행한 결혼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이 약해짐과 동시에 이혼의 이미지가 개선돼 자연스러운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조가 형성됐다.

이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주변에서 이혼을 선택한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이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자녀가 장성해 출가하면서 부모로서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이 가벼워짐에 따라 인생의 황혼기에는 오롯이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자 하는 개인의 선택도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위자료 청구

이혼 위자료는 부부 중 한쪽의 잘못으로 이혼하게 된 사람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때 민법에서 정한 이혼사유가 존재해야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 또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상대가 외도하거나 폭력적이라면 청구인이 불륜이나 폭력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자의 불륜이나 폭력으로 인해 이혼을 고려했다면 가능한 많은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불륜의 경우 배우자뿐만 아니라 상간자에 대해서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위자료청구권은 그 손해 또는 가해자를 안 날부터(즉, 이혼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인해 소멸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여도에 따른 재산분할이 주요 쟁점

황혼이혼은 부부로 산 기간이 오래된 만큼 정리해야 하는 문제도 산재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자녀들이 이미 장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로 인한 양육권 분쟁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부부가 함께 이룩한 공동재산이 많아 이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재산분할이란 혼인기간 동안에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 형성한 재산을 형평에 맞게 분할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혼인 전부터 각자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증여나 상속으로 형성된 특유재산은 분할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아무리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그 재산을 관리하며 증식, 유지하는 데에 배우자가 기여한 바가 있다면 그 공로를 인정해 일부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현금,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연금 등 거의 모든 자산이 포함되지만 일반 자산 외에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채무 역시 재산분할에 포함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업주부도 재산증식 기여 인정 

재산분할은 기여도에 따라 비율이 정해진다. 기여도는 부부 각자의 소득, 가사와 육아 분담 상황, 재산 증식 방법 등에 따라 다르게 인정되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전업주부의 경우, 가사와 육아로 밖에서 일하는 배우자를 지원해 왔기 때문에 특별한 소득이나 수입이 없더라도 부의 유지와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조 김앤서 부부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판결을 살펴보면 전업주부로서 10년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이에 대해선 절반가량 기여도를 인정하고 있다”며 “가사노동 및 육아를 통해 배우자의 원만한 경제활동을 지원한 부분을 증명할 수 있다면 충분히 유의미한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수령하기 전인 배우자의 연금에 대해서도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있다. 분할연금은 이혼했을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일정액을 받도록 한 연금제도다. 

집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혼인 기간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국민연금 가입자와 5년 이상의 혼인관계를 지속했다가 이혼한 배우자로, 본인과 배우자 모두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수급 연령이어야 한다.

위와 같은 요건이 해당된다면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수령하는 연금액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2분의 1을 지급받을 수 있다. 현재 연금이 월 80만원이고 혼인 기간 해당액이 월 70만원이면 월 35만원씩 나누는 식이다.

김 변호사는 “재산분할 과정에서 상대방이 재산을 허위 신고하거나 은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사전에 미리미리 상대방의 재산을 파악하고, 소송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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