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참지!’ 전… 순박하고, 씩씩하며, 맛깔스러운 우리 방언의 매력
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참지!’ 전… 순박하고, 씩씩하며, 맛깔스러운 우리 방언의 매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5.20 14:49
  • 호수 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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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0주년 기념전… 방언의 다양성, 맛 등 보여주는 자료 432점 전시

어휘별 방언 차이 보여주는 ‘국어방언학서설’, 문학 속 사투리 등 재미

이번 전시에서는 전국에서 수집한 방언 자료를 통해 우리 사투리의 매력과 맛을 조명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전시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전국에서 수집한 방언 자료를 통해 우리 사투리의 매력과 맛을 조명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전시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경기도 말씨는 새초롬하고, 강원도 말씨는 순박하며, 경상도 말씨는 씩씩하다. 충청도 말씨는 정중하며, 전라도 말씨는 맛깔스럽다.”

1900년 10월 9일 황성신문에 실린 논설 ‘언어가정’에서는 각 지역 방언에 관해 촌스럽다거나 어색하다고 깎아내리지 않았다. 서울말이 다른 지역 말투와 비교해 우위에 있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반면 1966년 초등학생들이 썼던 국어 교과서는 “외국에서는 자기 나라 표준말을 못 쓰는 사람은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라고 천대까지 받는다더라”며 표준어가 방언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이처럼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도구이자 우리 말과 글맛을 살려주는 언어적 자산인 방언을 시대적으로 어떻게 여겼는지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에서는 지역 방언의 개념과 의미, 다양성 등을 보여주는 자료 294건, 432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오는 10월 1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기획 과정에서 박물관 직원들이 직접 수집한 자료, ‘동학농민혁명군 한달문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1894), ‘감자’ 초판본(1935), 석주명 ‘제주도 방언집’ 초판본(1947) 등을 선보인다.

방언은 ‘오방지언’(五方之言)을 줄인 말로, 동서남북과 중앙을 합쳐 이르는 말이었다. 이후 수도 서울의 위상이 날로 커지면서 표준어와 방언이 나뉘게 됐고, 과거 신문이나 교과서 등에서는 방언을 ‘지역의 말’ 혹은 ‘비공식적인 말’로 여기기도 했다.

먼저 1부 ‘이 땅의 말’에서는 옛 문헌 기록부터 현대 미디어 콘텐츠까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지역 방언의 말맛과 특징을 소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뭐락카노’, ‘얼매나 마수운 지 아나?’ 등 사투리로 만든 그래픽들이 대형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전남 화순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하다 수감된 한달문(1859∼1895)이 어머니에게 쓴 한글 편지다. “어마님 불효한 자식을 깊피(급히) 살려주시오. 기간(그간) 집안 유고를 몰라 기록하니 어무임 혹시 몸에 유고 계시거던 졋자라도(옆사람이라도) 와야 하겠습니다”라며 자신의 절박함을 전달하고 있다. 

최학근의 ‘국어방언학서설’(1959)은 같은 어휘가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턱주가리(아래턱)는 턱아지·턱패기(충남), 태가리(전라·강원), 태거리(충청), 택사가리(경상도), 택조가리(전북·경남)로 지역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이어지는 ‘풍경을 담은 말’에서는 문학에 사용된 사투리와, 타지 사람이 귀로 듣고 기록한 방언 등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삶의 풍경을 살펴본다.

전남 강진 출신 김영랑(1903∼1950) 시인은 그의 시 ‘연’에서 ‘아스라하다’, ‘까마득하다’는 의미를 가진 전라도 방언인 ‘아슨풀하다’를 쓰기도 했다. 김동인(1900∼1951)의 ‘감자’에 나오는 문장인 “아즈바니. 오늘은 얼마나 벌었소? 한 댓 냥 꿰 주소고레”라는 작가의 고향인 평안도 방언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동숭동 출신 임화 시인은 ‘가을바람’에서 ‘그리(거리)’, ‘애끼는(아끼는)’ 등의 서울 방언을 활용했고, 충북 옥천이 고향인 정지용 시인은 ‘귀로’에서 ‘쌍그란(서늘한 기운이 있는) 계절의 입술’ ‘함폭(함빡) 눈물겨운 등불’이라고 노래한다. 대구 출신 이상화 시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답답워라(답답해라)’ ‘깝치지 마라(서두르지 마라)’ 같은 경상 방언으로 민족의 비애와 저항의식을 표현했다.

마지막 ‘캐어 모으는 말’에서는 방언을 기록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은 이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실제 방언 조사에 사용한 각종 장비, 기록물, 방언 지도, 다양한 방언사전을 만나볼 수 있다. 1980년에 한 ‘한국방언조사’ 질문지부터 방언 연구자들이 사용한 카세트테이프, 노트, 가방, 녹음기 등 손때 묻은 물건들이 공개된다. 길에서 만난 사람이 생생한 방언을 보물처럼 쏟아내자 학자가 급히 담배포장지에 적은 기록도 볼 수 있다. 

또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국어 방언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78년부터 전국 138개 군을 직접 조사한 과정과 그 결과물이 전시된다. 방언 연구자이자 방언 화자 이기갑, 충청도 출신 개그맨 김두영 등 팔도 화자들이 참여한 ‘같은 듯 다른 듯 경상도 사투리’, ‘팔도의 말맛’ 콘텐츠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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