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준비하는 제2의 인생, 보람과 희망 ‘가득’
‘학교’서 준비하는 제2의 인생, 보람과 희망 ‘가득’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11.20 13:24
  • 호수 19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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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취미·여가지도 비롯 효·인성교육강사 양성까지 다양한신대 노인사관학교, 화성노인회 대상 노인지도자 교육서울 마포 양원초교, 초등과정 4년만에 이수 가능 ‘인기’

 

김은순(86) 어르신은 가난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한글을 배우지 못한 서러움은 컸다. 은행을 가도,택배를 보내도 이름조차 쓸 수가 없었다.  더 늦기 전에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9월 서울 마포에 있는 성인학교인 양원주부학교에 입학했다. 김 어르신은 “한글을 배워서 나처럼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김 어르신처럼 제2의 인생을 학교에서 찾는 어르신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가난과 시대적 상황에 때문에 한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한 문해(文解)학교를 비롯해 어르신들의 취미나 여가활동을 돕는 학교, 어린이들에게 효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교육을 마련하는 학교, 여성노인들을 위한 학교 등 다양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제2의 인생 설계를 돕는,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학교를 소개한다.


취미·여가활동 중점 교육
‘영원히 젊어지는 학교’

2007년 개교한 ‘영원히 젊어지는 학교’(Young Forever School)는 어르신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교양 및 문화예술 강좌를 통해 노인문화 정착과 건전한 여가활용을 책임지고 있다.

이 학교는 지적장애 교육기관인 경북 영천의 경북영광학교를 설립한 이태영 박사가 주장한 근학이념 ‘만인을 위한 복지구현’의 뜻에 따라 일반노인과 한센인 노인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됐다.

65세 이상 영천시 북안면 거주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이 학교는 1년 2학기로 나뉘어 무료로 진행된다.

‘영원히 젊어지는 학교’는 매주 1차례씩 대학교수 등 외부강사를 초빙해 문화예술 강좌를 비롯해 노인상담심리, 웃음 치료, 수지침 등의 교양 강좌를 실시한다. 또 자격증을 갖춘 경북영광학교 교사들이 나서 도예, 제과제빵, 요리, 가요, 비누공예, 원예치료, 요가, 헬스, 스포츠 마사지 등 다양한 문화예술 강좌도 진행한다. 이 뿐만 아니라 매달 1차례씩 경주 엑스포, 대구 시티투어 대학교 박물관 등 외부 시설견학도 진행한다.

특히 이 학교는 스포츠댄스, 파크골프, 제과제빵, 중창단 등 동아리를 구성해 어르신들이 자체적으로 노인문화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동아리 어르신들은 각종 지역행사가 열릴 때마다 무대에 올라 솜씨를 선보인다.

‘영원히 젊어지는 학교’는 경북 영천시 북안면 본교를 비롯해 칠곡군과 영천시 오수동에 2개의 분교가 운영되고 있다. 본교에는 현재 일반 어르신들 50여명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칠곡분교(100여명)와 영천시 오수동분교(40여명)에는 한센병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내년에는 경주에도 분교를 세울 계획이다. 문의 054-331-6501

효사상·인성교육 강사 배출
‘실버 효 사관학교’

부산 북구 구포동에 위치한 ‘실버 효 사관학교’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효 사상 교육을 실시해 부산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파견, 효 교육을 전파할 수 있도록 돕는 학교다.

매년 4월 초~5월 말, 9월 초~10월 말 2차례씩 교육이 진행되는 학교는 일주일에 2차례 하루 4시간씩 모두 64시간 동안 전문 강사 20여명을 초빙해 노인가치관 정립을 비롯해 노년의 자아발견, 효행장려교육, 효 문화 등의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해 1기 수료생 80여명을 배출한데 이어 올해는 2기와 3기 총 300여명을 배출했다.

시민단체인 ‘매월 1일 효 생각날 시민운동본부’가 점점 퇴색돼 가는 효 사상을 정립하고 전파하고자 설립했다. ‘매월 1일 효 생각날 시민운동본부’는 2002년 부산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효 문화를 되살리고 효행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다.

학교 수업을 마친 어르신들은 부산지역 250곳의 유치원과 134곳의 초등학교 등 380여곳의 학교에 배치돼 동화구연을 통해 존댓말 쓰기,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알기, 이부자리 정리정돈 습관 등 효 사상 및 인성교육 봉사를 펼친다. 부산경남지역 거주 65세 이상 신체·정신이 건강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의 051-337-7902

합숙 통한 노인지도자교육
한신대 ‘노인사관학교’

매년 합숙을 통해 노인지도자 교육을 펼치는 학교도 있다.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한신대학교는 2007년부터 매년 2차례씩 대한노인회 화성시지회 회원을 대상으로 ‘노인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사관학교는 대한노인회 화성시지회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육 수료 후 노인지도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240명을 선발, 2박3일 동안 합숙을 통해 노인건강관리와 재활 훈련, 노인 여가생활 방법, 지역 역사문화 탐방, 치매 예방 운동요법, 웃음치료와 노인심리운동, 중풍 재활 운동요법 등의 교육을 실시한다.

어르신들은 학교에서 배운 교육을 바탕으로 경로당을 방문, 봉사활동을 펼친다. 다만, 올해는 신종플루 여파로 취소됐다.

한글 가르쳐 주는 문해교육
‘서울어머니학교’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서울어머니학교’는 어려운 사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늦깎이 학생들을 위한 학교다. 1993년 개설된 이 학교는 현재 16명의 무보수 자원교사들이 활동하며, 어르신들을 위한 문해(文解)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주로 40~70대 중고령 여성들이 재학 중이지만 성별, 나이, 국적, 지역 상관없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현재 70여명의 학생들이 한글을 중심으로 한자, 수학, 영어,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기본교육은 3년 과정이지만 평생교육을 바탕으로 한다. 수시 입학이 가능하며, 교육비는 한 달에 3만원씩 납부하면 된다. 70세 고령자나 기초생활수급권자 또는 장애인은 절반만 내면된다. 가정형편이나 학교생활에 충실한 어르신들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한다.

또한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봄에는 소풍을, 가을에는 1박2일 수학여행을 떠나는 등 학창시절의 추억도 선사한다. 특히, 이 학교는 배움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활동도 활발하게 펼치며 나눔을 실천한다.

학생들은 자원봉사회를 구성, 동대문 지역 ‘아름다운가게’에 물품기증은 물론 판매봉사활동을 펼친다. 수익금은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 학비로 쓰여진다. 또 지난해 11월부터는 매주 2차례씩 지역 공부방을 찾아 어린이들에게 요리수업도 진행한다. 이밖에도 장애인 한글학교에서는 보조교사로 나선다. 문의 02-2253-2530

여성노인들을 위한 학교
양원주부·초등학교/일성여중고

여성노인들을 위한 학교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꼽을 수 있다. 이선재 교장이 이끌고 있는 이 학교는 일성고등공민학교를 전신으로 둔 이른바 ‘자매’학교다.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양원주부학교는 초·중·고등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과정 모두 1년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학력인정은 되지 않지만 검정고시 준비와 평생교육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격조건은 하급 학교 졸업장 취득자로 교육비는 월 5만5000원 수준. 문의 02-704-7402

양원주부학교와 같은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양원초등학교는 성인대상 학력인정 학교다. 일반 초등학교처럼 1~6학년까지 전 학년을 갖추고 있지만 6년이 아닌 4년 만에 졸업 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한 학년이 8개월 단위로 4년 12학기제로 운영된다.

입학조건은 12세 이상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면 누구나 입학 가능하다. 수업료를 비롯해 입학금, 교과서는 정부가 부담하며 매달 2만원 상당의 학교운영비만 내면 된다. 문의 02-704-7402

일성여자중고등학교(마포구 염리동)는 지난 2000년 2년제 학력 인정 학교로 거듭나 중고등학교 3년 과정을 2년이면 졸업할 수 있다.

특히 이 학교는 수업뿐 아니라 영어, 한자, 컴퓨터 등 8개 특별활동을 비롯해 문예반, 합창반, 영어말하기 대회,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정규 수업에서 할 수 없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자격은 초등학교 졸업자 및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며 학비는 3개월 단위로 중학교 10만원, 고등학교 60만원 수준이다. 문의 02-716-0069

이 학교 학생들은 1993년 양원봉사회를 창립해 1000여명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회비를 모아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 및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 나누고 베푸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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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2010-01-16 10:13:11
늦깍이에 공부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입니다

장미의 이름으로 2009-12-04 11:23:56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20대에서 70대까지의 주부 만학도들이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