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캡슐형 내시경 개발 쾌거
국내 최초 캡슐형 내시경 개발 쾌거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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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송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환자들은 기관을 스치고 지나는 고무관의 불쾌한 통증을 잊지 못한다. 마취를 하지 않는 한 누구라도 구토나 위경련 등 고통을 겪는 것이 내시경 검사다. 그러나 이제 마취나 구토, 위경련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산업자원부가 지원하는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이 6년여 동안 끈질긴 연구를 이어온 끝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캡슐형 내시경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팀을 이끌어 온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 김태송(47, 사진) 단장이 돌아보는 지난 6년은 결코 순탄치 않다.


“1999년 12월부터 연구를 시작해 이루어낸 쾌거입니다. 산업자원부가 지원하는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은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첫 시범사업으로 출범됐고, 이번에 연구개발 6년 만에 세계 초소형이면서 고영상 품질을 자랑하는 캡슐형 내시경 ‘미로’(MIRO)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출발부터 위기의식으로 시작됐다. 연구개발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에 이스라엘에서 세계 최초의 캡슐형 내시경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야심만만하게 시작한 국책사업이었던 만큼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명예를 빼앗긴 것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것보다 더 작고 쓰기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가 떠올랐다.


김 단장은 “캡슐형 내시경 개발은 복합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인 만큼 개발과정에서 의사들과 엔지니어들 사이의 견해차가 적잖았다”며 “이러한 기술적 결함을 극복하고 의학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밤낮 없는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했다.


수차례의 도전과 실패를 거쳐 알약 크기의 내시경을 만들어냈다. 알약처럼 삼키기만 하면 내시경이 소화기관을 타고 내려가면서 사진을 찍어 허리에 부착된 수신 장치로 전송한다. 환자는 캡슐을 삼킨 뒤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하면 된다.

 

입원할 필요도 없다. 일정 시간이 지나 수신 장치만 병원에 반납하면 내시경 검사가 끝나게 된다. 캡슐은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배설된다.


획기적인 제품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미 캡슐형 내시경이 쓰이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원천기술로 2002년 미국 기븐 이미징사가 만든 ‘필캠’(PillCam)이라는 제품이다. 하지만 영상화질이 5만 화소에 불과하고, 1회당 검진비용이 130만원에 이른다.


“미로는 우선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말쯤 상용화되면 25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화기관에 8~11시간 머물며 10만 화소급 영상을 초당 1.4~2.8매씩 촬영합니다. 성능과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도 당당히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단장이 미로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첫 번째 단점은 촬영범위가 한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소화기관을 따라 자연적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현재는 통로가 좁은 식도와 소장을 주로 찍는 것으로 설계됐습니다. 범위가 넓은 위나 대장을 찍기 위해서는 원격조정기술을 적용시켜야 합니다. 앞으로 4년 정도 더 연구하면 원격조정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밖에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현재 평균 10시간 정도 지속되는 배터리로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일반 내시경처럼 샘플 채취나 약물 투여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미로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 단장은 “현재는 영상정보만 수집하는 기능에 머물고 있지만 센서를 달아 여러 가지 정보를 송신하도록 개발할 것”이라며 “앞으로 캡슐형 내시경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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