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문식 기자의 만만담] 새집증후군
[함문식 기자의 만만담] 새집증후군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11.26 15:27
  • 호수 19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 지자체들의 신청사가 경쟁이나 하듯이 잇따라 화려하게 지어져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그걸 자랑이라도 하듯 최근 한 지자체는 2억 7000여만원이나 들여 개청식을 가졌다. 이 지자체 덕에 다른 지자체의 신청사는 명함도 못 내밀 처지가 됐다. 이미 신청사를 세웠던 다른 지자체장들은 이를 고마워 해야 할 지, 억울해 해야 할 지 헛갈리는 대목이다.

3222억원을 들여 지었다는 신청사는 규모는 물론, 건설비용 면에서도 지자체 가운데 단연 최고다. 전체 인구(95만명)로 건설비를 따져보면 1인당 34만원씩 세금이 들어간 셈이다.

신청사 면적은 7만4000㎡.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보다 3배나 넓다. 물론 정부종합청사는 대전과 과천 등지에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인구 100만이 안되는 시청사가 정부를 상징하는 건물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보다 크다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쉽지 않을 듯 하다. 이를 관계자들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참으로 그 배짱이 놀랍다.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100년 앞을 내다보고 지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제는 규모만이 아니다. 스텔스 전투기 모양을 본 떠 만들었다는 화려한 외관은 오랜시간 서울공항으로 인해 고도제한에 묶여 있는 시민들의 정서에 찬 물을 끼얹은 셈이다. 구조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시장실이 시청 직원들도 찾아가기 힘들 정도로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니, 이는 아예 100년동안 시민과 동떨어져 있겠다는 뜻이 아닌가.

물론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주민들이 몰려와 항의하고, 수난을 당하는 지자체장들의 고충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시민은 자신이 선출한 시장을 만나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

100년을 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100년 동안 두고두고 회자될 좋은 행정을 펼치는 것이 지방 행정관의 몫이다. 민원을 넣기 위해 시청 한 번 발걸음 하려해도 쉽지 않은 노년층을 위해서는 화려하고 거대한 관공서보다는,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연예인을 초청해 화려한 개청식을 벌였던 날, 독거노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시 외각의 어느 쪽방에서는 난방도 하지 못한 채 외로움을 삼키고 있는 어르신들이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