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문식기자의 만만담] 서커스매직유랑단
[함문식기자의 만만담] 서커스매직유랑단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12.03 14:03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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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체를 선언했던 동춘서커스단이 한시적이긴 하지만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인터넷, TV, 영화관 등 각종 영상매체가 범람하는 지금까지 서커스단이 이어온 것이 어쩌면 기적이었다.

1925년 창단한 동춘서커스단은 허장강·서영춘·배삼룡·남철·남성남·장항선 등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스타들을 배출한 우리나라 공연문화의 산실이었다. 1960년대 호황기에는 단원이 250명에 달했다 한다. 그러나 점점 인기를 잃어가면서 서커스를 배우겠다는 사람도 발길이 끊겨, 이제는 동남아나 중국의 단원들이 대부분인 40여명이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다.

급기야는 지난 11월 “서울 청량리 공연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동춘서커스에 남다른 추억을 가진 노년세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안타깝고 쓸쓸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 정부에서 동춘서커스 살리기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노동부는 동춘서커스에 ‘사회적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을 적용,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 이에 고무된 동춘서커스 측은 그동안 공사장 잡역부, 유흥업소 등으로 흩어졌던 단원들을 불러모아 공연일정을 잡는 등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2월 17일까지 서울 청량리 수산시장에서 공연하며, 12월 19일부터는 경기 김포실내체육관으로 무대를 옮긴다.

지금은 고급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서양의 뮤지컬도 초창기에는 정통 고급문화는 아니었다. 우리의 고유한 문화인 판소리나 잡가도 당대에서 보자면 양반보다는 서민들의 문화에 가까웠다. 지금은 유치하고 촌스럽다고 외면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동춘서커스 역시 당대 사람들을 웃고 울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다. 그러나 과거를 풍미했던 배우와 공연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말년이 비참한 지경에 이른 분들이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원로 희극배우 배삼룡씨가 투병 중에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무리 시대의 유행이 바뀌었어도 과거의 것에 향수를 느끼고 즐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수많은 TV 편성 프로그램중에 노년의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느 계층보다 여가문화가 필요한 것이 노년층이다. 노년층을 위한 익숙한 과거의 문화들을 다 밀어내고 새로운 것들로만 채우는 것도 전파의 독재다. 젊은 층이 옛 화면을 보면서 촌스럽다고 외면하듯이 노년층은 현란하게 치장된 새로운 쇼 프로그램을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 노년층을 위한 자그마한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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