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생명 담보 재정부담 줄이려 하나
노년층 생명 담보 재정부담 줄이려 하나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12.03 17:52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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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아스피린 제외한 항혈전제 보험급여 중단 논란
"2~3년 후 뇌졸중 발생 증가, 비용 기하급수적 상승할 것"
▲ 대중적인 항혈전약물 아스피린. 약값이 싸고 가장 널리 알려진 약이지만, 위장관 질환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
대표적인 항혈전제 ‘플라빅스’등의 재발방지 목적 복합처방에 대해 보험급여가 중단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고 '아시아경제'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질환이 노년층에 집중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건보공간의 재정부담경감 목적으로 노년층 안전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예상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혈관 속 피떡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항혈전제’의 건강보험 기준을 변경하는 고시 개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을 앓은 환자들이 재발 방지 목적으로 약을 쓸 때 ‘아스피린’만 보험급여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
▲ 항혈전 효과가 아스피린보다 우수하고 위장관질환등의 부작용이 없어 뇌졸중 환자에게 처방되는 빈도가 높은 플라빅스. 그러나 약값이 아스피린의 20배가 넘을 정도로 비싸다.
는 아스피린 뿐 아니라 플라빅스, 혹은 여러 약의 복합처방에 대해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했었다.

약을 아예 못쓰게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예전과 같이 약을 쓰려면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게 된다. 예를 들어 대표적 항혈전제 ‘플라빅스’의 경우, 당초 환자는 한 달 약값으로 8000원∼1만 8000원 수준만 부담하면 됐다. 하지만 비보험이 되면 최대 6만원 정도의 약값을 환자가 모두 내야 한다. 뇌졸중 및 심혈관질환 환자는 한 해 20만명 정도 발생하며 이들 대부분은 노인이다.

항혈전제로 쓰이는 플라빅스는 아스피린보다 항혈전 효과가 높고, 위장관 등에 부작용이 적어 아스피린 등과 함께 복합처방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약값이 아스피린에 비해 20여배 정도 비싸 소비자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고시가 확정되면 가난한 노인들은 효과가 다소 낮지만 저렴한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 통상 뇌졸중 등 혈관계 질환은 재발했을 때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등 학술단체들이 개정안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시철회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 민양기 교수(한강성심병원)는 “아스피린이 뇌졸중 재발을 20% 정도 막아준다면, 플라빅스는 23% 정도 예방한다”며 “효과가 1%라도 좋은 약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시가 통과되고)2∼3년만 지나면 오히려 뇌졸중 발생이 증가하고, 거기에 따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균적으로 뇌졸중 환자의 4명 중 1명이 재발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비싼 약에 치중돼 있는 처방행태를 바꾸려는 의도”라고 했다. 플라빅스는 연간 1000억원 어치 정도가 처방돼, 전체 의약품 매출 1위 품목이다.

이와는 별개로 정부는 이 논란이 의외의 변수에 의해 해결될 수도 있음도 내비쳤다. 심평원 관계자는 “플라빅스의 약값이 지나치게 비싼 것이 원인이므로 제약회사가 약값을 자진해서 내리면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주는 식의 방법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플라빅스의 효과가 아스피린보다 좋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는 바다. 개정안을 마련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약간의 효과 차이는 있지만 사회경제적 부담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의 차이가 생명을 가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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