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간, 대한노인회를 회고하다 32
박재간, 대한노인회를 회고하다 32
  • 관리자
  • 승인 2009.12.14 11:14
  • 호수 19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창현 회장 1997년 재선되는 과정
백창현 회장의 첫 번째 임기는 1997년 2월 끝났다. 백창현 회장은 임기가 종료되기 1년 전부터 전국 지방조직을 순회하며 한 번 더 회장으로 밀어줄 것을 당부하는 선거운동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대의원 중에는 반대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필자 역시 그가 지난 3년간 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그의 재선은 막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 기회에 대한노인회의 사회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라도 차기회장은 국가원로급 인사를 영입하려고 했다.

1997년초 필자는 국가 원로급 인사 몇 분을 차례로 방문, 노인회장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자신을 추대하는 형식을 취해 준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현 회장과 경선하는 모양새로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국가원로급 인사를 대한노인회장에 모시는 작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백창현 회장과 그 휘하에서 오랫동안 일한 신강순이 경선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총회를 수개월 앞두고 신강순은 돌연 회장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백창현 회장과는 10여년 동안 중앙회에서 같이 어울리던 사이였다. 따라서 백창현 회장의 능력과 사람 됨됨이 등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신강순은 대한노인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백창현 회장이 재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 끝에 차기회장 출마를 결심한 것이다.

그는 이규동 회장 시절 대한노인회에 들어와 이 호 회장 6년, 이병하 회장 6년, 백창현 회장 2년 등 총 14년 이상 노인회의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국장과 사무총장직 등을 역임한 경력이 있었다.

신강순은 총회 몇 개월 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득표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백창현 회장은 현직 회장이라는 장점에다 풍부한 선거자금을 배경으로 대의원들 속으로 파고들었고, 신강순은 과거 10여년간 중앙회가 자신의 주도하에 운영됐음을 부각시키며 득표활동에 열을 올렸다.

시군구지회장들 중에도 원로급 외부인사 영입이 어렵다면 백창현 회장보다 차라리 신강순을 차기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예상외로 많았다.

총회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대의원 중에는 백창현·신강순 모두 중앙회장으로 함량부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대안으로 필자를 차기회장으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는 노인회보다는 노인복지정책 개발을 위해 연구에 전념하는 것이 우리나라 노인들을 위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인회장이 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더구나 필자는 평소 중앙회장은 학식, 교양, 인격, 덕망 등 모든 면에서 전국 노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원로급 인사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던 중 필자는 총회가 임박한 어느 날 문득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됐다. 필자가 회장으로 출마해서 당선되면 당분간 회장직에 있다가 자진 사퇴하고 국가원로급 인사를 회장으로 옹립하는 형식을 택하면 목적을 달성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총회를 10여일 앞두고 회장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그러자 백창현 회장은 회장출마 포기를 전제로 여러 가지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 중 자신은 회장, 필자는 상임부회장으로 하되, 3년간 회무 일체는 필자 주도 하에 행하고 자신은 회장 명예만 갖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백창현 회장은 서울·인천시연합회장, 황인한 사무총장 등이 공동으로 증인란에 서명한 문건을 작성해 필자에게 제시했다.

필자는 끈질긴 권유를 뿌리칠 수 없어 협약서에 서명하고 회장출마를 포기했다. 총회에서 백창현 122표, 신강순 78표로, 백 회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백창현 회장은 재선에 성공, 2000년 2월까지 3년간 회장 권한을 부여받았다. 총회에서는 회장과 감사만을 선출하고 부회장 4인과 선임이사 10인의 선출권을 회장에게 위임하고, 회장은 7일 이내에 그 결과를 대의원들에게 통보하도록 결의된 바 있었다. 그러나 백창현 회장은 당선 후 1개월 이상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명백했다.

필자와 공동책임 하에 노인회를 운영하겠다고 서명했던 협약서를 무효화할 궁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백창현 회장은 당선 후 1개월이 지나서 노인회에 나와 필자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임원진 명단을 발표했다.

필자를 상임부회장으로 하고 회의 운영을 전적으로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서는 완전히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그의 인간 됨됨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전국 노인사회를 대표하는 웃어른 중 웃어른인 중앙회장의 처신으로서 부적절하기 이를 데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