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回春) 마지막회
회춘(回春) 마지막회
  • 서진모
  • 승인 2009.12.28 16:32
  • 호수 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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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 고목에도 꽃은 핀다
장준식의 부탁대로 사진을 가지고 택시를 대절하여 경찰서로 달려온 윤보라는 허겁지겁 수사과로 들어갔다.

준식은 담당 형사에게 잠시 구내 식당에 가서 커피한전 하고 오겠다고 양해를 구하고는 윤보라를 데리고 지하 식당을 내려갔다.

“도대체 선생님 무슨 일이예요?”

“기가 막힌 일이요,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합시다.”

그러면서 윤보라에게 건네받은 사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분명히 고소인들이 제출한 증거물과 상반된 까만 색깔의 블라우스였다.

장준식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면 그렇지 이것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이따위 겁도 없는 짓을 한단말인가…’ 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커피잔이 흔들리도록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천천히 침착하게 처리하세요.”

“그래요, 고마워요. 자, 윤 여사 나하고 잠시 요 앞 법무사 사무실로 좀 갑시다.”

“아니 법무사 사무실엔 왜요?”

“그냥 가서 보면 알아요. 자 얼른….”

두 사람은 곧장 경찰서 정문 앞에 있는 3층의 법무사 간판이 달린 건물로 올라갔다.

법무사 사무장과 마주앉은 장 원장은 자신이 강간범으로 억울하게 허위고소당한 사실을 자초지종 말했고, 사무장은 그가 말하는 대로 채연숙과 김상원을 무고 및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장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고소의 요지는 죄 없는 사람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인 경찰서에 허위의 고소를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무고죄란 형법 제156조의 죄로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무서운 범죄이다.

거기다가 상대방에 겁을 주어 돈까지 울궈 내려고 공갈 미수죄까지 저질렀으니 두인간의 죄질은 매우 사악하다는 사실을 경찰서 형사출신인 법무사 사무장은 노련한 솜씨로 고소장을 일사천리로 꾸며 주었다.

“자, 윤 여사. 다시 경찰서로 갑시다. 이것만 제출하면 나는 풀려나고 저 인간들은 구속이 될 겁니다.”

“그러세요, 다행이군요. 저는 내막도 모르고 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떨었는지….”

“미안해요, 사람이 살다보니 별 희한한 일을 다 당하네요.”

느닷없이 맞고소장을 작성하여 들고 들어온 장준식의 의기양양한 태도에 우선 담당 형사부터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던 채연숙도 무언가 누치를 채고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었고, 조금 전까지 큰소리치던 애꾸 김상원이란 놈은 화장실에 간다면서 슬그머니 밖으로 나간다.

“이게 뭐요? 고소장이라구요….”

사건담당 형사는 상당히 당황하는 표정으로 안절부절하면서 담배를 꺼내 문다.

“이봐요, 장준식씨! 무고로 잘못 고소하면 또다시 당신 무고죄가 추가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하고 오히려 겁을 주고는 잠시 기다리라 해놓고는 얼른 화장실에 간 김상원을 따라가서 그의 손을 끌고 지하 식당으로 내려간다.

“이봐요, 김상원씨 큰일났어요. 저 사람이 지금 들고 온 고소장 내용 이게 사실이라면 당신들이 꼼짝없이 도로 걸리게 되어있어요. 우선 당신이 제시한 채연숙씨가 강간당할 때 입었다는 블라우스 색깔이 정반대로 찍힌 이 사진이 이론의 여지가 없는 무고의 증거가 되는거요!“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제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온 인간이지만 떨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놈은 마치 똥마려운 강아지 새끼처럼 틈만나면 도망할 궁리를 하고 있는 눈치다.

“저기 형사님, 엊저녁에 먹은 음식이 체했는지 속이 매우 거북하니 잠시 저 앞 약국에 가서 약을 좀 지어먹고 와야겠는데요…”

“아니, 지금은 곤란합니다. 상대편에서 나보고 오해를 할 수도 있고…. 그러니 지난번에 나에게 준 이 봉투는 도로 받아요. 내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당신이 억지로 주머니에 찔러준 이것…. 나는 봉투 열어보지도 않았어. 그러니 얼른 받고 들어가요.”

“예? 형사님!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김상원이란 놈의 이마에 박힌 깊은 주름살이 오줌 맞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린다. 그리고는 연거푸 양담배를 꺼내어 빨아대고 있었다.

“아니, 뭐가 곤란 하다는거요?!!” 형사의 말투도 상당히 위협적이다.

“씨팔, 이거 경찰관이 뇌물받은 거는 죄가 안됩니까? 같이 갑시다. 나는 이판저판 이니까….”

두 사람의 신경전을 저쪽 옆의 의자에서 바라보는 윤보라의 가슴에는 야릇한 쾌감이 터져 오른다.

‘그랬구나….’

죄 없는 사람을 강간범으로 잡아가두어 놓고 돈을 왕창 울궈 낼 못된 마음을 먹은 인간이 이제는 담당형사까지 걸고 넘어가는 참으로 가소로운 정경을 바라보고 있던 윤보라는 저들이 모르게 돌아 앉아 장준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두 사람의 행동이 참으로 재미있는 점입가경 이라고….

드디어 형사는 준식을 데리고 수사과로 걸어오면서 당신 만일 나에게 봉투 건넨 것 나팔 불면 뇌물공여죄까지 추가하여 조서 꾸밀 테니 알아서하라고 잔뜩 겁을 주고는 조사실로 들어와 놈을 채연숙의 옆에 앉게하고는 고소인의 진술이 끝나자 두 공범에 대한 피의자 조서를 꾸몄으며, 놈의 전과사실 조회서류를 첨부하여 오후에 검찰에 구속 영장을 신청하였고 장준식은 무혐의로 풀려 나온 것이다.

이런 걸 사필귀정이라 했던가. 인간은 항상 양심을 지키며 진실하고 올바르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데 못된 년놈들 천벌 받을 인간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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