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 자치단체가 봉인가”
“복지정책, 자치단체가 봉인가”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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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서울 강서구청 노인복지팀장

고령화 시대에 부응해 정부가 각종 노인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어르신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선 자치단체는 예산부족과 과중한 업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본지는 영구임대아파트 주민 등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공존하는 서울 강서구청의 노인복지팀 김종호 팀장으로부터 노인복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 들었다. 취재결과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김 팀장은 일선 자치단체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중앙정부의 복지시책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입니다. 현재 정부와 서울시가 산하 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방교부금은 해당 지역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유층이 많은 지자체나 저소득층이 밀집한 지자체가 비슷한 지방교부금을 받다보니 복지수요가 많은 자치단체는 항상 쪼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강서구청 노인복지팀 김종호(51) 팀장이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문제는 예산이었다. 이를 인식한 듯 지난달 24일 노인수발보험 시범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구수나 면적 등으로 배분했던 지방교부세를 고령화율이나 기초생활수급자수 등 사회복지 수요를 반영해 배분토록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강서구의 경우 55만3660명의 구민 가운데 노인인구는 3만6084명으로 6.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인구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는 4532명(12.6%), 저소득층 328명(0.9%) 등으로 13.5%가 정부 및 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특히 독거노인은 6666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18.5%에 달하고 있다.


김 팀장은 “저소득층 인구가 많다보니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공휴일 도시락 배달 사업 등 구청 자체사업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며 “보조사업비의 차등 지급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강서구청을 지난 2003년부터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주중에는 밑반찬을 지원하고, 휴일에는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하는 경로식당의 경우 123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서울시 지원금은 700명분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 팀장은 “65세 이상 주민에게 주어지는 경로연금의 경우도 매달 4900여명의 어르신들께 3만630원~5만원씩 지급되고 있다”며 “영구임대아파트가 없는 지역은 500명 안팎의 어르신들만 경로연금을 받고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지원 없이 하달되는 복지부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 팀장은 “복지부로부터 하달된 올 시행사업만 독거노인 원스톱 지원서비스 및 주거개선사업, 노인학대예방 사업, 노인 안전지킴이 사업 등 네 가지에 달한다”며 “그러나 이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지원은 전무한 상태”라고 했다. 중앙정부는 생각 닿는 대로 정책만 세워 놓고 모든 역할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일선 자치단체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앙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업무관행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주요시책의 근거자료가 되는 통계조사의 경우 공무원 1~2명이 관할 지역 전체를 담당하다보니 정확한 자료 수집이 불가능한 상태다.


김 팀장은 “강서구도 예외가 아니다”며 “치매·독거노인 조사의 경우 한 동 평균 1500명이나 되는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동사무소 직원 1명이 단 일주일 동안 확인 점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치단체 고유 업무에다 중앙정부로부터 내려오는 업무까지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촉박한 시간 탓에 각종 통계조사는 과거 자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팀장은 “통계조사는 모든 정책의 근간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혈세인 예산이 집행되는 만큼 통계청으로 이관하거나 매 5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주택총조사 때 정확한 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정책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노인일자리 사업도 지적했다. 복지부가 요구하는 어르신 일자리를 실제로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어르신들의 경험과 적성 등을 무시한 채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적용하다보니 사업 취지와 동떨어진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부분 어르신들이 용돈이나 벌자는 생각에서 단순하고 일하기 쉬운 공익형 일자리로 몰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서구청의 경우 20명의 어르신들이 강서노인종합복지관 2층에 사무실을 둔 ‘그린 사이클 택배’ 사업을 통해 모범적인 시장형 일자리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 팀장은 “매년 9월에 종료되고 이듬해 3월부터 시작되는 노인일자리사업의 경우도 1월과 2월 사이에 모든 준비를 끝내야해 선착순으로 어르신들을 선발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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