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
빨리 지나가는 세월이지만 1년을 단위로 다시 1월이 돌아오는 것도 새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어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볼 때 변화 없이 단조로운 시간의 연속이었다면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는 타의에 의해 갖게 되는 것도 있고, 자신의 노력에 따라 주어지는 변화도 있다. 아이들은 키가 크고,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거나 진학을 하고, 젊은이들이 취직을 하거나 군입대를 하는 것은 큰 변화이지만 타의에 의하거나 환경에 의해 오는 변화이다.
직장인들은 승진하거나 보직이 바뀌거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야 하는 것도 생활의 변화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주어지는 변화에 적응하면서 발전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 속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고 삶의 동기를 찾는다.
새해를 맞으면서 노인의 삶을 생각해 본다. 노인세대는 변화가 별로 없다. 신체적 성장도 없고, 진학이나 승진도 없다. 그런 것은 과거에 이미 다 거친 변화이다. 이제는 그저 나이 한살 더 먹고 신체적으로 더 노화가 될 뿐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해가 바뀌는 것을 싫어한다. 며칠 전 복지관에서 어르신들 송년모임에서 “연세 한 살 더 드시는데 어떠세요”하고 여쭈니 이구동성으로 “싫어요”라고 답하신다. 물론 성인이 되면 누구나 나이 드는 것이 좋은 사람은 없겠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젊어지고자 하는 사치스런 욕심이 아니라 많지 않은 남은 세월에 대한 소중함이 더하다.
그래서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더욱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스스로 희망을 만들고 노력해야 한다. 노년생활에 기본적이고 많이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이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새해를 맞아 새겨볼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건강관리이다. 인생에서 건강은 전부이고 노년기에 건강관리는 가장 중요하고 최고의 생활목표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연로하신 분도 신체적 잔존기능을 존중하고 유지하기 위해 관리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
둘째,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노년기에 여가시간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고통이 될 수도 있고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요즘 다양한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잘 찾고 활용하면 친구관계도 활발해지고 여가시간이 즐거워 질 수 있다.
셋째, 배우는 생활이다. 무엇인가 배우고 있을 때 성장이 있고 성장할 때 생명력이 있다. 노년기의 배움은 취직이나 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알아가는 기쁨과 조금씩 발전되는 실력이다.
배움은 학문만이 아니라 노래, 춤, 악기, 미술, 공예 등 다양한 활동을 포함한다. 배우는 생활을 통해서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사회관계도 발전되고 역할이 생기고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
넷째, 역할을 찾는 것이다. 노년기에는 역할을 누가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을 때는 역할이 잘 보이지 않고 남이 필요로 한 일을 볼 때 역할이 생긴다. 그래서 남 중심적인 생각을 해야 하고 자원봉사활동이 가장 좋은 역할이다.
다섯째, 행복을 찾아야 한다.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무엇을 하고 있어도 공허할 수가 있다. 내 인생이 의미가 있고 나이가 들어도 불안하지 않고 과거 인생의 실패나 성공에 집착하지 않으며 죽음에 대해서도 준비가 될 때 비로소 노년기의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노년기에 종교활동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상 다섯 가지 방법은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하나이기도 하다. 노년기를 맞은 자신을 수용하고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고, 무언가 열심히 배우고 있으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게도 되고, 친구와 역할이 많아지면서 건강도 관리되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경인년 새해는 많은 변화를 갖는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